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 확대는 현재의 연공서열제가 지속되는 한 양립할 수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근속 1년 미만 신입사원의 임금을 100으로 환산했을 때,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295에 달한다. 일본(227), EU 평균(16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고령 인력이 늘어날수록 기업의 고용 여력은 제한되고, 이는 청년 고용 축소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을 만든다. 연공서열이 전제된 정년 연장은 결국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는 법적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청년 고용 확대 방안도 추진 중이다.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디지털 산업 인재 양성, 청년고용보조금 등의 대책이 그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고용 총량이 거의 정체된 현실을 과소평가한 채,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다. 더불어 청년고용정책 역시 공공 일자리, 단기 계약직, 보조금 중심의 단기 처방에 머물고 있어, 질 높은 민간 일자리 창출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두 정책이 양립하려면 임금체계 개편, 즉 연공서열제의 철저한 해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임금분포제’는 긍정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임금분포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실현을 위해 근속·직무·직급 등의 임금 정보를 공공데이터화하여 제공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은 동종 업계, 유사 기업 내의 임금 수준을 파악할 수 있으며, 부당한 임금 격차에 대한 교섭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산업 현장에서 자율적인 임금 격차 완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저연차 근로자나 여성, 비정규직 등 정보 비대칭에 놓인 노동자들은 제도를 통한 임금 협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임금 체계의 투명성이 강화되면 연공 중심이 아닌 직무 기반의 공정한 보상 시스템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의 연공서열 구조는 너무 깊이 고착화되어 있다. 단순히 임금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산업 현장의 보수 체계를 변화시키기 어렵다. 임금 결정 과정에서 고연차·고직급 근로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저연차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임금 협상을 벌이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 과거 수십 년간 연공급을 유지한 기업의 인사관리 특성상 직원들은 직장 내 장유유서 문화에 익숙하고, 인사담당자들조차도 직무급에 대한 경험과 인식이 부족하기에 직무급을 자율적으로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일정 부분 강제력을 부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고령자 고용 유지와 청년 고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법제화하고, 직무 기반 임금체계 전환을 국가 차원에서 장려해 성과를 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대해 직무 중심 임금체계 도입을 유도하거나, 공공부문부터 단계적 도입을 통해 민간 확산을 꾀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 확대는 연공서열제 타파가 선제돼야만 양립 가능하다. 고령 근로자의 고용 연장을 사회적으로 수용하려면 임금 체계의 유연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하며, 청년 고용 확대를 실질화하려면 단기성 정책이 아닌 지속가능한 민간 일자리 창출과 산업 구조 전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제는 ‘누가 더 오래 일하느냐’보다 ‘어떻게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일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고용 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재명 정부의 정년 연장과 청년고용 확대 공약은 결국 서로를 발목 잡는 정책으로 남게 될 것이다.
첫댓글 논지의 일관성 B / 논지의 명확성 A / 구조의 완성도 A / 논증의 설득력 A / 글이 개성적인가 A~B
은지
- 현 정권이 펼치고 있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단기 처방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는 부분이 주장을 잘 뒷받침한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임금 제도로 주장하는 바를 좁혀서 명확성과 글의 개성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 3문단에서 부작용에 대해 언급한 점은 좋았으나 그 부분의 비중이 다소 커서 주장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같은 내용을 말해도 뉘앙스에 따라 느낌이 다를 것 같아서 양립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메인으로 가져가되 이런 점은 보완해야 한다는 식으로 수정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논지의 일관성 A / 논지의 명확성 A / 구조의 완성도 A / 논증의 설득력 A / 글이 개성적인가 B
- 연공서열제를 중심으로 일관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 대안(임금분포제)과 해외 사례(일본)가 적절하게 언급돼 설득력도 높은 것 같아요. 여러 번 읽으면서 단점을 꼬집으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건드리고 싶지 않은 글인 것 같습니다! 이번 주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