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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시 – 어두움
대박 터지는 인생
로또에 관한 이야기라고, 오류하지 마세요 죽음에 관한 이야기거던요 아니요 문법이 틀렸어요 틀리는 순간 그것은 아! 바로 옆이 낭떠러지군요 그러나 그 밑은 아주 낮아요 툭 빠지면 또, 아니아니 더러운 이물질이 올라와요 음 - 냄새 좋군요 -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그것은 죽음의 냄새랍니다 대박 터져 죽은 심장의 시체들 즐비해요 마구마구 닥치는대로 그 거대한 악마는 아니아니 그 거대한 천사는 죽음을 집어 삼켰죠 사랑이란 허울 좋은 과시 앞에서 말이에요 말이죠 아- 로또에 관한 이야기라고 제발, 오류 좀 써주세요 문법이 맞지 않는다고 주제가 없는 인생이라고 나무라지 말아요 대박 터지는 인생 한번의 큰 기쁨으로 심장이 터져 죽은 사람들은 그저 행복할 뿐, 뿐이에요
거울의 방
절제된 사각의 방은
어지럽다, 반듯하게 始作해야 할 방은 삐걱거리며 조각가를 맞이할 준비에 분주하다 책상은 의자를 향해 강펀치를 날려 의자의 한쪽다리를 부러뜨렸다 의자는, 웃으며 입을 닦고 다리 절뚝이며 조각가를 맞이했다 <의자가 좀 오래되었나 보군요> 조각가의 질문에 거울이 대답한다 당신보다는 새 것입니다 조각가는 거울의 대답을 듣지 못한다 <고쳐야겠군요>
절제된 사각의 방은
분주하다, 이번 주말에 높으신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방이 말한다 <의자를 고쳐야겠군 책상도 새것으로 바꿔야겠어> 복수를 꿈꾸던 책상은 의자에게 화해의 손짓을 보낸다 <이미 늦었어> 의자가 대답한다 <반듯하게 始作해야 할 방은 반듯하게 있어야 해 너 대신 새 주인을 맞는 내 기분은 정말 설레인다> 거울이 의자에게 소리친다 <때론 헌 것이 새 것보다 낳을 때도 있습니다> 의자는 듣지 못한다.
절제된 사각의 방은
울상이다, <가구가 별로 없군요 가구가 없으니 뭔가 허전해 보이는군요 의자의 前 주인이 누구였습니까 폭력이란 아래로 향해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아십니까 책상의 前 주인이 당신이었습니까 이 방은 다시 오지 않는 게 좋겠군요> 거울이 그에게 묻는다 <이 안에 있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가 대답한다 <나는 당신의 주인입니다>
절제된 사각의 방은
텅 비어 있다, 거울이 묻는다
당신의 주인은 누구십니까?
館 속의 日記(철로 위를 달리는 슬픔)
내가 그 앞에 서면 레일은 날카로운 빛을 낸다. 그러나 곧이어 덮치는 굉음은 그를 어둠으로 감싸고 이어 터지는 사람들의 와르르. 대로는 저 광경을 목격하고는 통한의 한숨을 쉰다. 그러나 지금, 생존이 아닌 투쟁을 목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지하철의 분주한 한때.
館 속에서는 만신창이 된 시궁쥐가 병균을 매개로 활개친다. 몸은 크며 귀는 두껍고 짧으며 正中線에서는 긴 털이 密生. 얇은 실눈으로 주시하던 이 세상 어딘가에 빨간 색의 불이 번져 가고 한 자락 희망을 안고 시궁쥐는 진창에 빠져 삶의 아우라를 붙잡고 허우적댄다. 타오를세라 삶의 헛발을 재빨리 딛고 내딛는 저 생명력.
내가 걸음을 옮기면 꼼작 못하던 사람들의 어깨 흔들리고, 비좁은 세상의 통로를 지나 목적지에 다다르면 나는 어느 덧 삐끗. 걸음 내딛어 팔 뻗어보면 어깨를 짓누르던 가방의 무게까지 더해진다. 레일이 다시 빛을 내던 그 때. 지하철은 여전히 분주한 사람들을 실고 저만치 달아나 버리고, 생존을 위한 뜀박질이 시작된다.
불현듯 덤벼드는 시궁쥐 한 마리, 도로를 재빨리 가로지른다. 햇살이 너무나 강렬하게 나를 덮친다. 파란색인지 빨간색인지 더 이상 구분이 되지 않는 지금. 시궁쥐는 사라지고 사람들에 묻혀 길을 건넌다. 조금은 이른 시각 그러나 조금 뒤쳐진 내 발걸음.
김밥을 먹으며…
길다랗게 토막난 야채들과 순간적으로 타오른 불꽃에 볶아진 김들이 어머니의 손에 의해 차곡차곡 쌓여졌을 길고 긴 김말이의 순간
김밥을 먹으며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어머니의 솜씨 좋은 손놀림으로 잘리워져 은박의 1회용 도시락통에 담겨져 내 앞에 있을 것이다
옆구리가 터지거나 속이 뭉개져 하얀 속살이 훤하게 드러난 김밥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깔끔하게 정돈된 흠이 없는 김밥이다 김밥 한 개를 먹을 때마다 델몬트 프리미엄 쥬스는 한모금씩, 꾸역꾸역 메인 목을 타고 흐른다
생각에 잠겨있는 나는 김밥을 먹으며
델몬트 프리미엄 쥬스를 커피잔에 따라 마시고 있다
아주 뜨겁게 달구어진 커피를 마시다가 바닥에 떨어져
이가 조금 갈려진 커피잔, 그것을 보며
다룰 줄 안다는 것은 길들일 줄 아는 것이라며
뜨거운 남비를 다루던 어머니, 그 남비에서
라면이 끓는다
아무리 곱게 길러도 면발은 제멋대로 수증기를 따라 흐른다
보들보들한 살결이 곱지만은 않은 식욕을 끌어당기는 냄새가 익는다
양손에 두꺼운 수건을 겹겹이 둘러싸고 뜨거운 남비를 들어올린다
명절날, 길길이 날뛰던 음식들의 혼연한 향기보다
더욱 더 그리운 냉정한 체감으로
비로소 완성된 식단.
차가운 김밥.
커피잔에 담긴 델몬트 프리미엄 쥬스.
뜨거운 라면.
종 착 역
기차가 덜컹거리며 시간을 초월한 속력으로 빗속을 지나쳤다 죽음은 바로 옆에까지 왔다가 급정지의 사소한 일상에 한방을 얻어맞고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더니 뺑소니를 친다 먹구름 잔뜩 낀 날 기차가 덜컹거리며 시간을 배반한 속력으로 지구를 떠나갔다 죽음은 기차의 곁에서 잠시도 떨어질 줄 모르고 영혼의 식사를 시작했다 빼앗긴 영혼들이 가득한 저 기차 안에는 죽음을 예감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그러면서 항상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의 기적을 울리고 있다
ICE AGE
얼음이 쩌어억- 갈라지고 있었다 수세기에 걸쳐 녹여진 마음. 그러나, 도토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람쥐 스크랫의 투쟁은 역사를 뛰어넘어 지금도 이어진다 <다람쥐를 보호합시다> 심심풀이로 도토리를 주워가는 사람들. … 심심풀이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을 수도 있습니다… 나무늘보 시드와 맘모스 매니에게 우연히 맡겨진 임무. 아기 로산을 인간에게 데려갈 것. 호랑이 디에고에게서 아기를 보호할 것. 여행은 위험천만하다. 얼음 땡, 시대를 녹이기 위한 매니의 노력. 디에고의 항복은 자연스럽다. …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즐길 줄 아는 그들이 곡예를 한다. 얼음만이 가득한 세상, 파라다이스를 즐기며 먹을 것 하나 없는 이 세상에 따스한 온기 하나로 빙하를 녹이고 있다, 로산! 로산! 아기가 인간에게 구출된다. 아기가 멀어진다, 세상이 멀어진다. 아득하다. 빙하의 시대가 끝이 난다. 그들도 사라진다 지구의 온난화가 시작된다 …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인간의 생명을 구한 강아지가 … 도토리가 거리 곳곳마다 뒹굴고 있다
가분수를 위하여
그녀는 어린 시절 그녀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아주 조그만 반지를 기억해낸다 그것은 순금으로 된 실반지였다 왜 하필이면 실반지였을까 그녀는 거울에 그녀의 모습을 비추어본다, 아무리 봐도 그녀의 머리는 너무 크다 가냘픈 허리 그보다 더 작은 실반지처럼 뼈만 앙상하고 섹시한 다리 그럼에도 그녀의 머리는 너무 커 아무도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세월이란 것은 미래에서 과거로 흘러가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머리는 점점 작아져만 간다 그녀는 그녀의 머리가 너무 무거워 머리 속에 든 짐을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리가 뼈만 앙상한 섹시한 머리가 되기에는 그녀의 머리에 든 짐이 너무 많았다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녀는 그녀의 머리에 짐을 실기 시작했었다 그때부터 그녀의 머리는 기하학적으로 늘어만 갔다 아마도 너무 많은 세월이 그녀로부터 역행한 듯하다.
그녀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제 머리가 무거워 보이나요? 아니요. 너무 커 보이는군요. 그럼, 어떻게 해야 작아 보이죠? 글쎄요. 그저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그녀는 거울을 본다. 그녀는 이제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는 남자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몸매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자신의 옷을 정성스레 벗듯이 실반지를 벗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벗기 시작했다.
가슴을 울리는 뒤통수
퍼억퍽 아침의 질척거리는 교통체증, 아니 가슴을 짓누르는 이상한 체중 나의 단잠을 깨우는 이상한 목탁소리, 도시를 상실케 하는 라디오의 소음은 커져만 가고 사람들, 자신이 갇혀 있던 동굴 속으로 출근을 시작한다 배배배 꼬인 창자 움켜쥐고 아니 참아내고 스트레스 한뭉치 꿀꺽 집어삼킨 개미떼들처럼 우르르. 지상은 천지가 요동치는 경적 소리다 아직 이 세상에서 뭐 하나 제대로 해본 것도 없는데, 더러는 궤도를 이탈해 달라고 요구하는 왕벌. 새벽 네시 기도를 알리는 종소리가 요란하기는 한데, 아침 일곱시 날은 완전히 밝고 출근길은 여전히 북새통이다 뒤통수를 맞은 듯 가슴이 아파오는 오후 무렵, 벌침에 쏘인 사람들은 눈물나는 어떤 사연에 내일을 기다리고 세상은, 천지를 뒤덮은 먹구름이다
주변인의 삶
나는 동정에서 동정으로 어둠에서 어둠으로
또 주변에서 주변으로 결코
돌아가지 않는 세상 윤회하지 않는 부처.
동심으로 돌아간 연못가에서 가득한 웃음으로
슬픈 눈을 가진 한 아이가 뛰어놀고
나는 늘 그의 웃음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내가 없는 건지, 그가 아닌 건지
과거는 한바탕 TV에서 막 오르는 쇼처럼
사뭇 진지한 척 나를 소개하지만
속살 없는 게다리, 살 없는 뼈다귀.
늘 뒤쳐져만 있던 삶이 다가와 말을 건다
나는 동정에서 사랑으로 사랑에서 다시
동정으로 주변으로 결코
주연일 수 없는 세상, 저 멀리 부처.
또렷하게 뜬 눈이 늦잠자던 나를 깨운다
짜장면이다
랩 속에 꽁꽁 숨겨진 그릇 안에서 시꺼멓게 나를 노려보던 그는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조금은 멀거진 기억의 회색빛으로 조금씩 변질되어간다 원래의 목적은 오래 묵은 가슴 안의 때들을 씻겨낼 목적이었지만 저으면 저을수록 씹으면 씹을수록 소화되지 않는 기관으로 얹혀져 그래서 더욱 더 시끄러운 가락, 그 덕에 눈물이 뚝뚝 떨어져 심심하면 먹는 땅콩이 아니라 가끔 한번씩 부담없는 가격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어우러져 어우러지는 것이 아니라 저어서 어우러지는 그래서 정성과 정성, 정성과 사람이 어우러져야 맛이 우러나는 속이 까맣게 타버린 사랑이다 그래서 짜장면이다 시꺼멓게 타버린 사랑이 아니라 적당히 저은 후에 비로소 맛을 내는 그래서 탄 듯 만 듯한, 그래서 보기보다 먹음직한 그것이 내 사랑이다 짜장면이다
햄스터 가족
1번 햄스터 : 나는 그놈이 싫다. 그놈은 나의 놀이기구를 빼앗아 혼자 가지고 논다. 나는 어쩌다가 나의 두 앞발로 그놈의 배를 걷어차 보지만, 그놈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놈은 보란 듯 나를 깔아 뭉게고는 뭐든지 혼자서 독차지한다. 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씨도 혼자 다 먹고…
2번 햄스터 : 요놈은 틈만 나면 도망갈라 그런다 지 둥지에선 매일 고양이에게 쫓기면서도 낯선 냄새 무서워 나에게 다가오려 하지 않는다 지 에미도 몰라보는 놈이라니, 며칠 간 외출을 시켰던 건 우리 주인의 크나큰 실수였다
3번 인간 : 나는 본다. 저들의 세계를. 그러나 단념하지 않는다. 저들의 세계는 낯설지만 낯익고, 아프지만 아프지 않은… 나는 그들에게 다가갈 수 없고 그 다가설 수 없음에 절망하지만, 나는 그들을 키운다 사각의 절제된 방 안에서 사각의 절제되지 않은 햄스터, 우리 안에서…
햄스터가 떠나네
우울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지 마 오랜 동안 고마웠었어 나를 키워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지만, 그런 말 차마 할 수 없어 나를 보면서 당신은 당신의 마음에 위안을 얻고 나를 만지면서 당신은 혼자라는 외로움을 달래고 있지 그런 속마음 때로는 역겹다고 느끼면서도 내게 먹이를 주고 내가 잘 수 있는 톱밥을 깔아주는 당신이기에 참을 수 있었어애 많이 썼어 그래 그건 나도 알지 당신은 내가 살 수 있게 해주는 대신 나는 당신에게 위안을 주었지 아주 적절한 관계야 때로는 내가 당신을 위한 재롱을 피우기도 했지 그러면 당신은 달콤한 해바라기 씨를 던져주거나 입에 물려주었지 나는 달콤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 더 많은 재롱을 당신에게 선물해 주었지 선물에 약한 당신이야사탕발림에 약한 나이기도 하지 당신은 저 멀리서 나를 내려다 보면서 웃기도 하지만 너무 써. 너무 써서 내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미소지 나는 그런 당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이 울타리를 언제쯤 벗어날까 하는 생각을 했지 담벼락은 너무 높고 미끄러워서 올라갈 수 없었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그저 당신이 주는 밥을 먹고 당신이 주는 물을 먹고 당신에게 재롱을 보이는 것 뿐 내가 살기 위해 어쩔 수가 없었네
나를 버리는 네가 고마워 나는 원래 야생의 동물이니까 나는 야생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나는 야생에서 덩치 큰 야생동물의 눈치를 보면서치열하게 생존경쟁을 하면서 사는 그런 나약한 동물이기에 당신의 우울한 눈빛 그건 당신의 지나친 근심이란 거 이제 그만 알아줘 내가 야생으로 돌아가 잡혀먹힐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먹히는 건 순식간이라 나는 그 아픔조차 느끼지 못할 거니까 그러나 나는 잠시라도 자유로웠으므로 그것으로 행복해 할거야 그게 나니까. 그게 나. 니까.
回 歸․1
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프다
나보다 더 슬프고 외로운 사람들은 내 기억 속에서 모두 죽었다 이 모든 것들이 두 평도 되지 않는 내 방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나는 한번도
그 방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그 방의 문을 열면 세월에 찌든 퀴퀴한 냄새가 난다 방향제를 뿌려도 그 방의 오래된 낡은 관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처음 문을 열던 날 이곳은 텅빈, 바람소리로 가득한 황무지였다 개간된 그곳은 이제, 쓰레기로 가득찬 폐허다
철저하게 방음된 방,
어느 곳에서도 바람은 불어오지 않았고
모래사막으로 불리는, 온몸이 부딪힌 곳엔
음주와 흡연, 그리고 섹스
무엇 하나 이루어지지 않은
都市와 都市 사이
미친 듯 부르짖는 그 방의 狂氣가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외로운 마지막 한 사람을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기로 한다
태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태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回 歸․2
아버지 얼른 돌아가셔서 편히 쉬셔야지요
어머니 얼른 돌아가셔서 편히 쉬셔야지요
해 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