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고대국어 갑골문자 원문보기 글쓴이: 하늘아비
舟 배 주
배(선박), 베(옷감), 배(사람의 몸), 배다(띠다)
舟의 갑골문
舟의 금문 舟의 전문
舟는 선박(船舶)의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象形文字)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박을 주장한 경우는 아마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 이후로 단 한 번도 없었을 것입니다. 허신은 후한(後漢) 때의 사람이니, 거의 2천년을 상형문자로 알아 온 것입니다. 전 세계 문자(文字)를 아는 사람의 과반수이상이 한자(漢字) 문화권(文化圈)의 사람이며, 그기에 2천년이 넘도록 이 모양의 글자를 ‘선박’의 모습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端舟(단주), 方舟(방주), 一葉片舟(일엽편주), 舟梁(주량) 등등의 성어에서 舟는 ‘배’의 뜻을 나타내며, ‘배’는 舟의 가장 일반적인 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舟의 갑골문, 금문, 전문, 그리고 현재의 해서(楷書) 자형에 이르기까지 어느 글자가 배의 모양과 닮았다고 하는지, 그 동안 舟의 자형을 배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象形文字)라고 배우거나 주장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반문합니다.
“어디가 배 모양인가?”
갑골문 자형(字形)은 물론이고 전문(篆文)과 현재의 자형 어디를 보더라도 딱히 선박(船舶)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억지로라도 거룻배 따위를 위에서 바라본 모습 정도로 치부해 볼 수도 있겠지만, 선두(船頭)와 선미(船尾)의 구분도 없으니 뗏목 정도를 간략화 시킨 것이라고 여겨질 듯도 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이 선박의 모양을 떠올린다면 사람 시선의 높이에서 형상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늘 위나 높은 언덕에서 바라보아 바닥이 보이는 배의 모습은 뱃사공이 아닌 다음에야 일반적인 선박의 모습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 모양의 배를 본다는 것은 현대인은 물론이고 고대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아주 특별한 경험일 것입니다. 문자는 일상의 말을 기호로 나타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개연성(蓋然性)을 가질 수 있으며, 시각적인 말인 문자로 유통되고 살아남습니다. 즉 일반화(一般化)될 수 있는 것입니다.
舟의 자형을 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특히나 다른 글자의 한 요소로 사용된 용례(用例)들을 볼 때는 더더욱 배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배(/선박)’의 뜻으로도 사용이 되기는 하지만, 다른 형상을 지시하는 이름으로 [배/베]라는 소릿값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즉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의 확장된 개념이라 할 수 있는 군어(群語)로 사용된 표음문자입니다.
舟자가 실제 나타내고 있는 바는 옷감의 단위로, 베를 만들고 난 뒤 얼레 모양의 틀에 감아두는데, 그 단위를 나타내는 것이며, 자형 자체는 그 얼레나 얼레에 베가 감겨져 있음을 나타냅니다. 舟자가 가미된 다른 글자들에서 배달말의 ‘배/베’의 소릿값을 가지는 다양한 의미를 나타냅니다.
何以舟之 維玉及瑤. 『詩經·大雅』
무엇을 밴 지고, 옥과 옥돌이라.
상기 문장의 舟는 일반적으로 ‘띠다, 두르다, 허리띠에 차다’ 등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배다(/느낌, 생각 따위가 깊이 느껴지거나 오래 남아 있다)’의 뜻입니다. 여기서의 ‘배다’는 현대국어에서는 ‘새끼를 배다’, ‘높은 산을 올랐더니 알이 배기다’, ‘이삭이 배다’ 등의 예문에서처럼 ‘속이 부풀어 오르다’ 정도의 어감을 나타내고 있기는 하지만, ‘등에 지다’에서 ‘지다’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배 쪽에 물건을 두르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며, 이로부터 ‘띠다, 두르다’ 등의 뜻이 도출됩니다.
祼用鷄彝·鳥彝 皆有舟. 『周禮』
내림굿에 쓰는 계이(鷄彝), 조이(鳥彝)는 모두 베개(/받침)가 있다.
상기 예문에서 舟는 술그릇 따위를 받치는 기구의 고유명사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舟에는 또 ‘얹다, 받치다’의 뜻도 있는데, 순우리말의 ‘베개’를 나타냅니다. 현대국어에서 ‘베다’는 주로 잠을 자거나 할 때, 머리를 받치는 것을 의미하고 있지만, 상고국어에서는 특정한 상태의 받침을 아울러 일렀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侜 가릴 주
배다
侜의 전문
侜의 전문 자형은 ‘사람 고유의 특성’을 뜻하는 人과 舟의 합자이며, 舟의 ‘배’와 더하여 ‘배다(/[옛말]뒤집다. 뒤집히다. 망치다. 없애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防有鵲巢 邛有旨苕 誰侜予美 心焉忉忉
中唐有甓 邛有旨鷊 誰侜予美 心焉惕惕 『詩經』
제방에는 까치집 있고, 봉긋한 언덕에는 능소화. 누가 제 아름다움 밸까 마음은 에릿에릿.
중당(中唐)에는 벽돌담, 봉긋한 언덕에는 물새 있네. 누가 제 아름다움 배어버릴까 마음은 팔락팔락.
상기 시경 구절의 侜를 설문의 자원에 따라 ‘속이다’로 새기고, ‘予美’는 ‘나의 아름다움’에서 ‘그리운 임’으로 의역하여, ‘임을 속이다’는 식으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시(詩)가 되었던 수필이 되었던 첫 구절에 대뜸 ‘사기를 당하다, 속이다’라는 표현의 출현은 뜬금없다고 하겠습니다. ‘予美’를 ‘나의 사랑하는 님’으로 본다면 ‘美’의 뒤에 2인칭 대명사 ‘汝, 爾’ 등이 생략되었다는 것인데, ‘나의 아름다운 님’과 같은 표현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아니면 美가 영어에서의 ‘lover’로 쓰여, ‘予美’가 ‘my lover’로 풀이해야 되는데, 美의 이런 쓰임은 한문은 물론이고 한국어에서도 쓰이지 않습니다. 그런 문장이 나타나려면 관용격식화 된 표현이어야 합니다. 이는 ‘侜’를 동사 ‘속이다’로 보고서는 뒷부분을 끼워 맞춘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기서의 侜는 ‘망치다’의 옛말 ‘배다’이며, 경상도 일부지역에서는 아직도 ‘배리다’로 그대로 구현되고 있기도 합니다. 앞 구절에 나오는 ‘제방에는 까치집 있고, 봉긋한 언덕에는 능소화’는 집을 나서면서 바라다 보이는 경치를 표현한 것이며, 이는 집 안에서 아주 정성들여 몸치장을 하고 나서며, 혹시라도 임을 만나기도 전에 치장한 차림새가 흩뜨려 질까 조심하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설레고 설레는 임 만나러 가는 길에 대한 정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輈 끌채 주
배 모양의 수레, 목도, 배다, 배기다
輈의 전문
輈의 전문 자형은 車와 舟의 합자이며, ‘배 모양의 수레’로 바퀴가 달리지 않고 인력으로 달랑달랑 들고 가는 ‘목도(/두 사람 이상이 짝이 되어, 무거운 물건이나 돌덩이를 얽어맨 밧줄에 몽둥이를 꿰어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목도채’의 뜻을 나타내며, 또 車는 轉(구를 전)의 축약으로 ‘동작의 상태’의 뜻을 나타내는데, 舟의 ‘배’와 더하여, ‘배다(/물건의 사이가 비좁거나 촘촘하다), 배기다(/바닥에 닿는 몸의 부분에 단단한 것이 받치는 힘을 느끼게 되다)’의 뜻도 나타냅니다.
杠輈(강주 ; 조선 세종 때에, 귀중품 따위를 나르는 데 쓰던 운반 용구. 가마와 비슷한 모양이다)에서 輈가 ‘목도, 목도채’의 뜻입니다.
平時預有所定, 則臨急可免輈張之患. 『英祖實錄 3年 4月 29日』
평시에 미리 정해놓은 바가 있다면 위급에 임하여 배기고 땅기는 근심을 면할 수 있습니다.
상기 문장의 輈는 ‘배기다’의 뜻입니다. 다음의 張(베풀 장)은 여기서는 활을 길게 하는 것으로 ‘당기다, 땅기다’의 뜻이며, 여기서의 ‘輈張’은 ‘緩急(완급 ; 일의 급함과 급하지 않음)’과 거의 유사한 쓰임입니다.
[현재의 국역본에서는 ‘輈張’을 ‘두려워하다’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勹舟 둘러쌀 주/두루 주
배다
勹舟의 전문
勹舟의 전문 자형은 勹와 舟의 합자이며, 勹는 包(쌀 포)의 축약으로 ‘包含(포함)’의 뜻을 나타내며, 舟의 ‘배’와 더하여, ‘배다(/스며들거나 스며 나오다/느낌, 생각 따위가 깊이 느껴지거나 오래 남아 있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服 옷 복
베를 마르다, 옷
服의 갑골문
服의 금문 服의 고문 服의 전문
服 자에 대한 기존의 자원풀이는 ‘배의 양쪽에 붙이는 널빤지’이며 본체에 곁들인다는 것에서 ‘옷, 복종’의 뜻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服의 우측 부분 卩又(다스릴 복)자로 ‘다스리다 → 맞추다’와 ‘⺼(고기 육) → 본체’라는 두 개념의 합(合)이라는 것입니다.
‘배의 양쪽에 붙이는 널빤지’와 같은 특수 기능의 구조물이 일상의 언어에 반영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은나라는 물론이로 이 갑골문자를 만든 배달사람이 수상생활을 했던 사람들도 아닙니다.
服의 갑골문은 舟[①]와 㔾[②]과 又[③]의 합자입니다. 舟는 옷감의 ‘베’를 의미하며, 㔾은 節(마디 절)의 축약으로 ‘조절(調節)하다’의 뜻이며, 又는 동작이나 행위를 나타냅니다. 즉 ‘베를 사람에 맞추다’로 ‘옷’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금문과 전문은 갑골문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고문(古文) 자형은 舟와 人의 합자로 ‘몸에 걸치고 있는 베’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경우는 딱히 ‘옷’이라는 관념에 부합되지 못합니다.
衣服(의복), 洋服(양복), 正服(정복), 素服(소복) 등의 성어에서 服이 ‘옷’의 뜻입니다.
服從(복종), 屈服(굴복), 款服(관복), 感服(감복), 服屬(복속) 등의 성어에서 服은 ‘따르다’의 뜻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는 배달말의 관용어 ‘옷 입다’가 비유적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옷 입다’는 그 옷이 상징하는 단체나 부류에 따른다는 의미입니다. 즉 ‘따르다’의 뜻을 ‘옷을 입다’로 풀이한 글자입니다. 마찬가지로 服務(복무)에서 服은 관부(官府)나 직책에 따라 ‘옷’을 달리 입었던 것에 따른 성어입니다.
降伏(항복)은 降服(항복)으로도 쓰는데, 伏(엎드릴 복)은 ‘엎드리다’의 뜻이며, 服은 ‘복종(服從)’의 뜻입니다. 물리적 힘에 의하여 질 경우에는 伏이 맞으며, 스스로 포기할 경우에는 服, 즉 ‘옷 입다’입니다.
服用(복용)에서 服은 ‘약을 먹다’로, 服劍(복검)에서 服은 ‘차다’로 풀이하지만, 실제는 服에 있는 舟가 사람 몸의‘배’를 의미합니다. 腹(배 복)과의 차이점은 腹의 复(회복할 복)은 풀무의 상형으로 ‘반복하다’의 뜻으로 사람이 호흡을 할 때 배가 계속 반복됨을 의미하며, 服에서는 ‘배(/베)에 맞추다[卩]’로 ‘배(/사람 몸)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箙 전동 복
베로 덧씌운 동개, 화살집
箙의 갑골문(備와 통용)
箙의 금문 箙의 전문
箙의 갑골문 및 금문 자형은 舟의 내부에 矢가 들어가 있는 모양이며, 전문 자형은 화살의 주재료인 竹의 아래에 服이 놓여 있는 모양입니다.
전문에서의 服은 ‘배’에서 ‘배다(/줄기나 몸통 속에 가지다/물건의 사이가 비좁거나 촘촘하다)’를 나타내어, ‘화살집’의 모양을 나타낸 것입니다.
갑골문과 금문의 사각형 통 모양이 전문에서 服으로 변경된 이유는 医(동개 예)는 ‘화살이 담겨져 있는 통’ 자체의 의미인 반면 箙은 일정한 규격을 갖춘 상태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화살의 종류와 수량에 따라 갖가지 색상이나 문양으로 구분해 놓은 규격품으로서의 동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또 갑골문에서 備(갖출 비)와 통용될 수 있는 이유는 舟가 비단인 ‘베’인 것에서 당시에는 화폐의 대용품을 의미하고, 矢로 일정한 단위로 포장이 되었음을 나타내어 ‘(/언제라도 쓸 수 있는 상태로)갖추다’의 뜻이 됩니다.
矢箙(시복 ; 화살집), 魚箙(어복 ; 물고기 껍질을 입힌 전통) 등에서 箙이 ‘화살집’의 뜻입니다.
受·授주고받을 수
무엇을 주고받는가? 베(화폐 대용물)
受의 갑골문
受의 금문 受의 전문 授의 전문
受 자의 기존 자원에서는 ‘배(/선박)를 주고받는 모양’이라고 하지만, 선박을 주고받는 것이 ‘주거나 받는’ 일상의 행위를 나타낸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주고받음의 대상은 재화의 가치 척도인 ‘돈’입니다. 受의 갑골문 및 금문에 보이는 舟와 전문에 보이는 冖은 모두 옷감으로서의 ‘베’를 나타내며, 당시의 이 베는 통화(通貨)의 기능을 대신한 것입니다.
갑골문 시대인 은(殷)나라의 주력 산업 중의 하나는 비단의 생산이었습니다. 다른 옷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비단의 경우에는 숙달된 기능과 노동력의 집약체로서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고가 제품의 대명사입니다. 그리고 옷감[/베]은 아주 근대에 이르기까지 화폐로서의 기능을 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高宗) 황제(皇帝) 때까지도 이 옷감인 ‘베’를 세금으로 내기도 했으니 일반 백성의 생활에서 ‘값’으로 주고받았음을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화폐와 공존하며 ‘돈’의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受의 갑골문 및 금문 자형은 舟[①]의 아래위나 양쪽에 손[②, ③]이 있는 모양이며, 전문에서는 舟가 帶(띠 대)의 축약인 冖으로 변경되어 있습니다. 갑골문과 금문에서의 舟가 전문에서 冖으로 바뀔 수 있는 이유는 舟와 冖이 공통으로 함의하고 있는 뜻이 같기 때문입니다. 冖의 기본 의미는 巾(수건 건)으로 ‘천/베’이며, 舟도 ‘베’를 감아두는 틀이기에 같은 의미 요소를 나타냅니다.
授는 전문 자형에서부터 확인되는데, 이 전에는 受로 ‘주다, 받다’의 뜻을 모두 나타내다가 구분자 手로 전문에서부터 분화시킨 것입니다.
接受(접수), 受用(수용), 引受(인수), 受動(수동), 受業(수업) 등에서 受가 ‘받다’의 뜻이며, 敎授(교수), 授業(수업), 授乳(수유) 등에서 授가 ‘주다’의 뜻입니다.
綬 인끈 수
주고받는 약속, 꼰목, 인끈
綬의 전문
綬의 전문 자형은 糸와 受의 합자입니다. 受의 ‘주고받다’가 ‘실을 꼬는 동작’의 비유어로 쓰여, ‘꼰목(/여러 올의 실로 짠 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糸가 約(맺을 약)의 축약으로 계약(契約)의 뜻이며, ‘계약에서 주고받다’로 ‘인끈(/도장 꼭지에 맨 끈/병권을 가진 무관이 발병부 주머니를 매어 차던, 길고 넓적한 녹비 끈’의 뜻을 나타냅니다.
첫댓글 공부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늘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