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는 지난 카약 이야기 7에 이어 초보 카약커는 물론 기술 향상을 원하는 카약커들 역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어 하는 불균형과 비효율로 인한 문제를 다퉈 봤으면 합니다.
지난 이야기에서는 주로 '노를 잘못 사용함'에 의한 문제에 대해 다뤘지만 오늘은 '카약을 중심으로 발생되는 불균형과 비효율의 문제'를 다뤄보려 합니다.
우선 우리가 타는 카약은 어떤 타입, 형태, 재질이 되었건 간에 카약커의 체중보다는 훨씬 가볍습니다.
따라서 상체 무게가 더 무겁고 큰(심지어 머리까지 엄청 큰) 카약커는 하체가 더 튼실한 카약커에 비해 무게 중심이 높게 형성될 수 밖에 없어 균형을 잡는데 있어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성이나 어린이들이 카약을 타면 잘 뒤집히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한편 카약에 올라 탔을 때 우리 몸이 카약의 선체에 가장 크게 접촉되고 하중이 걸리는 부분은 단연코 엉덩이(Hip)가 되죠.
결국 자신의 엉덩이와 차례로 연결된 허리와 복부, 가슴, 어깨, 팔, 손, 패들을 거쳐 다시 카약이 떠 있는 물(water)에 패들을 꽂아 넣고 순간적으로 신체 여러 부위에서 고루 만들어 낸 힘을 엉덩이를 통해 다시 카약에 전이시킴으로써 카약이 기동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엉덩이가 깔고 있는 좌석(seat)은 흔들리지 않고 카약에 잘 고정되어 있어야 하며, 그 위치 또한 카약커의 체중이 카약의 전후 용적 분배와도 균형이 잘 맞아야 하는 것입니다.
좌석을 어느 정도 앞 뒤로 조정할 수 있게 만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카약을 기동시키기 위해 힘을 카약에 전이시키는데 있어서 엉덩이 못지 않게 발(foot)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며 등받이(back band) 역시도 아주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입니다.
결국 카약의 움직임에 있어 대부분의 불균형은 바로 엉덩이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카약은 엉덩이로 타는 것이다'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엉덩이를 들썩이면 카약은 절로 따라 들썩이게 될 것이고, 카약이 제 아무리 날뛰려고 해도 엉덩이로 좌석을 잘 눌러주고 있으면 카약은 순순히 주인 말을 잘 듣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만 잘 해도 카약이 전복될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엉덩이로 좌석을 잘 누르려면 상체 대부분이 엉덩이 바로 위에 곧게 서(standing) 있어야 하겠죠?
체중으로 지그시 눌러주는...
그래서 카약을 탈 때 '똑바로 앉아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특히 반쯤 뒤로 드러누운 자세로 타면 카약의 선수(Bow)가 더 들려지게 되어 방향이 틀어질 가능성이 증가함은 물론 선미(Stern)가 수면의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되어 안정성이 급격히 저하될 수도 있으며, 파도나 바위를 피하려고 옆으로 몸을 피하면 카약은 그만큼 가벼워지면서 더 쉽게 요동치게 될 것이고 결국 전복될 가능성이 더욱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이런 나쁜 자세가 손목과 팔꿈치, 어깨 부상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더 힘든 패들링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라도 특히 빨리 개선해야 합니다.
그럼 카약을 타고 노를 저어갈 때 카약에는 과연 어떤 움직임들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해 말씀드려보죠.
다음에 언급하는 카약의 움직임들에는 카약커 스스로가 만드는 것들도 있지만, 물(water)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들도 있는데 이것들 모두가 카약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균형과 순항을 좌우하는 효율에 부정적인 요소들이므로 이것들을 잘 이해하고 감안해서 노를 저으면 훨씬 힘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① 롤링(Rolling)
잔잔한 수면인데도 카약이 좌우로 요동치는 것으로 처음 카약을 타는 이들이 카약이 뒤집어질까 가장 두려워하는 움직임입니다.
카약의 선체 바닥 모양이 V 혹은 좁은 U자 형 선체들은 기본적으로 카약이 좌우로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치더라도 평평하거나 넓은 U자 형태 혹은 다각형으로 꺾여 올라가 쉽게 기울어지지 않는 선형들은 카약커 스스로가 좌우로 몸을 흔들거나 엉덩이를 좌우로 들썩일 때 롤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롤링이 선체 바닥과 측면부에 편향적인 저항을 유발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 순간적으로 외력이 가해지면 전복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게 되죠.
나름 리듬있게 패들링한다며 좌우로 카약을 롤링하면서 타는 분들 적지 않죠?
② 피칭(Pitching)
카약의 선수와 선미가 상하로 번갈아가며 요동치는 것으로 대부분의 경우 노를 힘차게 젓겠다고 상체를 앞 뒤로 심하게 움직이면서 저을 때 발생하는 움직임입니다.
파도를 타고 넘을 때도 이런 움직임이 발생하는데 파도가 높을수록 피칭의 정도도 커집니다.
카약의 앞 뒤가 반복적으로 잠수와 부상을 반복하게 되면 굉장히 꽤 큰 수면 저항을 유발하게 된다는 건 뭐 상식이죠.
앞 뒤가 평평한 선형이면 그 저항이 더욱 클 것이고, 날카로워서 물을 잘 가르는 선형이라 할지라도 저항의 크기만 좀 덜할 뿐 역시 저항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카약이 심하게 피칭할 만큼 상체를 앞 뒤로 수그렸다 젖혔다를 반복하며 타는 것은 조금이나마 빨리 달리고 싶은 자신의 의도와 달리 더 느려지게 만든다는 점 기억하시길...
③ 요잉(Yawing)
이것은 카약의 선수와 선미가 좌우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것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카약커 스스로가 노를 좌우로 넓게 젓거나(sweep strokes) 너무 강하게 저음에 의해 좌우로 돌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규칙하게 솟구치는 쵸피(choppy) 파도에 카약의 앞 뒤가 좌우로 떠밀림에 의한 것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카약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저항을 유발하게 되는 동시에 극심한 체력적 손실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개선하고 보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파도에 떠밀리는 외부적 영향까지 무슨 수로 막겠느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는데요.
그러한 외부적 영향에 의한 카약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해서 적절한 패들링을 하면 얼마든지 좌우로 돌아가는 움직임을 줄일 수 있습니다.
④ 서징(Surging)
카약이 전후 방향으로 통째로 밀리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이것은 노를 저음에 의한 것이 아닌 전적으로 외부적 요인에 의한 움직임입니다.
즉 파도나 바람 등에 의해 카약이 전후 방향으로 밀리는 현상으로서 특히 파도의 경사면에 비스듬하게 위치하게 되었을 때 진행 방향으로의 경사면에서는 앞으로 떠밀리고 반대쪽 경사면에서는 뒤로 떠밀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파도가 상승하고 하강할 때 생기는 외력에 의한 것이죠.
따라서 앞으로 떠밀릴 때 더 빠르게 저어 가속을 하면 이른바 신나는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것이고, 파도의 피크(peak)가 자신을 지나쳐 앞서 나가 반대쪽 경사면에 있게 되었는데도 계속 노를 저어봐야 옆에서 보면 마치 제자리에서 열심히 노를 저으며 힘만 빼고 있게 될 것입니다.
⑤ 스웨잉(Swaying)
카약이 통째로 좌우로 밀리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이것 역시 즉 바람이나 파도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좌우로 밀리는 것으로 보트 컨트롤에 미숙한 초보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가 되며 초중급 수준의 카약커에게도 굉장한 위협을 주게 되는 움직임입니다.
심한 경우 순간적으로 쇄파가 함께 발생하거나 강력한 돌풍이 동반되는 경우 카약이 뒤집히기도 하죠.
화끈하죠!
⑥ 히빙(Heaving)
이것은 카약 전체가 상하로 떠올랐다가 하강하는 움직임을 말하는데, 커다란 너울성 또는 쵸피성 파도가 지나가거나 넘을 때 경험할 수 있는 카약의 움직임이죠.
파도에서의 이러한 움직임은 파도 꼭대기(peak)에서는 카약의 선체 바닥면이 수면과 닿는 면적이 순간적으로 적어지게 되어 균형을 잃을 수도 있으며, 가장 낮은 지점인 골(trough)에서는 선체 바닥 전체가 마치 물 속으로 내려 앉는 듯한 상태가 되기도 하는데, 이때 카약은 아무리 저어도 마치 물에 달라 붙은 듯이 거의 움직여주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카약이 순간적으로 허공으로 떠 올랐다 떨어지는 순간에는 그야말로 바이킹을 타는 느낌까지 드는데, 처음에는 희열이나 공포를 느끼게 되지만 이것이 계속 반복되면 멀미까지 유발하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카약의 움직임들은 각각 단 하나만 일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여러 움직임들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카약커에게 공포 또는 스릴을 가져다 줍니다.
따라서 수면 상황이나 바람, 조류 같은 외부적 요인들이 카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고, 그것은 적절하게 대처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체중을 얼마나 온전히 카약에 실어줄 수 있느냐와 하체로 카약을 얼마나 잘 잡아줄 수 있느냐에 따라 카약이 미쳐 날뛰는 야생마가 되느냐 아니면 말 잘듣는 명마가 되느냐가 결정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은 '카약이 문제가 아니라 타는 사람이 문제다'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수면 상황에서의 이러한 카약의 움직임들은 어떤 유형 카약의 카약이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거의 마찬가지로 일어나게 되는데요.
이것을 두고 전반적인 카약의 주행 성능을 좌우하는 내항성(seaworthiness)이라고 부릅니다.
즉 잔잔한 수면 위를 주행할 때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도 파도가 있는 상황에 들어가게 되면 생기는 외부적 요인에서 카약이 얼마나 제 성능을 유지해 줄 수 있느냐는 카약킹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카약의 선형과 내항성간의 상관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