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내가 비야리까(Villarrica)에 온 것이 12월 20일, 크리스마스가 코 앞이다.
수도 아순시온에서도 그렇고 이곳 비야리까도 마찬가지이다.
거리의 상점에서나 집집마다 하나님의 은총 많이 받기를 기원하는
상징물들은 많이 설치하고 대학, 관공서, 회사
등에서는 경품도 걸려 있다고 한다. 대형슈퍼나 가게에서는 우리 나라와 마찬가지로 연말 할인행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성탄절과 관련된 노래는 일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아순시온에서 새벽에 운동하러 가니 아주 웅장한 집 2층에 어떤놈이 배낭을 메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 가고 있었다.
이 정도의 집이라면 야간에는 개인 경비를 고용해서 보안이 철통 같을 텐데
도둑놈이 사다리를 타고 2층
주인의 침실을 노리다니….
운동을 마치고 올 때도 그대로 있어 자세히 보니 실물 크기로 산타를
만들어 산타께서 선물보따리를 메고 2층 주인방에 선물을 주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였습니다. 호사가 극에 달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이 캐롤이라는 것이 모두
북반구에서 만들어진 것이라서 남반구에는 전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컨데 파라과이는
기온이 45도로 더워서 죽을 지경인데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가당하기나 합니까?
23일 저녁입니다.
자정 무렵에 무언가 큰 총소리 같은 게 났습니다. 인구가 적고 따라서 군인은 더욱 적어서 군이나 경찰에서 연말 경계강화 차원에서 야간 사격 훈련을 하나 생각했습니다.
훈련은 새벽까지 이어 졌습니다.
아침에 주인영감에게 물어보니 야간 사격훈련이 아니라 성탄전야에 가지고 놀
폭죽기구를 미리 손 보는 차원에서 연습한 것이라고 합니다.
드디어 24일 입니다.
주인집에서 저에게 직접 초청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내 이런 일을 대비하여 아순시온에서 값싼 포도주 1병을 준비해 두었지요.(참고로 이 나라 포도주 참 쌉니다. 우리 돈 원화 1만원이면 최고급 포도주 1병 가능합니다)
주인이 초대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가까이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여서 저녁 먹기로 했는데 약속을 취소 하면서 포도주 가져 가면 되느냐고 물어 보니 나비 닷(성탄절)에는 씨드라(일종의 과일주) 먹는
것이라고 해서 걱정하고 있는데 마침 저녁 늦게 부 교장이 슈퍼 갈려고 하는 데 살게 없느냐고 묻길래 있다고 같이 타고 갔지요. 씨드라 1병과 과자 몇 개 사고 기다리는데 육 고기 코너가 제일
붐비데요.
카트기 마다 벌건 생고기를 몇 KG을 담아서 계산을 하니 속도가 빠를 수가 있나요?
더욱이 여기는 카운터 보는 사람이 전부 남자들이고 계산이 끝난 물건을 비닐 봉지에 담아 주는 역할을 여자들이 합니다.
카운터 마다 줄을 10여 미터씩 서 있으니 슈퍼 안은 입추의 여지가 없고 장난이
아닙니다. 전부 현금을 요구하니 또 얼마나 더딥니까?
오후 9시경에 저녁을 먹나 하고 아사도(소, 닭고기 등을 숯불에 꾸운것으로 매우 짜지도 않고 기름이 거의 없어 맛이 있음
)를 기다렸는데도 10시가 되어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10시가 조금 지나니 빠사도 굽는
드럼통을 열더니 숯불을 채우고 소고기와 닭고기를 넣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닭의 내장을 전부 꺼내고 복개한 곳을 전부 실로 꿰매는 것입니다.
아사도는 익어가는데 테이블 위에 식탁보도 안 덮습니다.
11시 반쯤 되니 식탁을 준비하고
저녁밥을 먹습니다. 이때까지 나는 물어 보지도
못하고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자정이 되니 시계를 보고 기도를 합니다.
정각 12시가 되자마자 일제히 정말 동시에 모든 집에서 폭죽을 쏘아댑니다.
주로 길을 향해 쏘는지 정말 놀라 정도입니다.
아사도고기를 조금 더 먹고 자기 방에 가서 잡니다.
나는 파라과에서의 첫 성탄절을 자세히 보기 위해 거리로 나갔습니다.
거리는 예상외로 조용하였고 이 나라 국민은 성탄 전야를 가족과 함께 보내는 매우 착한 민족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집에는 처자들이 많아 그 중에 바람기가 있어 보이는 애한테 시내에 디스코텍이 있는데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다른 날 가지
오늘은 가족과 보내겠답니다.
성탄절 날은 대부분 성당에 가고 매우 조용히 보냅니다.
자정 때의 폭죽으로 보아서는 크게 일을 치를 것 같았는데 조용히 보냅니다.
각종 장식은 연초까지 계속 두고 새해를 맞이합니다.
Feliz Navidad!(
메리 크리스마스)
Feliz Ano Nuevo!(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첫댓글 선배님 새해입니다.
건강 유념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백후배님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동문회 일로 수고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