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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장춘) 전(傳)신윤복18세기. 국립중앙박물관
혜원의 ‘혜원전신첩(惠園傳神帖)’(국보 135호)은 양반과 기녀의 로맨스를 화폭에 담아낸 걸작. 노골적인 것 같으면서도 적당히 감추어 표현한 은근함이 매력적이다. 신윤복 작품으로 전하는 ‘사시장춘(四時長春)’을 보면 마루에 놓여있는 남녀의 신발, 방문 앞에서 술병을 들고 들어가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망설이는 어린 소녀의 모습만으로 방 안의 뜨거운 춘정을 완벽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신윤복 그림으로 추정되는 <사시장춘>은 왼쪽위에 혜원이라는 낙관이 찍혀 있어 혜원 신윤복 그림으로 추정되나 무언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어서 후대사람이 찍은 후낙 일수도 있다하여 이 그림은 혜원 신윤복의 전칭작이라고 한답니다. 전칭작이란 그 사람이 그렸다고 전하는 작품으로 그림전문가들은 전칭작이라고 부릅니다.
일단 그림을 한번 보시지요~~
댓돌 위에 놓인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신발과 주안상을 들고 엉거주춤 서 있는 계집종의 모습. 그리고 연상 되어지는 방안 풍경.....
사람들의 관찰력과 상상력은 참으로 무궁무진하고 너무나 기발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올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 사시장춘, 춘화도를 해석하는 글들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댓돌도 아닌 쪽마루에 급하게 벗어 던진 삐딱한 신발 두 켤레로 당시의 상황을 짐작해 보면~~
춘정을 이기지 못한 두 남녀가 급하게 쪽마루로 올라갔고 긴 치마를 입은 여인네가 오르기엔 너무 높아 보이는 쪽마루로 보아 필경 남자가 먼저 올라 여자를 끌어당기니 미처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정리 할 시간도 없이 급하게 방문을 걸어 닫고 들어갔을 거란 에피소드 1 의 상황을 그려냅니다.
또한 댓돌이 아닌 쪽마루를 그린 건 두 남녀의 사이가 정상적인 관계가 아닌 부적절한 관계를 상징한다는 겁니다. 참 이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그들이 적절한 관계인지 부절적한 관계인지 이렇게 애맨 소릴 해도 되는 겁니까? 좌우지간 그렇답니다.
또 쪽마루에 놓인 두 남녀의 신발을 보시지요. 남자의 신발이 검정색인건 남자의 흑심을 표현한 거라네요. 이건 좀 그럴듯합니다. 여자의 신발이 도화 빛으로 그려 진건 춘정을 이기지 못한 여자의 마음이고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고.....
두 번째 에피소드는 술상을 들고 엉거주춤 서 있는 계집종의 모습에서 거의 상상이 가지요? 주인이 객을 뫼시고 왔으니 의당 다과상이든 주안상이든 올려야 할 터..
그런데 요 계집종은 방문 앞에서 거의 진퇴양난! 난감지경에 빠져 있습니다. 뒤로 어쩡쩡하게 뺀 엉덩이 하며 빨간 댕기와 그 빛으로 물든 귓볼과 볼따구...
아직 운우지정이 무엇인지도 모를 저 어린 계집의 귀에 들려 왔을 두 남녀의 야릇한 교성과 달뜬 분위기가 계집종의 발목을 붙박아 둔겁니다.
벗은 몸, 얼굴 한조각 그리지 않았지만 이토록 애로틱한 춘화를 그려낸 화가가 참으로 놀랍습니다. 더 감탄할 일은 그런 화가의 의중대로 감상할 줄 아는 사람들의 심미안 아닐까요? 기가 막힌 해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후경을 한번 보시지요~~ 안개가 낀 듯 그려 낸 폭포와 그 주변을 거무스름하게 표현한건 누가봐도 바보가 아닌 이상 여체를 상징 한다는 걸 알거라는데... 여러분 눈에도 그렇게 보이시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조선시대 남녀간의 운우지정을 표현한 최고의 춘화도 한편을 감상시켜 드렸습니다. 저 그림속의 주련에 쓰여 있는 사시장춘이란 말은 사시사철 어느 때나 늘 봄과 같다, 늘 잘 지냄을 비유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곧 봄은 오겠지만 여러분 마음속에 남아 있는 춘정을 되살려 이 봄에 뜨겁게 한번 살아 보시지요. 호박은 늙으면 맛이나 있는데, 사람은 늙으면 보기가 싫답니다.
늙지 않는 비결은 사시장춘, 나날이 봄날처럼 사는 거고 좋은 사람으로부터 좋은 기를 나누어 받는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위의 내용들은 잠시 일부 전문가의 해석을 인용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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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문가의 해설을 듣고 다시 보니 정말 그림이 다시 보여지는군요. 고마워요, 좋은해설...
바다에는 진주가 있고, 하늘에는 별이 있고, 사람의 마음속엔 사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