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면 분재 농사만큼 오랜 시간동안 반복 작업이 거듭되는 일은 드물 것이다. 채소 농사는 당해에만 힘을 쏟으면 수확이 나오지만 분재소재는 보통 10년 이상 끈기있게 노동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절대 좋은 결과를 창출할수 없다. 그래서 시간과의 장구한 싸움이요 가꾸는 사람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라고 나는 늘상 말한다.
최근 몇년 동안 나의 농원을 방문한 몇몇 손님께서 "땅이 얼마 정도 놀고 있는데 나도 분재농사를 한번 어 보고싶으니 좀 가르쳐 줄수 있느냐?"하고 진지하게 물어온 적이 있다.
난 그럴때 늘 하는 말이있다. 그 첫째가 "땅에 혼을 묻을 각오가 되어 있느냐?"고 물어본다. 이 말은 얼마든지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가르쳐 드릴수 있지만 피나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계속 노력할 자신이 있느냐는 뜻이다.
그 다음은 "분재를 취미로 즐기듯이 분재농사도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이 말은 분재 농사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육체적 노동이 수반되지 않으면 도저히 꾸려갈 수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특히 풀관리는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품삯을 들여 농사일을 하면 인건비에 수지 타산이 안맞는다. 또 주인이 직접 풀을 매는 만큼 잘 해주지도 않는다. 장기적으로 보아 놉을 하여 일을 하면 비닐이 많이 찢겨져 훨씬 손해가 되기도 한다. 남을 못믿어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올해도 몇번 놉을 해보았지만 인부 한사람이 길이100m 폭 1m고랑을 채 두고랑도 못맸다.그런데 풀을 뽑느라 비닐은 엄청 찢어져 있었다. 결국 앞으로는 인부를 포기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대신, 거의 매일 아침 일찍(새벽 5시) 일어나 아침 9시 햇살이 달때까지 4시간 동안 바짝 풀매기를 하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집사랍과 같이 일을 한다. 모기가 좀 귀찮게 굴지만 이 시간대는 시원하여 능률이 오르고 효과도 만점이다.
오늘 3번째 풀매기에 들어갔다. 분재수가 식재된 면적이 2200평(1m폭 100m고랑으로 치면 70고랑이다)...... 이렇게 반복하여 매주지 않으면 나무에 그늘을 지워 타격이 크다. 1년동안 이런 식으로 총 4회를 반복하여 박박 긁듯이 풀매기를 해준다. 그러니 아직 한번더 반복해야 올해 풀매기는 끝인 셈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솔직하고 성의있게 나의 경험적 노하우를 말해줄 수 있고 정보를 아낌없이 제공할수 있다. 하지만 과연 누가 이렇게 험하고 어려운 일을 끝까지 해나갈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18년 6개월 동안을 완전히 미쳤었다. 진정으로, 분재를 매우 좋아 하지만 솔직히 다시 시작하라면 천만금을 줘도 못하겠다.
(오늘은 생각나는대로 소회를 말하다 보니 글이 두서 없이 왔다갔다 하는군요)
주인의 풀매기에 분명 나무는 춤을추며 반깁니다. 저는 항상 이걸 느끼며 일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분재 신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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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분재신사 원문보기 글쓴이: 분재신사
첫댓글 얼마의 댓가를 지불하며 분재를 구입하면서 '비싸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서 부끄러워집니다. 알고보면 사람 사는 인생이 그리 길지않은데, 그 중 19년 가까이 함께할 소재들을 동반자로 정하고 밤낮없이 몰두하며 그 생명들을 위해 헌신(!)적인 시간을 보내신 것 같습니다. 분재를 떠나 존경스런 마음이 앞섭니다. 모쪼록 큰 더위에도 두 분 건강하세요...
님의 댓글을 보니 제가 괜한 푸념을 하지 않았는지 미안한 감이 드네요.
분재 취미가 지나쳐서 솔직히 고생을 좀 하게 되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 과거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라면 도저히 못하겠더군요.ㅎㅎㅎ
분재 소재를 하나 생산하기위해서는 만번의 손길이 간다는 그말 몸서 체험해보지 않으면 이해 하기 힘든니다.
수요자는 단순히 현재의 결과물과 자기의 경제력를 기준으로 모든걸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동안의 노고를 이해를 해주시는 분을 만나면 기본 좋은일지만 그렇지 않을때가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것또한 어쩔수 없는일 아닐까요...
그사람이 나일수 없고 내가 그사람일수 가 없으니까요
아무쪼록 실생분재로서의 최고라는 인정이야 말로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싶네요
주절주절 몇자 적어 봅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쉬어가면서 하세요^-^
기찻길님은 좋은 소재를 만들기위한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계시는군요.
아직은 저의 나무가 '내노라'할만한 것이 못된다고 봅니다.
어차피 좋아서 걸어온 길 묵묵히 앞만보고 달리겠습니다.
풀과의 전쟁 해본사람만 압니다.
전쟁에서 이길려고 별의별것을 다해봅니다.
비닐도 깔아 보고 제초제도 뿌리고 예초기로 제초도 하고 놉을 대려 뽑기도하고
정답은 없는것 같습니다.
지속적인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것만 확인합니다.
그래도 자식같은 놈이 있으니 ...
님도 나무농사를 시작했으니 고생이 많으실 것으로 봅니다.
나무가 점점 커가면서 그 정도는 훨씬 더할 것입니다.
초심을 잃지 마시고 열심히 키워 목표를 꼭 이루십시요.
더위에 몸건강하시길....
그간 고생이 많으셨네요 앞으로도 반복되는 풀매기 작업이 매년 이루어 지겠지요. 저도 시골에 태어나서 여지껏 농사일 하면서 직장을다니고 있음니다만 보통 쉬운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쪼그리고 앉아서풀매면 오금다리 아프고 엎드리면 허리아프죠 헌데 분재신사님같은 경우에는 솔잎이 찌르기까지하니 고고통 알만함니다 18년 6개월동안 반복작업 노고가 많으셨음니다 존경 스럽음니다 모쪼록 건강유의하시고 곧 찿아뵙겠음니다
역시 시골에서 농사 경험이 있는 분이라 잘 이해를 하시는군요.
소나무 밭을 매고 나면 팔이 온통 울긋불긋 찔린 자국이 남지만 그정도는 참을만 합니다.
최대한 요령껏 건강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연락주시고 찾아오시면 저로선 감사할 일이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