하노이의 대중교통 정보
알아두면 편리한 베트남 버스· 택시 요금 체계
하노이는 한자로 河內라 쓴다. 하노이를 감싼 홍강 안쪽에 30여 개 크고 작은 호수가 산재한 도시여서 지하철 건설은 불가능해 보인다. 도읍(AD 1012)한지 천 년을 넘긴 古都이다 보니, 중심가에는 좁은 2차선 길들이 많다. 그 길을 2백만 대 넘는 자가용 오토바이와 공유한다. 인구 1억 명에 등록 오토바이 숫자가 4천만대에 육박하는 베트남에는 집집마다 ‘오토바이자가용’이 2-3대씩이지만, 여전히 대도시의 주된 교통수단은 버스고, 버스는 작은 체구의 택시, 쎄옴(Xe Ôm)으로 불리는 오토바이택시와 함께 하노이시민들의 발이 된다.
버스에 오르자 젊은이가 일어선다. 베트남에 올 때 “버스가 편합니다. 에어컨 잘나오고, 베트남 말 몰라도 되고…” 그러면서 덧붙였던 “나이든 사람에게는 다들 자리양보 합니다”하던 말이 생각난다. 차비를 내면, 차장이 표를 반쯤 찢어서 내준다. 차장은 노약자 승〮하차를 돕고 자리양보도 ‘지시’하고 때로는 서 있는 위치까지 지정(?)하는 버스 안의 권력자다. 그런데 그 위에 검표원이 있다. 2인조인 검표원은 수시로 버스에 올라 승객의 차표를 검사하면서 뭔가를 기록하는데 차장은 그 앞에서 공손하다. 그래서 승객들은 받은 표를 내릴 때까지 버리면 안 된다.
20만 동 버스패스로 한달 교통비 해결
시내버스는 정부보조로 운영되지만 회사는 여럿이다. 하노이 70여 개 노선의 승차요금은 20킬로까지 7천 동(350원 정도), 30킬로까지 8천 동, 그 이상거리 노선은 9천 동인데 갈아탈 때마다 내야 한다. 하지만 버스패스를 구입하면 모든 노선버스를 얼마든지 탄다. 사진과 거주지, 생년월일이 입력된 버스패스는 한 달에 20만 동(1만원)인데, 60세가 넘으면 경로우대할인으로 반값이다. 버스 한번 갈아타고 사무실을 오가는 필자는 노이바이 국제공항 손님맞이도, 25킬로쯤 떨어진 밧장(Bat Trang) 도자기마을 관광도 한달 교통비 5천원으로 모두 해결한다.
말 배우기 어렵고 영어도 거의 통하지 않는 베트남에서 구글 지도로 목적지 노선번호를 검색,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지혜로운 선택이다. 그렇지만 하노이 시내버스는 밤 10시 넘으면 끊기기 시작한다. 밤 늦은 시각의 개인활동까지 정부가 지원해 줄 필요가 없으니 알아서 집에 가라는 발상인가 싶다.
다양한 크기와 요금으로 경쟁하는 택시
자유경쟁인 택시는 차량크기와 요금체계가 다양하다. 경차(輕車)급 택시는 100% 한국산으로 기아 모닝과 현대 i10, 그리고 간혹 대우 마티즈도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악센트 급인 소형과 7인승 SUV택시는 거의가 Toyota차량이다. 하노이택시는 절반가량이 경차지만 호치민시에서는 소형과 SUV택시가 主를 이룬다. 당국에 신고/허가사항인 택시요금은 차량측면에 부착돼 있다. 하노이경우, 보통 경차는6,000/11,000/9,000, 소형은12,000/14,000/11,100, 7인승 SUV는 14,000/16,000/12,000 정도인데 초록색 Mailinh택시가 가장 저렴하다. 앞의 숫자는 600미터(경차) 또는 300미터(소형) 기본요금이고 중간숫자는 킬로당 요금, 마지막 숫자는 20킬로 또는 30킬로가 넘는 거리의 킬로당 요금이다. 경차와 소형택시 요금은 첫 1킬로에서 두 배 이상, 주행에서 20~30% 차이가 나는 셈이다. 경차택시 뒷자리는 의외로 여유롭게 느껴진다.
택시는 콜이나 사전예약이 가능하고 장거리 할인도 된다. 미터로 30~40만 동인 공항까지 노이바이택시를 부르면 22~25만 동인데 경쟁사인 ABC택시는 20만 동에도 예약된다. 장거리를 왕복하면 오는 요금은 미터 요금 절반으로 흥정이 되고, 대기요금은 시간당 3~4만 동이다. 그런데 고급호텔이나 대형쇼핑몰에서는 종종 경비원들이 경차택시의 대기주차를 막는다. 공항전용택시도 예약하면 건물 앞 주차장이 아니라 길에서 만나야 하고 경비원들과 경차택시 기사들 사이에 다툼도 생긴다. 아마도 특정회사 택시기사들과의 암묵적인 거래가 있는 듯하다.
택시기사는 거의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찍거나 종이에 적은 목적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대부분 정직하지만 간혹 돌아가기도 하고 잔돈을 머뭇거리는 기사가 있다. 웃으면서 그냥 내리면 된다. 가끔은 1~2천 동 잔돈을 안받는 기사도 있으니까….
베트남의 보조운송수단 Xe Ôm
베트남의 쎄옴은 버스와 택시의 훌륭한 보조 운송수단이다. 버스정류장에는 의례히 2~3대의 쎄옴이 대기 중이다. 베트남사람들은 한 블록거리도 걸으려 하지 않는다. 하노이여름은 뜨거워서, 겨울은 추워서 타야 한단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은 쎄옴을 타고 집으로 향하고, 걸어가노라면 쎄옴이 따라오며 호객도 한다. 요금은 사전에 흥정해야 한다. 택시요금 절반 정도가 적정이라는데 베트남 말이 서투른 한국사람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쎄옴의 경우 미리 행선지의 요금 흥정을 한 후 타야만 뒤탈이 없다. 간혹 바가지 요금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는 회사에 소속된 젊은 남자가 대부분이지만 쎄옴은 4~50대 허름한 중년남자들의 자영업이다. 택시기사 하루 수입도 백만 동이 어렵다는데 쎄옴 아저씨 가장들은 그보다 훨씬 적을 테니 생계가 되는지 괜한 걱정도 든다.
개발도상국 베트남의 IT산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생활 속에 정착되고 있다. 교차로 신호는 몇 초 뒤에 어떻게 바뀔 지를 알려주고, 중심가 정류장에는 몇 번 노선버스가 몇 킬로 전방에서 오고 있다는 전자안내판도 설치됐다. 스마트폰의 구글 앱으로 가깝게 있는 택시를 불러서 타는 Grab Taxi 시스템을 쎄옴까지 적용한 Grab Bike도 선 보였다. 버스에 전자단말기를 부착하고 태그를 통해 환승하는 제도도입도 기술수준으로는 가능해 보이는데 일자리를 나누는 사회주의국가 특성상 서두르지 않는 듯싶다.
대중교통시스템이 세계적이라고 자랑하는 서울이지만, 지하철 경로무임승차가 청년과 노년세대의 갈등을 부추기는 뜨거운 감자다. 그래서, 노인들도 100% 정상요금 내는 버스와, 100% 무임승차인 지하철을 ‘합치고 나눠서’ 절반의 요금으로 모든 대중교통을 경로우대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 베트남 경로우대 버스 패스처럼 /이준호 저널리스트
한인소식지 3월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