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조선왕조실록 ㅡ20ㅡㅡ21
조선시대 방탄조끼 개발 프로젝트 上
몇년전 자이툰 부대 파병 전후로 자이툰 부대에 보급된 방탄조끼와 방탄 헬맷의 성능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룬 적이 있다.
이건은 결국 국방부의 다른 사건들처럼 유야무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는데,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특히! 제발! 나라 지키는 무기 가지고 사기 치는 일은 좀 없었으면 좋겠다.
나라의 안위가 걸려있는 걸 가지고 장난질이라니….
서설이 길었는데, 자이툰 부대가 방탄조끼 가지고 갑론을박하기 100여년 전 조선말에 이미 조선은 방탄조끼 개발에 나섰다는 걸 독자제위 여러분들은 아시고 계셨을까?
오늘 이야기는 바로 이 방탄조끼 이야기 개발사이다.
때는 바야흐로 격동의 시기인 조선말, 안동 김씨 80년세도를 한번에 꺽어버린 흥선대원군이 집권한 그시기에 흥선대원군의 심기를 건드린 것(?)들이 있었으니 바로 양놈들이었다.
“대원위(大院位 : 흥선대원군에 대한 존칭)대감! 이양선 (서양인들의 배)이 또다시 출몰해 통상을 요구하고 있사옵니다!”
“허~참, 그 자식들은 어디 장사 못해 죽은 귀신이라도 붙어 먹은거야 뭐야? 툭하면 장사하제, 아니 물건 안쓰고 우리 물건 안 팔겠다는데 뭐가 불만인거야? 서로 안팔고, 안사고 또이또이 쌤쌤 좋잖아? 그런데 이번엔 어디 놈들이야?”
대원군 혼자 푸념하고 있는데, 또다른 신하가 달려온다.
“대원위 대감! 불란서…불란서 놈들이 지네 신부를 죽였다고 쳐들어 왔사옵니다!”
“뭐…뭐야? 네 이것들을 당장! 일단 전군에 동원령 때리고 전군 비상 경계령 내려! 아직 상륙 안했지? 상륙하기 전에 박살을 내버리면 돼!”
“이미 상륙했는데요.”
“…괜찮아 교두보를 아직 다 마련하지 못했으니까 다시 병력 모아서 치고 올라가면….”
“지금 강화도 거의 다 점령했는데요?”
“…야, 강화도 떨어지면 서울이 코앞이잖아!”
“제 말이 그 말이거든요? 어쩌죠?”
“…….”
이때가 바로 고종 3년 병인년의 일이었다.
바로 조선 최초의 서방과의 전쟁인 병인양요(丙寅洋擾) 처음엔 연전연패로 몰리던 조선군이 양헌수에 의해 정족산성에서 프랑스군을 격퇴하게 되는데, 일단 이긴거 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대원위 대감, 툭 까놓고 이대로 양놈들이랑 또 싸우면 그 담엔 우리 이긴다고 장담 못합니다.”
“지금 뭔 소리여? 잘 싸웠잖아? 블란서 놈들 때려잡은 것처럼 또 때려잡으면 되잖아?”
“저번에는 악으로 깡으로 싸운것인데, 또 그렇게 싸우라구요? 어림 반푼어치도 없음다. 머리는 뭐 악세사리로 달고 다닙니까? 양놈들 쏘는 총은 우리가 들고 있는 조총이나 화승총 같은게 아니라니까요. 사거리도 장난 아니고, 정확성도 좋고, 결정적으로 재장전하고 쏘는게 장난이 아닙니다. 걔네들이 뭐 우리처럼 쌩마린으로 싸우는 줄 아십니까? 마린 전부다 공방 업그레이드 다시켜서 공격력 3, 방어력 3해서 업그레이드 쫙 한담에 스팀팩 먹이고, 뒤에는 시즈탱크 달아서 쳐들어오는데, 우리보고 계속 쌩마린으로 벙커에 틀어박혀 싸우라는건 죽으란 소리지 뭡니까!”
맞는 말이었다.
병인양요를 경험한 조선군 바짝 쫄았다.
양놈들이 쏘는 소총에 볏단 무너지듯 픽픽 쓰러지는 꼴 보면서 임진왜란의 악몽을 되살렸을 것이다.
흥선대원군 이쯤해서 타협안을 내놓는데,
“알았어, 기다려! 네들 방어력 업그레이드 시켜주면 될거 아냐? 네들한테 양놈들 총알 맞아도 끄떡없는 갑옷…. 그래 방탄갑옷! 그래 방탄조끼, 방탄조끼 만들어 줄게? 됐지? 됐다? 이거야!!”
이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조선왕조 최초로 시작된 방탄조끼 프로젝트 ‘면제배갑(綿製背甲)’ 프로젝트였다.
원래 면이란게 조선시대에선 돈 대신에 쓰이는 것이기에 구하기도 쉽고, 가끔 갑옷으로 만들고도 하였는데,
“도표를 보시겠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할수 있는 갑옷재료로는 철, 면, 가죽 정도가 다 인데, 도검류가 아닌 화기에 대한 방어력으로 철갑옷과 가죽갑옷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이미 지난 임진왜란때 확인이 되었습니다.”
“어이 갑옷연구관, 그래서? 지금 면쪼가리…면수건으로 갑옷을 만들자고?”
“면이란게 이게 겉으로 보기엔 상당히 허접해 보이지만, 화살이나 총알에 대해선 나름대로 방어력이 있습니다. 섬유질 자체가 질겨서 칼이나 창에는 잘 찢어져도 화살이나 총알 같은 것은 그 질긴 섬유구조로 확 잡아땡겨 운동에너지를 감쇄시킵니다. 일단 벡터량의 절대치를 a로 잡고, 이걸 상쇄시키는 결절구조를 b로 잡아 운동에너지를….”
“스톱! 거기까지 전문용어는 나중에 교육훈련할 때 애들한테나 떠들고, 일단은 면으로 갑옷을 만드는게 제일 낫다 이거지?”
“예, 운동에너지를 잡아땡기는….”
“하 자식, 그놈의 운동에너지 엄청 따지네, 확 운동장에 파 묻어버릴까 보다! 야, 앞으로 내 앞에서 운동에너지 말하지 마, 알았지? 알았어? 이 자식을 그냥 확! 너 조심해.”
흥선대원군이 주도한 새로운 신소재 방탄조끼 개발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면으로 방탄조끼를 만들겠다는 이 황당하기 그지없는 발상! 흥선대원군은 과연 면으로 방탄조끼를 만들 수 있을까?
율곡사업을 능가할뻔 한 이 초특급 울트라 캡숑 방위계획의 결과는 다음회에 이어진다.
조선시대 방탄조끼 개발 프로젝트 下
면으로 방탄조끼를 개발한다는 대전제에 합의한 흥선대원군, 곧바로 방탄조끼 개발에 나서는데, 그 개발과정은 아주 간단하였다.
“사수 거총! 발사!”
“탕탕탕!”
“면갑 확인해!”
방탄조끼 개발 위원회는 조총으로 프로트타입 면갑을 계속 쐈던 것이다.
“연구관님! 11장 겹친것도 뚫렸는데요?”
“이런 젠장…야! 12장 겹쳐봐!”
“알겠습니다. 야, 목면좀 더 가져와봐…. 연구관님 꼬메는 건 어떻게 꼬멜까요? 시침질로 할까요? 아니면 미싱으로 박아 버릴까요?”
“네 마음대로 하세요!”
방탄조끼 개발팀은 그렇게 면갑에 들어가는 면의 양을 한 장씩 늘려가면서 몇잡을 겹쳐야 총알이 안 뚫리는지를 연구하였는데, 그런 어느날...
“사수 거총! 발사!”
“탕탕탕!”
“…연구관님! 13장 짜리는 안 뚫렸습니다! 안뚫렸어요!”
신화창조였다.
13장짜리 면갑은 뚫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흥선대원군,
“다들 고생했어, 앞으로 이 방탄조끼를 면제배갑(綿製背甲)이라 부르고, 전군에 보급한다!”
이렇게 해서 면으로 만든 방탄조끼는 병사들에게 보급되게 되었는데…,
“아따, 뭐가 이리 두껍댜? 여름에 이거 입었다간 땀띠 나겄네.”
“그러게 말여, 이거 완전히 솜이불 아녀? 이걸 입고 어떻게 뛰라는겨?”
병사들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말이 좋아 방탄조끼지 면포를 13장씩 앞뒤로 겹쳐서 꼬멘 이 방탄조끼는 그 무게도 무게였지만, 그 보온성 덕분에 여름에는 푹푹 찌는 것이었다.
여름에 솜이불로 옷을 만들어 입고 다닌다 생각해 보라?
더군다나 이걸 입고 강을 건너거나 할 때에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했다.
(면의 흡수력을 상상해보면 알 것이다.)
흥선대원군이 야심차게 개발한 이 방탄조끼의 실전투입은 의외로 빨리 돌아왔는데, 1871년 고종8년에 있었던 신미양요 (辛未洋擾)였다.
제네럴 셔먼호가 자빠진 것 때문에 열받은 미국놈들이 쳐들어 온 것이다.
“자! 네들이 입고 있는 면갑있지? 그거 절대 총알이 못 뚫는다! 네들은 말 그대로 불사신인거야 불사신, 아니 불(不) 죽을 사(死) 매울 신(辛)…. 절대 죽지 않는 라면이 아니라, 여하튼! 안 죽어! 안죽으니까 돌격해 알았지? 자 돌격하는 거다? 돌격 앞으로! 하면 돌격하…야! 야! 아직 돌격 하라고 안했잖아! 이 자식들이!”
그렇다 신미양요때 조선군들 이 방탄조끼입고 미국놈들이랑 맞짱을 떴던 것이다.
자 그런데 이를 어쩌나? 흥선대원군의 희망과는 달리 이 면갑이란게 그렇게 효용을 발휘하지 못했으니.
“아따, 양키놈들 뭐 주워먹을게 있다고 이 삼복더위에 쳐들어 온댜?”
“내말이 그말이여! 왜 하필 6월이냐고! 가뜩이나 더워 죽갔는디, 면갑인지 방탄조낀지 하는 거 땜에 쪄죽겠네!”
1871년 6월에 쳐들어 온 미군들 덕분에 면갑을 입은 조선군들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솜이불이 되어야 했는데,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오우 코리아 솔져 마쉬멜로우맨 같아요~뭘 저렇게 덕지덕지 껴입었는지, 총알도 못 뚫어요. 오우 지져스!”
그렇다 총알을 막아낸 것이다.
여기까지는 흥선대원군의 생각대로 들어맞았는데,
“와따, 이것이 진짜 총알은 막아내네?”
“야 잘하믄 우리가 이기겄는디?”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총알이 안되니까 대포를 쏘아대는 미국놈들 아뿔싸 대포의 유탄파편이 면갑에 맞은 것이다.
맞은거 까지는 상관없는데 불똥이 튄 것이다.
“워…워메! 방탄조끼에 불이 붙어버렸어야!! 워메 불… 불이야! 불좀 꺼주쇼 불!”
그랬다. 면이란게 총알은 막아낼 수 있다 해도, 그 자체가 불에 잘붙는 천이란 사실…. 흥선대원군과 개발팀은 이걸 간과못했던 것이다.
“오우 코리아 솔져 아머는 파이어에 리미트 된다!”
결국 면갑은 작은 불똥만 튀어도 그대로 불타버리는 움직이는 화염병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흥선대원군의 방탄조끼 프로젝트는 그렇게 ‘총알은 막되, 불에는 잘타는 방탄조끼’로 결론이 나 버렸던 것이다.
뭐 그래도 어찌어찌 신미양요는 조선군의 승리(?)로 끝이 나게 되었다.
조선을 개항하려 했던 미군은 흥선대원군의 강력한 쇄국정책에 밀려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했으나, 한 가지 건진 것이 있었으니, 바로 흥선대원군이 개발한 방탄조끼 면제배갑(綿製背甲)이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벌 남은 흥선 대원군표 특제 방탄조끼 한 벌이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되어있는 것이다.
물론, 신미양요 때 미군들이 노획한 것이다.
전 세계 최초로 개발된 면으로 된 방탄조끼, 그것도 전 세계 통털어 한 벌 남은 그 방탄조끼를 노획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미국에게는 그리 손해 본 장사는 아닐 듯 싶은데...
(이건 필자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