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사이니 현수교 체험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러 간다. 후싸이니 마을 뒤로 난 가파른 도로를 오르는데 이번 여행 중 급회전 급경사 길을 수도 없이 경험해서 그런지 익숙하다. 고갯길을 넘으니 그리 크지 않은 보리스 호수(Borith Lake)가 보이고 호숫가로 음식점이 몇 군데 보인다. 음식점(Borith Lake Hotel & Resort)앞에서 내려 점심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우리 일행들은 호수 앞 돌산을 오른다. 돌산은 가파르기도 하지만 자갈처럼 미끄러운 돌들이 많고 고도가 높아(해발 2,600m가 넘음) 오르는데 힘이 많이 들고 조심스럽다. 돌산 정상에선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파수빙하와 후싸이니 마을, 후싸이니 현수교의 멋진 모습이 보인다.
돌산에서 내려와 호숫가로 가니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식혀주는데 호수의 물맛을 보니 짜다. 지붕에 물소뿔이 장식된 Borith Lake Hotel & Resort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파수로 향한다.
후사이니 동네를 지나 파수라는 동네가 나오기 전 전망대에서 또 차가 멈춘다. 길잡이는 앞산 봉우리를 가리키며 파수 콘(passu Cone, 6,106m) 설산이라고 한다. 내 눈에는 그 형상이 거대한 연꽃 봉오리처럼도 보이고 백제 유물 금동 향로처럼 보이기도 한다. 파수 봉(Passu Sar, 7,478m)설산 밑으로 흐르는 빙하가 파수 빙하(Passu Glacier, 20.5km)인데, 빙하가 녹아 흐르는 강을 건너는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짚 라인과 서스펜스 브릿지가 아슬아슬 멀리 보인다. 도로 건너편에는 빙하가 운반해 쌓아놓은 모래언덕엔 흰 돌로 만든 “WELCOME TO PASSU”란 글자가 보이고 전망대가 있어서 찻길에서 빙하를 가까이 볼 수 있다.
<좌로부터 Diamond Jubille Middle School Passu 학교 간판, 교장선생님, 선생임과 상담하는 학생>
후사이니부터 파수까지의 길은 강바닥이 넓고 퇴적토도 많아 마을이 퇴적토 위에 조성돼 있어 산언저리로 난 길을 따라가다가 보면 PASSU 마을이 발아래로 보인다. 꽃이 활짝 핀 마을입구에서 내려 이름모를 꽃과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마을트레킹에 들어간다. 빙하 녹은 물이 흐르는 작은 시냇물을 따라 잡목과 야생화가 피어있고 정겹게 쌓은 돌담이 마을길을 안내한다. 돌담 너머로는 돌로 지은 가축우리와 집, 과수원, 밭 등이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을 연상하게 한다. 마을길을 걷다 하교하는 아이들을 만났는데 천진난만하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체구가 작아 초등학생인 줄 알았더니 중학생이란다. 조금 더 가니 Diamond Jubille Middle School Passu란 팻말이 보여 일단 학교로 들어가니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이 학교 교장이라며 나에게 말을 건다. 학교를 둘러봐도 좋으냐고 하니 좋다고 하면서 학교엔 학생 54명과 8명의 선생님이 있다고 한다. 나무 책걸상이 있는 작은 교실 몇 개가 전부인 학교, 선생님 두 분과 뭔가를 상담하는 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이 오지에서도 교육열이 대단함을 느낀다. 적은 돈이지만 교장선생님께 전달하고 학교를 나온다.
파수마을을 나와 Passu Gojal 계곡 무지개다리(Rainbow Bridge) 안내판이 있는 곳으로 간다. 원뿔처럼 뾰족한 설산 준봉 Passu Cones(본명 Tupopdan, 6,106m)을 감상한다. 설산 위로 비치는 이른 저녁의 햇빛은 준봉을 황금빛으로 물들게 하고 어찌보면 우리가 즐겨먹는 옥수수 아이스크림(cone)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중세의 성당 모습과 비슷하기도 해서 Passu Cones이란 별명이 붙은 것 같다. 주변에 Passu Sar(7,478m), Passu Glacier, Tupopdan(6,106m), Batura Glacier를 한곳에서 조망할 수 있어 주변을 바라보고 있자면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산맥 아래로 흐르는 Hunza강과 어우러져 한편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주차장 한켠에는 부모를 따라 놀러 온 꼬마가 크리켓 배트를 들고 엄마와 공놀이를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 후싸이니 현수교를 모방한 듯 콘크리트 기둥에 강철 줄로 연결하고 나무로 바닥을 깔아 일곱가지 색깔을 칠해 놓은 무지개다리는 30m 쯤 돼 보이는데 일행 중 몇 명이 다리를 건너갔다 돌아오자 갑자기 관리인이란 사람이 나타나 일인당 100루피씩을 요구한다. 입장료가 없는 줄 알았던 일행들이 작게 써 놓은 안내판을 보고 웃는다.
파수빙하를 지나 KHYBER TOWER VIEW RESTRUANT에서 잠시 쉬어 화장실을 다녀오니 레스토랑 앞에서 야크고기 꼬치를 굽고 있는데 그 냄새가 어찌나 식욕을 자극하는지 나와 일행들의 주머니가 열린다. 잘 구어진 꼬치는 냄새만큼이나 맛도 훌륭하다.
소스트로 가는 길은 점점 골짜기가 좁아지고 해발이 높아진다. 이런 골짜기를 한 시간 정도 가면 파키스탄 마지막 국경마을인 소스트(Sost)가 나오는데 소스트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이다. 소스트는 중국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을 상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서 형성된 국경무역이 이루어지는 작은 마을이다. 아직 어둡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 주변을 둘러보니 소스트는 가게와 숙소 말고는 이무 것도 없는 국경을 통과하는 사람들이 통관절차를 거치기 위해서 잠시 머무는 곳으로 길옆에는 가게와 숙소 몇 개 그리고 간이음식점 몇 개가 전부이다. 이곳 작은 가게에서 물과 과일 등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