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60대 자산가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커다란 충격을 준 서울시의회 김형식(44·서울 강서 제2선거구) 의원은 전형적인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운동권’ 정치인 출신이었다.
한신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그는 신기남 의원의 보좌관, 고(故)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 기획위원 등을 지냈고, 2004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을 지내기도 했다. 2010년 서울시의원에 당선된 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아직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평소 486정치인들이 무엇보다 도덕성을 강조해온 점을 비춰볼 때 486 출신 중 하나인 김 시의원이 이런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처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살인교사 혐의까진 아니지만, 대표적 ‘486 운동권’ 정치인 출신들 중에는 우리 사회가 운동권 출신에 대해 갖고있는 도덕적 기대치에 못 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부분 불법 정치자금 수수 문제에 휩싸인 것이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486 정치인’ 출신 중 하나다.
정치권에 입문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또 2002년 대선승리의 공신(功臣)으로 승승장구했지만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지난 2011년 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이 때문에 결국 그는 도지사직까지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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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조선일보DB
당초 이 전 지사는 박연차 전 회장 등 지인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초 수사선상에 올랐다. 2004년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사돈에게서 1000만원을 받고 2004~2008년 박연차 전 회장에게서 미화 12만달러와 2000만원을, 2006년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한테서 미화 2만달러를 받은 혐의였다.그해 3월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이 전 지사는 결국 닷새 만에 구속됐지만, 그해 8월 법원의 보석 허가로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그 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강원도지사 후보로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당선됐다.그러나 도지사 당선 직후인 6월 11일 열린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17만원이 선고돼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기도 했다. 헌법소원을 내는 등 우여곡절 끝에 두 달만에 업무에 복귀했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하면서 취임 7개월만에 도지사 직을 상실했다.지금은 재선(再選) 도지사 도전에 성공해 정치적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안 지사는 이광재 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친노 진영의 대표적인 486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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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충남도지사 /조선일보DB
안 지사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 등에 연루된 혐의를 받았다. 불법 대선자금 사건은 안 지사가 2002년 대선 당시 삼성그룹 등 기업체에서 65억여 원의 불법대선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구속됐던 사건이고, 나라종금 사건은 퇴출 위기에 몰렸던 나라종금이 노무현 측근을 포함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불법 자금을 제공한 로비 사건이었다.검찰은 안 지사가 지난 1999년 나라종금의 대주주로부터 3억9000만원(생수회사 투자금 명목)을 받은 뒤 이를 반환하지 않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설 연구소인 자치경영연구원(옛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 입금해 사용한 일을 파악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003년 6월 이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판단하고 안 지사를 불구속 기소했으나, 불법 대선자금 사건 연루 혐의가 나오면서 안 지사는 그해 12월 구속됐다. 결국 그는 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대학 시절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학생총연합 의장을 지낸 김민석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휘말렸다. 운동권 출신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재선(再選) 국회의원을 거쳤고, 지난 2002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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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 전 민주당 최고위원 /조선일보DB
하지만 그는 지난 2010년 8월 대법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확정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대학 동창인 박모씨 등 지인 3명으로부터 총 7억20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지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그는 벌금 600만원에다 추징금 7억2000만원을 선고받았다.정치권 내 486 출신들 내에선 김형식 시의원 사건과 486정치인들이 비교되는 데 대해 “비록 일부 486정치인들이 일부 불법 정치자금 사건에 연류되긴 했지만, 이는 김형식 시의원 사건과 질(質)으로 다른 것”,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경우,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지만 애당초
검찰로부터 정치 수사를 받은 측면도 있다. 억울한 면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죄질에는 차이가 있지만 김형식 의원 사건이 터지면서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도덕성이 다시한번 논란에 휩싸이는 걸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