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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京都)의 기온마츠리(祇園祭)와 하카다(博多) 기온야마카사 마츠리(祇園山笠祭)
-전통과 현대의 조화-
기온마츠리의 본류는 쿄토(京都)이다. 쿄토의 기온마츠리는 일본 3대 마츠리의 하나로 기온마츠리를 대표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기온마츠리 사례로는 그 규모나 내용면에서 쿄토에 버금가는 하카다(博多) 기온야마카사 마츠리(祇園山笠祭)를 병행하여 소개하기로 한다.
1) 교토(京都) 기온마츠리(祇園祭)와 하카다(博多) 기온야마카사 마츠리(祇園山笠祭)의 연혁과 특징
기온마츠리는 야사카 진자의 마츠리로 약 1,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행사가 여름동안 대규모로 실시되고 있고 매우 호화롭고 화려하며 수천 년 또는 수백 년의 전통이 있는 야사카 진자(八坂神社)의 제례이다.
고대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는 고대 일본의 유적 및 문화유산들이 많이 남아 있어 을 고풍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도시이다. 기온마츠리는 869년, 일본 각지에 역병이 만연하여 이를 퇴치하기 위해 기원했던 어령회가 그 기원이다. 당시 일본 전국의 나라 수가 66개국이었던 것을 기념하여 66개의 모(鉾)를 세워서 기온의 신을 제사 지내기 위하여 신위 가마(미코시:神輿))도 제작하고 나쁜 운을 없애려고 제례행사를 거행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도시형의 이 여름축제는 전 일본제례에 일대 영향을 끼쳐 9세기부터 지금까지 1천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교토(京都) 기온마츠리(祇園祭)」는 매년 7월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동안 이어지는데 이 중 하이라이트는 7월16에서 17일에 진행되고 있다. 기온마츠리의 중심은 山(산)과 모(鉾)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양식의 대형수레에 의해 진행되는 경연행사이며 모(鉾)는 천정에 긴 창과 같은 무기를 장식하고 직경 2미터 정도의 차륜이 달려 있다. 현재 32기의 수레는 지역 단위로 보존회가 조직되어 있으며 또한 각 지역에서 기온마츠리를 운영하고 독자적인 행사나 풍습을 계승하고 있다.
이러한 수레 중 29기는 중요무형 민속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수레가 화려하게 쿄토 시내를 행진하는 광경은 매년 수십만 명의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山(산)은 천정에 무기 대신에 소나무를 장식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레의 상징인 무기와 소나무에는 여러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기온마츠리의 상징인 야마보코는 높이 20미터가 넘는 것도 있고 큰 것은 총중량 12톤이나 되는 것도 있을 만큼 크고 무거워서 수레를 끄는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제대로 행진할 수 없기 때문에, 행사 전부터 꾸준히 연습을 하며 결속을 다진다. 기온마츠리는 자치주민 스스로가 자생적인 조직을 만들어 산모양의 장식대 위에 창이나 칼을 꽂은 수레를 만들어 거리로 퍼레이드를 진행한 것이 천년 남짓의 긴 세월에 걸쳐 계승되어 왔다. 관이나 다른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자치주민 스스로의 조직과 협력에 의해 만들어 낸 마츠리이기 때문에 시민의 정신이 반영된 축제의 역사라고도 말할 수 있다.
쿄토의 기온마츠리는 16일의오이야마(宵山)와 다음날 17일의야마보코 순행(山鋒巡行)과 관련된 행사가 가장 유명하다. 오이야마는 초저녁이 되어 어두워지면 모든야마보코(山鉾)라는 장식수레가 제등을 하고 그 화려한 모습을 드러내는 행사이며 이 날 밤에는 집집마다 지나는 길에 양탄자를 깔고 병풍을 예쁘게 장식한다. 야마보코 순행은 거대한 야마보코(山鉾)의 순례가 시작된다. 장도를 선두로 야마보코, 다시(山車) 등의 전통수레가 화려한 장식과 함께 가락에 맞추어 행진하고 수레 위에서는 축제에 참가하는 어린이가 북을 치면서 춤을 춘다.
다음으로「하카다(博多) 기온야마카사 마츠리(祇園山笠祭)」는 후쿠오카 시(福岡 市)의 도심을 중심으로 열리는 여름 마츠리이다. 가마쿠라(鎌倉) 시대 때 하카타 일대에 전염병이 유행하여 그 병을 퇴치하기 위하여 기원한 것이 시작이다.
매년 7월 1일 부터 15일까지 개최되며 마지막 날에 열리는 오이야마라는 행사는 본 대회의 하이라이트로 무거운 야마가사를 끌고 행진하는 속도를 겨루는 것으로 일종의 경연대회의 형태를 나타낸다. 이때 하카타의 거리는 일본남성의 웅장함과 묵직함으로 거리를 가득 메우며 서로 호흡을 맞추고 일사분란하게 야마가사를 짊어지고 달리는 남성들의 힘찬 모습은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7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본 축제는 후쿠오카 최대의 마츠리이고 축제에 참가하는 행사 요원들의 힘찬 모습과 활기, 투지 등에 의해 특히 남성미가 강조되는 마츠리로 유명하다. 시내 중심가의 상점가에 높이 16m의 호화로운야마가사(山笠)가 장식되며 마지막 날에 행해지는오이야마(追山)에는 무게 1톤가량의카키야마(山)를 짊어지고 치열한 경주를 펼치는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축제의 개막은 시내 곳곳에서 참가 그룹별로 각기 다른 형태의 호화롭고 독특한 하카타 인형과 장식물로 꾸며진카자리야마(飾り山)를 일제히 공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예전에는 약 10톤에 가까운 카자리야마를 등장시켰지만 최근에는 축소판인카키야마가 제작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7월 12일에는 실제 코스를 달리는오이야마 나라시(追山ならし)가 열리며 13일은 시내의 중심가로부터 시청 앞까지 서로 경연하며 행진하는슈우단 야마미세(集團山見せ)가 진행된다. 마지막 날에는 축제의 출발점이기도 한구시다 신사(櫛田神社)에 모여 카키야마를 각 위치에 대기시키고 있다가 큰 북소리와 함께 일제히 출발하며 목표 지점까지 약 5km의 거리를 거친 함성과 열기 넘친 경주에 의해 대회를 마무리 한다.
2) 기온마츠리의 성공요인
쿄토의 기온마츠리를 비롯한 하카다 야마카사의 성공요인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전통적 마츠리의 특성을 지키고 마츠리가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였다는 점이다. 하카다 야마카사도 760여 년 동안 수많은 변화와 변모를 거듭하였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전통적 마츠리가 지니고 있는 특성을 잃지 않았고 수행해야 할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였다.
전통적 마츠리가 지니고 있는 일반적 특성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 첫째가 신성(神聖), 둘째가 일상적인 것으로부터의 탈출, 셋째가 주기성(周期性), 넷째가 집단참여(集團參與)이다. 물론 이러한 특성은 마츠리의 전통 속에서 축적되고 생성되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을 잘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는 역시 마쯔리를 수행하는 지역민들의 몫이다.
3) 기온 마츠리에서 배울 점
전통적 마츠리인 기온마츠리로부터 우리의 지역축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전통적 요소를 기초로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축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역축제에서 채택되고 있는 소재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그 지역에서 전승되어온 전통적인 요소를 기초로 하고 있다. 이는 그 지역민들의 삶과 의식 속에서 살아 숨 쉬며 긴 역사 속에서 축적된 것들이다.
이러한 전통적 자원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축제보다는 지역주민 스스로가 참여하여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구상하고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민들에게조차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축제, 정체성이 없는 축제는 결코 외부인들의 관심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일본의 마츠리가 지니고 있는 정체성의 확인 기능은 우리 축제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대개의 경우 마츠리는 그 주체집단이 가장 중심이 되는 행사를 하게 되는데 이때 제일 중요시되는 것은 일치단결된 정신과 힘이다. 가령 가미나 수레로 거리를 누비게 될 때 그 팀의 리더십에 따른 팀워크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확인된다. 이와 함께 부수 집단이 행하는 각종 예능이나 경기에도 이들 팀 구성원들의 결속과 의사통일은 집단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매체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축제, 사람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속성을 지닌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마츠리나 서구의 카니발에서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은 비일상적인 것이다.
사람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축제가 되려면 평소에 ‘안하는 것’, ‘해서는 안 되는 것’, ‘할 수 없었던 것’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금지시킨 것을 하고 싶어 한다. 축제는 내게 금지된 것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으로부터 해방되었을 때 생기는 희열감에 모두가 열광적으로 도취되는 유명 카니발이나 마츠리를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다소 과장된 듯한 위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확실히 우리 지역축제에서는 비일상성을 즐길 수 있는 속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지역민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있는 축제가 대부분이다.
물론 우리의 지역축제에서도 비일상성의 속성을 잘 살려 나갈 수 있는 여지가 보이는 지역축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닷가 갯벌 속에 온몸을 던져 새로운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충남 보령의 대천해수욕장에서 벌어지는 머드 축제라든지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야생의 반딧불이 찾아 떠나는 무주의 반딧불 축제, 탈이 지닌 익명성을 빌려 탈을 쓰고 일탈(逸脫)을 즐길 수 있는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비일상성의 속성을 통해 참가자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한편 그 축제만의 정체성을 맛볼 수 있는 축제, 그러한 축제만이 지역축제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다수의 지역민들이 주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중심연행과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각급 단위의 지역민 조직의 활성화와 기량의 연마가 필요하다.
하카다 야마카사의 경우 7개 팀이 각각 약 1톤 무게의 가마를 26명이 매고 5㎞ 거리를 빨리 달리는 초대형 경연이 중심연행이다. 야마카사를 매고 달리는 이들은 물론 이를 뒤쫓고 물을 끼얹고 목이 터져라 응원하면서 마츠리에 깊이 몰입하는 그 모습을 보기 위해 국내외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축제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지역민의 무관심과 주변적 연행의 산만한 나열이라고 할 수 있다. 다수의 지역민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중심적 연행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의 주체적이고 직접적인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축제는 필연적으로 관중을 소외시킬 수밖에 없고 축제 본연의 폭발적 해방감을 확보할 수 없다. 따라서 지역민들의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집단적으로 신명을 풀어낼 수 있는 중심적 연행이 개발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일정 단위의 지역민들이 집단적으로 참여하여 겨루는 초대형의 경연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지역성과 축제성을 확보하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축제 자체의 경쟁력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심적 연행을 원천으로 한다.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성공적인 축제라도 할 수 있는 브라질의 리우카니발, 일본 삿포로의 요사코이 마츠리 등은 모두 ‘삼바’와 ‘요사코이’라는 중심적 연행을 다수의 지역민들이 주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초대형의 경연방식으로 활성화함으로써 국제적인 축제로 성장한 것이다. 리우카니발 2001의 경우 삼바 경연에만 10여만 명이 참가하였고 스트리트 카니발과 카니발 보울, 오프 카니발까지 합치면 무려 100만 명 정도의 지역민이 주체적으로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삿포로에서 열린 요사코이 마츠리 2001의 경우, 375개 팀 38,000명이 경연에 참가하였으며 5일 동안 총 182만 5,000명이 참가하였다.
이들 축제가 제시하는 프로그램의 내용은 매우 단순하다. 리우 카니발은 삼바댄스, 요사코이 마츠리는 요사코이 춤이 전부이다. 잡다한 주변적 연행의 나열도 없고 외국 팀의 공연도 없다. 지역민들이 적게는 백여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는 인원으로 한 팀을 꾸려 열광적으로 경연을 벌이거나 자족하는 것이 전부이다. 관광객들은 지역민들이 열광적으로 축제에 몰입하는 것을 보고 즐기기 위해 축제장을 찾아온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축제들 중에서 지역민 다수가 수십 개의 단위집단을 이루어 직접 참여하는 초대형의 경연을 중심적 연행으로 설정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축제는 필연적으로 지역민들을 구경꾼으로 전락시켰고 도대체 축제가 지역민의 삶에 기여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냉소적인 물음에 할 말을 찾지 못하곤 하였다.
이상과 같은 입장에서 보았을 때 기온마츠리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비록 전통적인 마츠리라 하더라도 지역민들이 주체적으로 벌이는 대형 경연을 중심연행으로 삼은 이 마츠리는 지역민들에게 지금 여기에 살아가는 맛을 체험하게 함으로써 마츠리의 본래적 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수많은 내외 관광객들을 끌어 모음으로써 지역 경제적 기능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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