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한가운데, 무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던 날이었습니다. 경기도 시흥의 지봉재에서 우리가곡사랑회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주현 선생님께서 고향의 별장을 선뜻 내어 주신 덕분에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평소에는 가족과 아주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문을 여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공간에 우리를 초대해 주셨다는 사실에서 선생님께서 우리가곡사랑회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시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방처럼 보였지만 노래가 시작되자 공간의 인상이 달라졌습니다. 소리가 부드럽게 퍼지고 울림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작은 음악회를 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습니다. 가까이 마주 앉아 노래하고 연주를 들으니 여느 무대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우가사 임원들간의 친밀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임원 한 분도 빠짐없이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더위 속에서도 기꺼이 걸음을 옮긴 마음들이 모여 만든 음악회였습니다.
이번 글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적어 보려 합니다. 요즘 저는 어머니의 병환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오랜 투병으로 기력이 많이 쇠하신 어머니를 지켜보며, 무슨 말로 그 마음을 편하게 해드릴 수 있을지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제가 부른 곡은 「그리운 마음」이었습니다.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장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 곡을 미리 불러 보다가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 어제 저녁 통화에서 어머니는 힘없는 목소리로 “내가 얼마나 더 살겠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애써 웃으며 그런 말씀 마시라고 답했지만, 통화를 마친 뒤에도 그 말씀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들려온 노래들은 저마다 슬픔을 품고 있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노래 자체가 슬퍼서라기보다 제 마음이 그렇게 듣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리는 그대로인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어떤 빛깔이냐에 따라 노래는 전혀 다른 선율로 다가옵니다. 오늘의 제게는 모든 선율이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겹쳐 들렸고, 그럴 때마다 잠시 목이 잠기곤 했습니다.
사람을 만나 음식을 같이 먹고, 가족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할 수 있다는 것.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이제 어머니에게는 기적과 같은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머니는 이제 평소 좋아하시던 이미자 노래를 예전처럼 부르기 어렵습니다. 아마 노래를 시작한다 해도 첫 소절부터 눈물이 앞설 것입니다.
우리가 중창으로 함께 부른 곡의 제목은 「인생」이었습니다.
“걸어온 길 뒤돌아보니 나의 이야기 남아 있고,
빛바랜 기억과 흘린 눈물 우리의 인생이라.”
그 가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분들도 저마다 말하지 못한 사연과 아픔을 품고 살아가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과의 이별을 이미 겪은 분도 있을 것이고, 지금 누군가의 병환을 곁에서 지켜보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슬픔은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우리는 각자의 마음에 그것을 품은 채 다시 일상을 살아갑니다.
처음으로 개최된 임원들만의 작은 음악회! 멋진 공간에서 함께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평범한 하루가 실은 얼마나 귀한 것인지 돌아보게 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소중한 공간을 기꺼이 내어 주신 이주현 선생님과 함께해 주신 모든 임원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지봉재에 울려 퍼진 노래와 웃음,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서로의 마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2026.07.18. 한봉재
첫댓글 진솔한 마음이 담긴 글 감사합니다 ᆢ
저도 한봉재님의 아픈 마음을 동일하게 느끼며 노래 했답니다 ᆢ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날 있으오리다~~
1년째 요양병원에 계신 우리엄마 ㅠ
노래로 아픔을 달랠 수 있음이 감사하지요 ᆢ
참으로 오랫만에 모인 지봉재의 행복했던 하루 ᆢ
오래도록 우리들 마음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을겁니다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