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鎭海灣 진해만
四二八五(一九五二)年 三月 十五日 移鎭海 槿花洞 七番地 官舍. 金 欽
4285(1952)년 3월 15일 진해 근화동 7번지 관사(官舍)로 옮겨옴. 김 흠
家孫相哲不依父母 自往東京 苦學十餘年. 做螢雪之工 自東京商科大學 受經濟學 博士學位 以海軍顧問 來駐鎭海. 謁祖 于加德島 恫老祖之苦, 況欲邀 而奉養. 余志不依子孫 而不願隨往渠. 以長孫 侍奉老祖 道義 當然 再三懇乞. 余嘉其誠孝 而乃於四二八五年 三月 十五日 秉船至鎭海. 鎭海 果國之要塞 氣候溫暖 空氣晴新 宜於老病之修養 遂與哲孫同居 官舍.
집의 손자 상철(相哲)이가 부모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동경(東京)에 가서 스스로 학비를 벌어서 10년 정도 공부를 하였다. 고생하며 꾸준히 공부하여서 동경상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서 해군 고문으로 진해에 와서 머물렀다. 가덕도에 있는 할아버지를 뵈러 와서 늙은 할아비의 고통을 아파하였는데, 게다가 초대하여 받들어 모시고자 하였다. 내 뜻이 자손에게 의지하고자 아니하여서 그리로 따라감을 원치 않았다. 맏손자로서 늙은 할아버지를 받들어 모시는 것은 도의상 당연하였으니 두세 번을 간곡히 구하였다. 내가 그 지극한 효성은 가상히 여기고는 단기 4285년 3월 15일에 배를 타고 진해에 이르렀다. 진해는 과연 나라의 요새(要塞)였고, 기후는 온난하며 공기가 맑고 신선하였다. 늙은이의 병을 수양하기에 좋았으니 손자 상철과 같이 군인관사에 동거하게 되었다.
地秘天慳鎭海灣
천지가 감춰 아끼는 진해만은
重重百二似函關
튼튼한 요새가 함곡관과 같네. 1)
鏡澄桃水深千尺
거울같이 맑은 물 천 길 깊고 2)
劒削蓉岑繞一山
빚은 봉우리 산 하나로 둘렀네. 3)
鎖錀將軍長駐壁
장군 보호해 오래 견디는 방벽
針氊邦國賴閒安
불안한 나라에 평안을 버텨주네. 4)
守成行待城池險
조상업적 지키려 성곽에 기대나 5)
只在民心合否間
다만 민심의 합하는데 달려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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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이(百二), 함관(函關): 백이(百二)는 방어가 튼튼하여 적의 백배나 되는 유리한 지세를 말하고, 함관(函關)은 중국의 요새였다는 함곡관(函谷關)을 말한다.
2) 경징도수(鏡澄桃水): 경징은 거울처럼 맑음이고, 도수는 도화수(桃花水)는 봄철에 얼음이 녹아 흐르는 봄날의 물이라는 문어적 표현이다.
3) 검삭용잠(劒削蓉岑): 칼로 깎아 빚은 듯 아름다운 봉우리.
4) 한안(閒安): 안한자적(安閒自適)으로, 평화롭고 한가하게 살며 마음 내키는 대로 즐긴다는 말.
5) 수성행대(守成行待): 수성(守成)은 조상들이 이루어놓은 일을 지켜 나아감이고, 행대(行待)는 실행하기를 기대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