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불 쨍 얼어붙는 곳에
배경은 사실 그랬다.
난로 열린 틈으로 젖은 장작 때는 연기가 솔솔 새어 나오고,
거실에는 매캐함이 가득했다.
잭 메리나이*풍으로 화살을 마구 날렸다.
불 필 땐, 창문 좀 열어놓으라는 말을 매번 잊어먹는 그곳에
연거푸 기침을 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그곳에
목소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커졌냐고 화를 내는 곳에
양이랑 돼지 중 누가 더 크냐고 따지는 곳에
끓고 있는 된장찌개 냄새 싫다고 투덜대는 곳에
된장이 문제야, 당신이 문제야 따지는 곳에
눈싸움이 시작되는 곳에
한 마디 던지고 나가버리는 곳에
한 겨울 시드니 유월이 주저앉은 곳에
귀와 마음이 꽁꽁 얼어붙는 곳에
창문 한 장,
마음 한 장,
활짝, 열어두면 좋았을 그곳에
*알바니아계 미국 시인
시작노트
어느새 헐벗은 나무들만 가득한 계절입니다.
많은 것들이 낡아가느라 정신이 없는 시간 속에도
詩는 살아서 손톱을 세웁니다.
어제는 피아노 다리가 부서지고,
어제는 이웃의 수도관이 터지고,
어제는 듣던 음악이 멀리서 삐걱거리는,
다정함이 몹시 필요한 계절인데
날씨는 자꾸 얼어붙는군요
어깨도 무릎도 심장도 딱딱해져 가는 시드니 겨울,
한두 달 후면 뜰에 아젤리아가 한껏 웃겠지요.
물 오른 목련봉오리도 터질 듯, 터질 듯
첫 이마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건너 방에 있는 당신,
안부를 묻습니다. 잘 계시지요?
윤희경 / 2015년 ‘미네르바’ 신인상 등단. 시집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 전자시집 ‘빨간 일기예보’, 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수상, 엠코(주) 월간에세이 연재. ‘문학과시드니’ 편집위원. 빈터, 캥거루문학회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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