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마을 이웃과 기관을 찾아뵙고 인사드렸습니다.
반장님, 회장님, 교장 교감 선생님, 권사님, 카페림의 박현이 선생님.
종일 인사드렸습니다.
최선웅 선생님께서 반장님께 미리 연락드려 마을 소개를 부탁하셨습니다.
반장님 댁에 도착하니 문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저희가 방문하는 것을 잊고 환기 중이셨습니다.
집 안 공기가 차갑다고 연신 미안해하셨습니다.
방석도 가져다주시고 따듯한 차와 빵도 내어주셨습니다.
빵을 자르다가 실수로 컵을 엎질러 팔을 살짝 데었습니다.
반장님께서 걱정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약도 발라주시고 제가 실수한 것임에도 컵을 더 옆에 놓을 걸 하고 미안해하셨습니다.
반장님의 말씀을 청해 들었습니다.
처음 마을에 정착하실 때 외지인으로 겪으셨던 어려움을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마을에 처음 오는 외지인의 힘듦을 아셔서 이후 마을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친절히 대해주셨습니다.
저도 마을에 두 달 동안 머물게 된 타지에서 온 청년으로 환대해주셨습니다.
반장님께서 회장님을 소개해주셨습니다.
회장님댁으로 가는 길이 살짝 얼어있었습니다.
모래 뿌려진 길로만 다니라고 신경 써주셨습니다.
마을의 어른으로서 손님 대우를 극진하게 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어른다움을 느꼈습니다.
회장님께 인사드린 뒤 장로님과 목사님을 소개해주시려 하셨습니다.
장로님께서 댁에 안 계셔서 다음에 소개해주시기로 하셨습니다.
다음 이웃분을 소개해주시려는데 최선웅 선생님께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11시에 뵙기로 약속한 동명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이셨습니다.
10시 반으로 시간을 알고 계셨어서 반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매일 아침 달리기로 기른 체력이 빛을 발할 때였습니다.
학교까지 달려가는데 숨이 헉헉 찼습니다.
좀 더 달리기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 인사드렸습니다.
마을에 새로 들어온 청년으로서 마을 어른께 마땅히 인사드리러 갔습니다.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선생으로서 협력할 수 있는 기관에 인사드렸습니다.
마을 청년과 사회사업하는 도서관 선생.
두 가지 정체성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사회사업을 모르시는 분들은 저희를 봉사활동하는 대학생으로 아십니다.
스스로 사회사업가로서 정체성과 철학, 주안점, 가치들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봉사하는 대학생이 돼버립니다.
학교에 인사드린 후, 다시 반장님께로 달려갔습니다.
사회사업가의 일은 발에 땀 나도록 마을을 돌아다니며 인사하는 것이라는 말이 몸으로 와닿습니다.
반장님께서 권사님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미리 연락도 못 드렸는데 흔쾌히 집으로 초대해주셨습니다.
권사님을 생각하면 티 없이 맑게 함박웃음 지으시며 반겨주시던
권사님의 표정이 떠오릅니다.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반장님께서 권사님 자랑을 하셨습니다.
처음 마을에 들어와 사실 때 주변 반대가 있었는데
권사님께서 찬성해주셔서 정착할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것이 당연한 요즘입니다.
힘든 시기에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이웃이라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권사님 댁 거실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더 있다가 가라는 권사님 말씀을 듣고 반장님께서“라면이라도 끓여주면서 가지 말라고 해야죠 허허”하며 위트있게 대답하셨습니다.
덕분에 라면도 얻어 먹었습니다.
권사님 댁에 라면이 없어서 반장님께서 라면을 댁에서 가져오셨습니다.
먹을 입은 다섯인데 라면은 두 묶음을 가져오셨습니다.
권사님께서 라면을 보며 “남은 것은 집에 두고 끓여 먹으라고 넉넉히 들고 오셨나보네~” 하셨습니다.
호숫가마을 이웃들은 항상 넘치게 주고 받습니다.
받은 만큼만 주지 않고 뭐라도 더 얹어서 주십니다.
기브 앤 테이크. 받은 만큼 주고 주는 만큼 받는 것이 당연한 요즘엔 더 받으면 더 챙겨야해서 되려 부담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안 주고 안 받는 것이 익숙합니다. 추동에서는 그런 것은 개의치 않고 기쁘게 줍니다. 더 주는 것이 익숙해보입니다.
라면을 먹다가 우편을 전하러 우체부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권사님께서 라면이 있으니 한 그릇 하고 가라고 권하십니다.
넉넉하게 라면을 끓이니 우체부 선생님이 갑자기 오셔도 드실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체부 선생님과 한 상에서 라면을 먹게 되었습니다.
10년 동안 추동에 계신 최선웅 선생님께서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하십니다.
이웃 간의 정이 살아있는 1980년대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호숫가 둘레길을 걸어 카페림에 도착했습니다.
박현이 선생님께서 오늘은 선생님께서 사주신다고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하셨습니다.
아이스 생강 라떼를 추천받아 마셨습니다. 계속 생각나는 맛의 생강 라떼였습니다.
제가 발목이 안 좋다고 하니 선생님께서 몸소 카페 바닥에 누워 발끝 체조를 알려주셨습니다.
인사드리러 갔더니 생강 라떼도 얻어먹고 발끝 체조도 배웠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이웃들께 인사드렸습니다.
거저 받은 것만으로 배가 가득 찼습니다.
마음도 따뜻한 훈기로 가득 데워졌습니다.
첫댓글 '거저 받은 것만으로 배가 가득 찼습니다.
마음도 따뜻한 훈기로 가득 데워졌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정경과 성령과 함께 달리며 인사드린 날.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