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분수를 위하여
그녀는 어린 시절 그녀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아주 조그만 반지를 기억해낸다 그것은 순금으로 된 실반지였다 왜 하필이면 실반지였을까 그녀는 거울에 그녀의 모습을 비추어본다, 아무리 봐도 그녀의 머리는 너무 크다 가냘픈 허리 그보다 더 작은 실반지처럼 뼈만 앙상하고 섹시한 다리 그럼에도 그녀의 머리는 너무 커 아무도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세월이란 것은 미래에서 과거로 흘러가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머리는 점점 작아져만 간다 그녀는 그녀의 머리가 너무 무거워 머리 속에 든 짐을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의 머리가 뼈만 앙상한 섹시한 머리가 되기에는 그녀의 머리에 든 짐이 너무 많았다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녀는 그녀의 머리에 짐을 실기 시작했었다 그때부터 그녀의 머리는 기하학적으로 늘어만 갔다 아마도 너무 많은 세월이 그녀로부터 역행한 듯하다.
그녀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제 머리가 무거워 보이나요? 아니요. 너무 커 보이는군요. 그럼, 어떻게 해야 작아 보이죠? 글쎄요. 그저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그녀는 거울을 본다. 그녀는 이제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는 남자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몸매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자신의 옷을 정성스레 벗듯이 실반지를 벗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벗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