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구두를 선물한 제화공
겨울바람이 유난히 매서웠던 어느 작은 시골 마을, 골목 끝에는 손바닥만 한 구둣방 하나가 있었습니다.
간판에는 희미하게 "행복제화"라고 적혀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냥 "김씨 아저씨 구둣방" 이라고 불렀습니다.
아저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구두를 고쳤습니다.
손은 늘 굳은살투성이였고, 낡은 앞치마에는 본드 자국과 가죽 먼지가 가득했습니다.
장사는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손님이 두 명뿐인 날도 있었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때 주머니에는 달랑 만 원짜리 한 장뿐인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이상한 습관이 하나 있었습니다.
매년 겨울이 오면 마을 초등학교를 찾아가
교장 선생님께 말했습니다.
"선생님, 올해도 구두가 없어 겨울을 나는 아이가 있습니까?"
교장 선생님은 늘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아저씨도 어려우신데…."
그러면 그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도 어릴 때 맨발로 겨울을 보냈습니다.
그 추위를 아니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그해 겨울, 5학년 민수는 운동화 앞코가 벌어져
양말이 밖으로 보였습니다.
눈이 오는 날이면 양말까지 젖었고, 친구들이 놀릴까 봐 쉬는 시간에도 운동장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몇 해 전 세상을 떠나셨고,
어머니는 병으로 누워계셨습니다.
민수는 학교가 끝나면 신문을 돌리고 우유 배달을 하며 생계를 도왔습니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민수야, 방과 후에 잠깐 선생님 따라가자."
민수는 혹시 잘못한 일이 있나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데려간 곳은 작은 구둣방이었습니다.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민수의 발을 재기 시작했습니다.
"발이 많이 시렸겠구나."
그 한마디에 민수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며칠 뒤, 윤이 나는 검은 구두 한 켤레가 완성되었습니다.
아저씨는 새 양말까지 함께 내밀었습니다.
민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얼마예요?"
아저씨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대신 약속 하나만 하자."
"무슨 약속이요?"
"나중에 네가 형편이 좋아지면 오늘 받은 친절을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렴."
민수는 두 손으로 구두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 앞에서 구두를 꺼내 보이자, 어머니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는 아직도 이런 분이 계시는구나…."
그날 이후 민수는 단 한 번도 학교를 빠지지 않았습니다.
새 구두를 신고 학교에 가는 것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공부에도 자신감이 생겼고, 결국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이후 해외 유학까지 마친 그는 작은 벤처기업을 세웠습니다.
처음에는 실패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힘들 때마다 책상 서랍 속에 넣어 둔 낡은 구두 사진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누군가는 나를 믿어 주었다."
그 믿음이 그의 힘이었습니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25년!..
그의 회사는 세계 여러 나라에 진출한 큰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직원은 수천 명이 되었고, 언론은 그를 "기적의 CEO"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고향을 찾았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의 구둣방이 떠올랐습니다.
골목 끝으로 걸어가 보니 간판은 거의 떨어져 있었고, 셔터는 녹슬어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백발이 된 김씨 아저씨가
혼자 구두를 꿰매고 있었습니다.
민수는 말없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저씨!.. 저 민수입니다."
아저씨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우리 민수… 정말 잘 컸구나."
두 사람은 오래도록 서로의 손을 잡고 울었습니다.
며칠 뒤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민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제 성공 비결을 묻습니다.
하지만 제 성공은 경영학에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추운 겨울, 이름도 남기지 않고 제게 새 구두를 신겨 주신 한 분의 사랑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즉시 낡은 구둣방을 새 공방으로 지어 드렸습니다.
최신 장비를 갖추고, 젊은 제화 기술자들을 양성하는 교육센터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또한 "행복제화 장학재단"을 설립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매년 수백 켤레의 새 신발을 선물하기 시작했습니다.
개관식 날, 김씨 아저씨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나는 구두를 만든 줄만 알았는데,
하나님은 한 사람의 미래를 만들게 하셨구나."
민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아저씨가 제 발에 신겨 주신 것은 구두가 아니라 희망(希望)이었습니다."
그날 행사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훔쳤습니다.
선행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당장은 손해처럼 보일 수도 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베푼 사랑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그 사랑은 언젠가 더 큰 축복이 되어 돌아옵니다. ✴️
첫댓글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
선행도 전염이 된다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