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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9일(목)~(15일째... Carrion de los Condes~ Terradillos de los Temolanos: 26.3km)
순례자숙소: R.P Los Templarios 사설 알베르게, 7유로)
가랑비가 솔솔 둘러쓴 우의(雨衣)를 적시고 있다.
여민 옷자락 젖을새라 다시 매무새 가다듬고 마음도 차분히...
어제 사둔 '토마토'를 꺼내여 한입 배어무니 즙의 상큼함이 입안 가득 전해온다.
은행잎 물들은 아스팔트길을 1km쯤 따라 걷다가 왼쪽으로 노란 화살표가 표시된 방향으로
별생각 없이 한 20여분 걸어가다 문득 아무런 표식이 눈에 들어오지 않음이 직감된다.
한적한 시골풍경따라 맥이 풀린 모양새로 다시 되돌아 처음 분기점으로 와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표시밑에 마을 이름이 쓰여있다.
한국에서 오기전 이점을 주의하라고 모 산티아고 모임 카페에서 읽었었는데...
이곳엔 노란화살표나 조가비 이정표가 가는곳 마다 있어 혼자 걸어도 길을 잃을 경우는
거의 없지만 오늘 일처럼 화살표 아랫쪽에 마을이름이 쓰여있거나 알베르게 알림(홍보용)으로
쓰여진 경우는 무조건 따라가면 안된다.
한 40여분 정도를 괜시히 딴 방향으로 헛걸음을 했으니 조금은 허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참을 걷다 만난 이들은 오누이라고 한다.
서로를 의지하며 걷는 모습이 보기좋아 사진한장을 찰칵하는 시늉을 했더니 흔쾌히 포즈를 취해준다.
'부엔 카미노!'
이제 농로가 시작된다.
오늘은 Carrion de los Condes 마을에서 Terradillos de los Tempiarios까지 26.3km인데
바로 다음 마을인 Calzadilla de la Cueza까지 거리가 무려 16.8km이다.
그리 못 걸을바도 아니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길의 동선이 먼 지평선을 이루고 있다.
한참을 가다 길가에 베낭을 내려놓고 쉬고있는 한국 아가씨를 만났는데
어디 괜찮으냐고 물으니 어깨가 아파 더 갈수 가 없어 잠시 쉬고 있단다.
어찌하랴...
천천히 쉬엄쉬엄 오라고 인사를 전하니 웃으며 고마워 한다.
짓눌려 오는 어깨의 고통을 어이 모르랴만은...
그나 저나 언제 고대하는 마을이 이제나 저제나 나타날 것인가.
아침 8시에 출발하여 9시쯤에 농로에 들어서서 오후 1시 반경까지 계속 길의 동선이 이어진다.
참으로 넓디넓은 세상의 무한한 발품인가 싶기도 하다
다행히 중간에 비가림 작은 목재쉼터가 있어 잠시 배낭속 토마토 한개를 꺼내 들었다.
잠시후 카미노 아가씨 둘이 '올라'하며 들어선다.
멕시코에서 온 학교동창 사이란다.
역시 네모난 빵을 꺼내더니 나에게도 하나 권하길래 대신 토마토 두개를 전하니 좋아라 한다.
빵이 너무 딱딱하긴 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이길에서 나누는 서로의 따뜻한 마음인것을...
다시 먼저 길을 나선다.
나역시 둘러멘 베낭무게의 짓눌림이 만만치가 않다.
졸린눈의 시선은 종종 휘청거림의 갈 지(之)자를 만들어낸다.
저 멀리 'Calzadilla de la Cueza' 마을이 보인다.
초입에 들어서니 절로 휴우~...
아담한 마을풍경이다.
점심을 먹기위해 바(Bar)가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 동네 작은 골목을 들어서니 먼저 와있는
카미노 친구들이 반갑게 인사를 전해온다.
'올라!'...
이곳 바(Bar)는 다행히 메뉴가 풍성하다.
하여~ 간만에 돈 좀 쓰기로 했다^^
친절하고 인상좋은 주인장의 웃는 표정이 참으로 보기가 좋다.
돼지고기와 순대, 닭고기 살과 계란반쪽, 토마토와 피망이 곁들인 큰 쟁반이 가득하다.
거기에 부드러운 생맥주 한잔을 곁들이니... 캬!^^
먹는 즐거움의 단순한 일상이 무엇보다 최고인 듯 하다.
아주 맛있고 배부르게 먹은 후 길을 나서려는데 밖에 앉아있던 여자 카미노와 눈이 마주친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사진한장 찰칵...
두번째 만남이기도 한데 무척이나 상냥하고 붙임성이 좋은 카미노 미인이기도 하다.
역시 몇일전 통성명은 했으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랑비가 보슬보슬 갈길을 재촉한다.
저 길에 노란 길라잡이가 그려져 있어 한편 마음 든든하다.
그렇게 길이 이어진다.
붉은 남천열매와 피라칸다의 탐스러운 열매일 듯도 한데...
'Ledigos' 마을(6.2km를 걸어왔다)... 어느집 창가 옆 벽면에 걸려있는 붉은꽃 향기가 멋스런 화분에
어우러져 한껏 뽐을 내고 있다.
스쳐지나가는 순간의 시선이 그리 머물어있다.
다시 길이 이어지고...
어느 길섶가...
동실동실 붉은 자태가 지나가는 나그네를 유혹하고...
그리 꽃 단장을 마치였다.
Ledigos마을에서 3.3km여를 더 걸어 도착한 오늘의 종착지 'Terradillos de los Temolanos' 마을
중간쯤에 위치한 사설 알베르게에 베낭을 내려놓고 방을 배정 받았는데 퍽이나 마음에 든다.
창가쪽으로 아담한 마을이 보이고 닭소리가 꼬꼬댁 고향의 향수를 전해오고 있다.
2015년 10월 15일 프랑스 '생장'을 출발하여 이곳까지 '산티아고' 카미노의
절반인 400km여를 걸어왔네요.
시작이 반이라더니!... 스스로의 뿌듯한 위안을 다짐해봅니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끝내고 손빨래를 마친 후 침상에서 일기를 적고 있으려니
외국인 여자 둘과 얼마후 오는 도중에 만났던 한국 아가씨가 베낭를 내려놓으며 반색을 한다.
다른방에 비해 이층침대 8개중 4명뿐이다.
더욱이 밝은 표정의 모습들이라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오늘밤은 코골이 없은 평온한 밤을 보낼듯 하다.
배가 출출하다.
숙소 바로옆 바(Bar)가 한마당안에 있어 문을 나서면 지척이다.
경쾌한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양새가
한국의 오일시장 푸근한 정경을 닮아있다.
내일 고향 제주에서 진행되는 '제주올레 축제'가 성황리에 열리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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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래 사는 최선의 방법은 끊임없이 그리고 목적을 갖고 걷는 것이다. (찰스 디킨즈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