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 손바닥접시에 올린 푸르른 호두열매
호두 시배지인 천안광덕사에서
떨어진 호두도 주으며 나눈 둘의 알콩달콩 情
어제의 나들이다.
울둥지 울라인 동갑벗님과
전철을 타고 조금 먼 곳으로 산책겸 나들이를 떠났다.
울 벗님은 고운 진달랫빛 티를 입고 나섰다.
용산에서 9시7분에 출발하는 천안행 급행전철을 대방역에서 탑승한다.
1시간반 소요로 천안역에 도착 후, 목적지인 호두나무시배지인
광덕사로 가기 위해서 1번출구로 나와 다시 버스를 이용한다.
30분 간격으로 오는 600번 광덕사 종점버스를 한참만에 기다렸다가 탔다.
45분정도 소요로 종점인 천안시 광덕면 광덕사사찰 바로 입구에 착이다.
승객들은 다 내리고 종점까지 온 마지막 손님은 우리 둘 뿐이었다.
호두나무를 보고 보화루로 오르는 핑크빛 울벗님.
태화산 광덕사 대웅전으로 드는 보화루(普化樓)이다.
그 앞에 웅장한 호두나무가 떡 버티고 서 있다,
광덕사 문턱을 넘나 들었을 수많은 불자들과 관람객을 마중하 듯
호두나무는 그렇게 400여년을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게다.
광덕사는 호두나무 시배지로서
호두나무를 우리나라에 들여온 사람은 류청신이라는 관리였다.
원나라 말에 능통했던 그는 고려 충렬왕의 사신으로 원나라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때 원나라에서 호두 맛을 알게 된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나무를 키우려고 묘목 한 그루와 씨앗을 가져왔다.
그는 자신이 살던 집 앞에 씨앗을 심고, 묘목은 집 근처의 절집에 심었다.
지금의 천안 광덕사 호두나무가 바로 그 나무다.
호두나무를 말하자면 고마운 인물이지만,
류청신은 ‘고려사’ 간신전에 나오는 대표적인 간신이자 매국노다.
원나라 사신으로서 중책을 맡은 그는 특히 충렬왕의 총애를 받았다.
원나라를 세운 세조의 딸인 홀도로게리미실 공주와 혼인까지 하며 두 나라의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려 했던, 충렬왕에게는 꼭 필요한 인물이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그의 욕심이 도를 넘었다.
그는 자신의 권세를 키우기 위해 원나라의 힘을 빌리려 했다.
원나라에 고려를 팔아넘기면서 왕실의 신임을 얻으려 한 것이다.
고려를 원나라의 일개 성(省)으로 편입시키고자 한 ‘입성책동’(立省策動)이 그 사건이다.
그는 원나라 왕실에 이 같은 청을 올렸고,
이에 감복한 원나라 임금은 그에게 ‘훌륭한 신하’라는 뜻으로 ‘청신’(淸臣)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본래 이름인 ‘비’(庇)를 버리고 ‘청신’이라는 이름으로 원나라에 충성을 바친 그의 계략은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 간신이 있으면 충신이 나오게 마련이다.
당시 이제현(李濟賢)을 비롯한 여러 충신들이 조국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나섰고,
류청신의 음모는 비틀린 야심가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반역의 계략이 들통 난 류청신은 결국 생전에 고국 땅을 다시 밟을 수 없었다.
타향에서 치욕스러운 삶을 마친 그는
자신이 조국에 가져다 심은 나무에서 맺힌 호두를 끝내 맛보지 못했다.
고대 로마에서는
주피터에게 제사를 올릴 때 바쳤다고 해서 호두를 ‘주피터의 열매’라고 부른다.
서울신문,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기사내용에서 일부 발췌
호두나무는
원래 2000년 전 중국의 한무제가 중앙아시아의 페르시아 지역에 파견한
장건(張騫)이라는 사람의 손을 거쳐 중국에 들어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 몽골 지역에 세워진 원나라를 통해 처음 들어왔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랑캐의 나라에서 들어온 복숭아’라는 뜻에서
호도(胡桃)라고 부르다가 나중에 호두나무로 바뀌었다고 한다.
흔히 먹거리로 나오는 딱딱한 껍질의 호두는 열매의 씨앗 부분이고,
과육을 벗겨 내기 전의 호두는 작은 복숭아를 닮았다.
보화루 앞에서 튼실히 자라고 있는 호두나무 열매다.
터진 호두를 보게 되었다.
나무에 매달려 떨어지기 직전인 터진 호두는 처음보아 매우 신기했다.
두갈래로 갈라진 우람한 고목나무에 달린 터진 호두모양이다.
호두가 매달린 보화루앞 우람한 어미 호두나무이다.
풀밭에 떨어진 호두를 주워 손바닥접시에 놓으면서 찰칵!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돌로 살살 치면서 호두살도 끄집어 내 맛도 보았다.
맛은 호두맛이지만 입에 익숙한 호두맛 외 다른 생맛도 약간 느껴졌다.
농익질 않아서인 듯했다.
내 그림자도 담으며 내가 그자리에 있음을 확인도 하면서...
주변도 돌아보다가 귀여운 산새를 만난다.
재빨리 날아가는 녀석을 간신히 한컷을 디카에 담게 되었다.
"요 새야, 메롱"
"네가 아무리 재빨라도 이번엔 내 손이 더 빨라 널 잡게 되었지.
널 우리 시마을에 데려다 놓으면 넌 사랑 많이많이 받게 될거야."
말해 주어도 알아 들을 수 없으니 알턱이 없지...
천안나들이는 나의 홈에서 전철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관광지이다.
하여 여러차례 다녀와 매우 익숙한 곳으로
이번엔 초행길인 벗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산책겸 다녀왔다.
푸르게 덮힌 천안 광덕사에서
벗님과 저물어가는 여름 한나절을 정겹게 보내면서 푸르디 푸른 삶을 배워왔다.
광덕사에서 오후 3시버스를 타고 45분만에 천안역에 도착해
우동 한그릇 뚝딱 해치우니
4시 54분에 출발하는 용산행 급행전철을 예정대로 탈 수 있었다.
홈에서 둘이 같이 떠나 홈까지 같이 오게 된
한 아파트 같은 라인 벗님과 하루나들이는
그저 여유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용산에서 출발하는 하행 급행전절시간표
천안발 용산착 상행 급행전철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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