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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유태호가 내게 큰선물이랍시고 호화 아파트를 한 채 사 줬어요. 내 앞으로 등기권리증까지 만들어 확실히 보여 줬어요. 현시가로 40억원짜리래요. 그땐 순표 씨가 이 세상에 없었고 정조를 고집할 만한 의지도 없었어요. 그렇지만 한 번도 순순히 동침한 적은 없었어요. 말 안 듣는다고 차고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쥐어박고, 결국엔 강간했어요. 강간당한 년이 무슨 정조를 따지겠어요? 호화 아파트가 탐이 나서 그의 첩이 되겠다고 했죠. 그러지 않을 수도 없었고요. 유태호는 내 마음까지 소유하고 싶었던가 봐요. 어리석은 놈, 그는 날 우습게 봤어요. 나 이렇게 순표 씨 앞에 돌아와 있잖아요? 계선이는 순표 여자예요. 순표 씨, 그 아파트에서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그 아파트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를 위해서.”
그녀 말을 듣고도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녀 말이 거짓말 같았다. 솔직히 계선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믿은 계선과 내 앞에서 헛소리를 나불거리는 계선이 딴 인물같이 여겨졌다.
“나는 소익희와 동침을 완강히 거부했어요. 그는 그 아파트를 자기에게 주든지 내 몸을 주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더군요. 내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인 줄 몰랐어요. 내 육체가 그렇게 비싸요? 40억원과 바꿀 만큼 매력 있어요? 순표 씨 생각은 어때요?”
“이 지구를 다 준대도 너와 바꾸지 않겠다. 옛날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은 뭐라고 말할지 생각이 안 나는구나.”
“내가 변했다고 생각해요?”
“네가 더 잘 알겠지.”
“내겐 40억원짜리 아파트가 있어요. 그런 횡재가 어디 있어요? 법적으로 이 홍계선의 소유란 말예요. 계선이 껀 순표 씨 꺼 아닌가요? 우린 땡잡은 거예요. 목숨이 아까워서, 그리고 40억원짜리 아파트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소익희 첩 노릇을 하지만, 내가 어디에 있건 난 당신 꺼야. 순표 씨 꺼라고.”
계선은 갑자기 내 목을 껴안고 키스했다. 나는 역겨운 생각이 들어 계선의 팔을 뿌리쳤다. 하마터면 그녀는 계단에서 떨어질 뻔했다.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계선을 야멸차게 떠밀고 일어섰다. 계선이 울상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젠 그 연극에 구역질이 난다. 그래, 살려니까 무슨 짓이든지 하겠지. 40억원은 애초에 우리에게 없었던 돈이야. 핑계 없는 무덤이 있겠니? 난 널 비난할 권리가 없다. 소익희의 첩이 된 걸 축하한다. 그 비싼 육체 잘 간직해라. 나와의 관계는 끝났다.”
나는 계단을 내려와 인도로 총총 걸었다. 계선이 달려와 붙잡았다.
“난 순표 여자야. 왜 그렇게 내 마음을 몰라? 소익희가 좋아서 첩이 된 줄 알아? 죽지 않고 살려니까 그러지. 그놈을 죽이고 싶지만 집행유예 기간이라 또 죄짓기 싫어. 길어야 이삼 년이야. 짧으면 일 년이고. 제가 싫증나면 날 버리겠지. 그때까지 참고 기다리면 안 돼?”
“이 바보야, 40억원도 네 육체도 결국 그놈 수중에 들어갔단 걸 몰라? 아이큐가 그것밖에 안 되니?”
“그럼 어떡하란 말이야? 날더러 어떡하란 말이야?”
“또 살인을 하란 말은 하지 않겠다. 우리가 헤어지면 그만이다.”
나는 따라오는 계선을 잔인하게 밀어 버렸다. 계선은 힘없이 쓰러졌다. 거리엔 황혼이 내리고 있었다. 가로등이 쓰러진 계선을 가련하게 비쳤다. 계선을 그대로 두고 간다는 건 죄악이었다. 나는 아직까지 한 번도 계선에게 그런 대접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양심의 가책으로, 걸어도 걷는 것 같지 않았다. 거의 그 자리에 서서 제자리걸음하며 어두컴컴한 상가 건물만 바라보았다.
상가 모퉁이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그들은 나를 에워싸고 포위망을 좁혀 왔다. 소익희의 부하들이었다. 나는 그 많은 숫자에 놀라지 않았다. 스무 명이건 서른 명이건 내겐 큰 차이가 없었다. 들개는 미치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 별명은 들개이다.
20
계선이 사내들을 붙잡고 싸우지 마라고 애원했다. 한 사내가 계선을 어둠 속으로 질질 끌고 갔다. 그 여자를 건들지 마 이 새끼야! 나는 달려가서 그놈의 뒤통수를 갈겼다. 그 순간 사내들이 우우 달려들었다.
계선이 지켜보고 있어서 마음에 걸렸으나 잊기로 했다. 언젠가 부딪쳐야 할 운명들. 이 싸움은 계선을 위해서가 아니고 나를 위한 생사의 대결이다. 내가 지면 나는 두 번 죽는다. 내 몸이 허공에 치솟자 서너 놈이 한꺼번에 쓰러졌다. 한번 쓰러진 놈은 좀처럼 일어서지 못했다. 그리 큰 힘을 쓴 것도 아니었다.
적들은 얼른 공격하지 못하고 뒷걸음질쳤다. 얼굴을 보니 간부들은 없고 모두 똘마니들이었다. 나의 옛동료들. 이제는 적이다. 그들은 포위망을 좁히려고 하고 나는 포위망을 흩트리려고 몸을 날렸다. 적들은 흩어졌다 다시 한 덩이가 되었다. 모이 쫓는 닭들처럼. 그 한가운데서 나는 신들린 듯 주먹을 날렸다.
인도는 싸움하기에 비좁았다. 나는 포위를 뚫고 차도로 달려가서 찻길 가운데 버티고 섰다. 차들은 나를 피해 지나갔다. 적들이 차도 쪽으로 몰려왔다.
휙휙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에 눈이 부셨다. 그 불빛이 나에겐 도움이 되었다. 나는 그 역광을 이용하여 한 놈씩 쓰러뜨리며 적들을 도로 중앙으로 유인했다. 그들에겐 바람개비처럼 허공에서 춤추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 게다. 졸개들 서른 명은 겁나지 않다. 들개의 진면목을 보여 주마, 어서 와라 이 새끼들!
차들이 줄지어 이쪽저쪽에서 달려왔다. 차들이 빵빵 클랙슨을 울리며 치일 듯 위태하게 내 옆으로 지나갔다. 불빛에 표적물은 보이지 않고 감각으로 발길과 주먹을 날렸다. 적들은 차에 칠까 두려워서 동작이 기민하지 못했다.
나는 그때 가로등 아래 서 있는 계선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에게 섭섭하게 군 것은 내 본의가 아니었다. 계선이 내 진심을 알겠지. 그녀에게 내가 피 흘리는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내 몸에선 여기저기서 피가 흘렀다. 적들이 휘두른 비수에 치명상을 입지 않아서 아프다는 느낌은 없었다. 나는 아직 건재했다. 이런 격투는 한두 번 경험한 게 아니다. 피흘림은 싸움의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계선은 핸드폰으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삼십 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경찰이 그렇게 빨리 달려오지 않는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기동대가 출동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나는 경찰을 믿지 않는다. 믿을 필요도 없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보니 쓰러진 놈의 숫자가 더 많고 싸우는 놈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아직도 내 힘은 남아 있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잉태할 때 조물주에게서 물려받은 힘이었다. 힘에 있어서는 암흑가에서 나를 따를 자가 없었다. 그래서 들개란 별명이 붙여졌다.
경찰의 사이렌소리가 들리고 적들이 하나 둘 달아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길 위엔 쓰러진 적들만 남아 있었다. 계선은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내 눈에는 계선의 창백한 얼굴만 보였다. 나는 흐르는 피 사이로 눈을 껌벅이고 계선을 다시 보았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계선은 달려와서 자기 옷을 벗어 내 피를 닦아 주었다. 나는 계선의 깨끗한 옷이 피에 젖는 걸 보았다. 손등 위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피는 닦으나 마나였다. 아프다는 느낌은 없었다. 살아서 숨쉰다는 게 다행이었다. 계선이 내 곁에 있어 줘서 행복했다.
나는 나를 따라오겠다는 그녀를 그 자리에 두고 걷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상가 모퉁이에 가려 계선의 옷자락만 조금 보였다. 그리고 사라졌다. 세운상가 어디쯤에서 계선이 나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21
나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계선의 얼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누워서 이리저리 뒤채다가 밥을 먹으려고 일어났다. 세수도 하지 않고 밥통에서 밥을 꺼내어 먹었다. 밥맛이 써서 몇 숟갈 먹다 말고 수저를 던지고 밖으로 나왔다. 골목에 포장마차 술집들이 있었다. 포장마차로 들어가서 취하도록 술을 마셨다. 계선을 세운상가에 혼자 버려두고 온 게 화가 나서 술로 화풀이했다.
생각할수록 못난 짓을 했다는 자책감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나는 계선을 내 아파트에 데리고 왔어야 했다. 약속한 파티를 벌이고 새살림을 시작했어야 했다. 그녀와 나의 숙원인 마이홈을 꾸며야 했다. 충분히 그럴 여건이 마련되어 있었다. 무엇이 두려운가? 소익희가 두려운가? 당장 달려가서 소익희와 한판 붙고 싶다. 내 여자를 빼앗은 놈. 계선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내 잘못이지. 어떻게 하면 좋은가? 계선이가 익희의 노리개가 되는 걸 굿만 봐야 하는가?
나는 익희가 두렵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가 세운상가로 거물들을 보내지 않고 졸개들만 보낸 것은 내 주먹을 시험하기 위한 전초전이다. 계선이를 단념하라는 경고야. 내가 계선을 데려왔다면 그자가 가만있을 리 없지. 이렇게 숨을 헐떡이고 있지도 않을 거야. 또 보복할 거야. 나는 그의 보복이 두려워서 슬슬 뒤꽁무니를 뺀 거야. 비겁한 놈. 퉤, 퉤, 퉤! 나는 내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취한 몸으로 아파트에 돌아와 큰댓자로 드러누웠다. 눈을 들어 실내를 둘러보았다. 소파 위에 야회복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 옷을 입고 왕비처럼 춤추는 계선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 꿈은 무지개 너머로 사라졌다. 계선은 이제 오지 않는다.
케이크가 썩고 있다. 과자에 벌레가 기어다니고 과일에서 썩은내가 풍긴다. 회장이 마음써서 사 준 파니 용품들이었다. 아깝지만 버려야 한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그것들을 주먹으로 짓이기고 집어던졌다. 냉장고의 고기와 야채를 꺼내어 허공에 던졌다. 야회복 위로 썩은 케이크와 야채가 흩어지고 내 얼굴 위에도 흩어졌다. 케이크가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술에서 깨어 보니 실내가 엉망진창이었다. 울면서 그것들을 청소했다. 쓰레기가 봉지에 가득 차서 들어가지 않았다. 쇼핑백에도 가득 찼다. 봉지와 쇼핑백을 있는 대로 다 동원하여 말끔히 치웠다. 그걸 아파트 쓰레기장에 버리고 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계선의 울음 섞인 목소리.
항상 밝게 웃고 여간해선 눈물을 보이지 않던 애가, 독한 계선이가 울보가 되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목이 쉬어 말도 못한다. 병든 할망구처럼 꺽꺽거리는 숨소리 사이로 겨우 들리는 그 말.
“내가 잘못했어. 40억원짜리 아파트 포기하고 순표한테 갈 테야.”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를 숙녀로 예우해 주었다.
“익희가 널 놔 줄까?”
“그 자식, 하나도 두렵지 않아. 순표가 날 받아 준다면 지금이라도 달려가겠어.”
“속없는 소리 하지 마. 얌전히 그대로 죽치고 있어. 익희가 싫증날 때까지 실컷 널 갖고 놀게 내벼려 두란 말이야. 그날을 기다리겠어. 여자 때문에 칼부림하긴 싫으니까. 날 비겁한 놈이라고 욕해도 좋아.”
“내가 왜 당신 속을 모르겠어? 당신이 뭐라고 해도 난 순표 여자야. 하늘에 맹세해.”
“거기 어디냐?”
나는 알면서도 물었다.
“40억원짜리 내 아파트지 뭐. 한강이 보여. 순표 씨 아파트에서도 한강이 보인다고 했지? 가고 싶다. 우리들의 야회복, 그대로 있어?”
“방금 버렸다.”
“왜?”
“우리 꿈이 수포로 돌아갔으니까지. 야회복은 또 사면 돼. 우리 회장이 또 사 주시겠지.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 네 웨딩드레스도 사 주신다고 했다.”
“어서 결혼하고 싶어. 그 회장이란 여자, 고맙지만 질투하고 싶어지네. 법정에서 보니 미인이던데 순표에게 너무 잘해 주니까 걱정돼.”
“자식, 나보다 열 두 살 손위야. 누님 같은 분이지.”
“그까짓 열 두 살 차이가 대수인가? 스무 살 차이도 넘나들며 결혼하는 세상인데. 질투야 질투. 괜한 소리 한번 해 봤어. 그 사람이 오는 것 같아. 다음에 또 전화해요.”
22
계선의 전화를 받으니 마음이 차근해졌다. 계선은 변치 않았구나. 하늘이 두 쪽 나도 변할 여자가 아니다. 그것은 내 신념이었다. 크리스천이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듯, 그녀는 어디 가든 내 단 하나의 신전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미친놈이라고 웃을 것이다. 다른 남자의 품에 있는 여자보고 신전이라니. 내 마음이 배신을 허용하지 않는 걸 어쩔 것인가? 그녀와 나 둘 중 누구 하나가 변한다면 그것은 배신이다.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싸우다 다친 자리가 욱신거린다. 싸울 때는 몰랐는데 여기저기 다친 곳이 많았다. 육체적 아픔은 참을 만하다. 상처는 약을 바르고 붕대로 싸매면 되지만 치유할 수 없는 더 큰 상처가 내게 있다. 계선이 소익희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지금이라도 계선의 아파트로 달려가서 그놈을 죽이고 싶다. 그러나 계선은 40억원짜리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서 육체를 퍼주는 건 아깝지 않다고 한다. 계선에겐 정조보다 아파트가 더 중요하다. 그 아파트는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기에.
저녁이 오고 있다. 오늘 하루는 왜 이렇게 긴가? 계선이 생각으로 속태운 하루. 들개의 자존심이 계선이를 그대로 버려두는 건 죄악이라고 내부에서 소리친다. 익희와 결투를 해서라도 계선이를 찾아와야 한다. 계선이는 내 여자다. 태양처럼 멀기만 한 내 여자. 나의 태양. 익희와 결투하자. 일 대 일로 붙으면 제깐놈 하나 내가 못 이길 것인가? 그놈이 일 대 일로 싸우려고 할까? 조폭들의 생리는 비겁하고 더티하기 그지없다. 내 제의를 코웃음으로 받아넘기겠지.
익희와 언젠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난 그들의 세계에서 떠났고 익희의 부하도 아니다. 떳떳이 싸울 귄리가 있다. 나는 배신자가 아니야. 제놈들이 배신했지. 내가 제놈들의 차에 치여 죽었을 때. 순표는 새로 태어났다. 나의 계선이를 찾아야 한다. 그 길은 결투뿐.
전승희 회장 몰래 나 혼자 갈 테다. 동아무역회사란 그 사이비 기업체에 찾아가면 언제라도 소익희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은 그가 사장 행세를 하고 있다. 그 회사는 전승희 씨 남편의 회사였다. 나날이 번창하여 동남아 무역권을 그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더군. 유흥업소도 몇 개 거느리고 가짜 재벌 흉내를 내지. 전승희 회장의 기업체에 비하면 송사리야. 조직도 전승희 회장을 따를 수 없지. 내 뒤엔 전승희 회장이 계시군.
그러나 여자 회장에게 신세지긴 싫다. 나 혼자 싸울 테다. 이건 내 일이다. 죽어도 나 혼자 죽어야 남자다. 결투에서 이기는 방법은 한 가지다. 죽어도 깨끗하게 죽는 것. 계선이에게 내가 깨끗하게 죽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만약에 일 대 일로 싸워서 진다면 계선이를 익희한테 양보하는 꼴이다. 그놈은 절대 신사적으로 나오지 않을 게 분명하다. 나는 그게 두렵지는 않다. 싸움은 붙어 봐야 아는 것. 태양 같은 계선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두렵단 생각을 뇌리에서 지워야겠다.
나는 아직도 술이 덜 깬 상태였다. 계선과 전화하고 나서 잠에 곯아떨어졌다. 잠결에 무거운 중압감을 느꼈다. 몸이 천근이나 무거워서 일어설 힘도 없었다. 전신이 욱신거렸다. 눈을 뜨려고 해도 떠지지 않았다. 아랫도리에 뜨거운 감촉이 느껴져서 잠에서 깨었다. 전승희 회장이 내 위에서 행위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알몸이었다.
“미안해, 잠자는데 육체를 도둑질해서. 다친 데가 많아서 약을 발라 주다가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됐어. 정말 내 남편과 그것이 똑같이 생겼지 뭐야. 계선이로 착각했다고 생각해 줘. 나도 착각했다고 생각할 테니.”
그녀의 힘은 완강했다. 아니 그녀를 떼어낼 힘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그녀의 돌출 행동에 수긍했다. 전승희는 그런 여자였다. 전혀 예기치 않은 행동을 잘하는 여자.
나는 그 여자의 남자로 탈바꿈해 있었다. 회장과 행위를 하면서도 계선에게 미안했다. 그녀와 전화한 게 몇 시간 전인데. 밖은 깜깜했다. 전등이 환히 두 사람의 교합을 비추고 있었다. 전승희의 육체는 계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 흡사했다. 느낌과 기교까지도.
전승희와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면서도 왜인지 죄악감을 느끼지 않았다. 한순간의 유희. 달콤한 대화 같은 것. 차 한 잔 마시는 행위 같은 것. 그런 느낌이었다.
“순표가 세운상가에서 싸우는 것 다 봤어. 순표는 신이야 신. 주먹의 천재. 스무 명도 넘는 적들을 단숨에 때려눕히더라니까. 정말 멋있는 광경이었어. 내가 도와 주려고 했는데 싸움이 싱겁게 끝나서 실망했지. 그 싸움만 잘 하는 줄 알았더니 이 싸움도 잘 하네. 이래서 계선이가 좋아했나?”
“회장님, 이 사실을 비서들이 알면 저는……”
“걱정하지 마. 별 걱정을 다 하고 있어. 딱 한 번뿐이야. 이 일은 우리밖에 쥐도 새도 몰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그러니까 잘해 봐 응?”
회장은 그동안 쌓인 고독을 나에게 모두 발산했다. 나는 그녀를 계선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선지 꽃향기가 풍겼다. 침대 위에 꽃들이 놓여 있었다. 회장은 꽃 한 송이를 빼어 내 얼굴 위에 얹었다. 그녀는 흡족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회장이 아니고 여자였다. 나는 두려움 없이 쳐들어갔다. 그녀를 계선으로 착각하며.
“계선이와 잠잔 지 오래일 것 같아 내가 대신 파티를 벌여 준 거야. 그러니까 내가 계선이지. 계선이는 하늘만큼 행복했어. 몸 치료 잘해요. 덧나지 않게.”
회장은 옷을 입으면서 시종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회장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공손히 현관문을 열어 주고 주차장까지 동행했다.
“계선이와 꼭 결혼해야 해.”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보고 싶으면 어쩌지? 자네 말이야. 회사에서 얼굴 보는 걸로 만족해야지? 아이, 말 좀 해 봐 순표.”
나는 소리없이 웃고만 있었다.
“계선이한테 물어 보십시오.”
“깍쟁이!”
회장은 새초롬하게 토라져서 휭 차를 몰고 가 버렸다. 자기 입으로 단 한 번뿐이라고 해 놓고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순표가 좋긴 좋은 모양이었다. 나는 회장을 상사로서 존경한다. 그녀와 나의 행위는 없었던 걸로 하자.
23
공중전화로 계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잠에 겨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이게 왠일이야? 순표 씨가 나한테 전화를 다 하고. 간밤에 익희한테 시달리느라 잠을 설치고 이제 푹 잔다고 여유 있는 농담을 했다. 목소리에 그늘이 없었다. 그녀가 혼자 있다는 뜻이다. 익희는 회사에 있다. 그는 사업 때문에 요즘 계선의 아파트에 오지 않았다. 나는 그 정도의 정보를 알고 있다.
“나 지금 소익희와 싸우러 간다.”
“나 같은 것 때문에 싸우지 마. 제발 부탁이야.”
계선의 말엔 애원이 섞여 있었다.
“싸움이 내 본업 아니냐? 그동안 싸움다운 싸움도 못하고 쉬었더니 주먹이 근질근질하구만. 지난번 그 싸움은 연습이었지. 익희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고. 내게 충고할 생각하지 마라 아가씨. 네 허락을 받으려는 게 아니고 혹시 내가 죽을지 몰라서 알려 준다.”
“조금만 기다려 줘. 내 발로 당신한테 걸어갈 테니까 응. 일 년 이 년이라고 말한 건 과장이야. 내가 그렇게 어리석은 줄 알아? 지금 왕초를 구워삶는 중이야. 40억원짜리 아파트만 포기하면 언제라도 당신에게 달려갈 수 있어. 난 아파트도 챙기고 당신과 보란 듯이 살림 차릴 거야. 아파트와 당신. 두 가지 다 내겐 생명과 같은 재산이야. 40억원이 뉘 애기 이름이야? 그것은 법적으로 내 재산이야. 내 인감증명이 있어야 양도가 된다고. 내 인감증명은 아무도 위조 못해. 그렇게 조치해 놨으니까.”
“구워삶는다고 그 큰 걸 익희가 순순히 너한테 줄까?”
“주도록 할 거야. 법적 소송도 불사할 걸. 홍계선이가 누군데.”
“기다릴 수 없다. 너와 결혼하고 싶어 미치겠어. 내겐 너만 필요해.”
“지금까지 잘 참아 와 놓고 왜 그래? 싸우지 마.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많이 기다렸다. 태양이 녹슬면 누가 빛을 밝혀 주냐? 내 결심은 확고해. 너와 하루 빨리 결혼하겠다는 결심. 내 맘을 알아주면 고맙겠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와서 계선이 전화해도 받을 수 없었다. 나는 택시를 타고 동아무역회사로 달렸다. 발목에 비수를 두 개 챙겼다. 칼은 위급할 때 사용한다. 그것은 싸움꾼의 기본이었다.
동아무역회사는 종로 뒷골목에 있었다. 다른 회사와 똑같이 사람들이 평화롭게 드나들고 차들이 북적거렸다. 수입품과 수출품을 수송하는 차들이었다. 눈에 익은 광경들. 작년까지 내가 몸담고 있던 직장. 직장이라면 우습고 조직폭력배의 소굴이 그 안에 있었다.
나는 안다. 그들의 사업이 눈속임이라는 걸. 가짜 물품에 불량제품들. 그들은 저질 중국산 물품으로 돈을 긁어모았다. 중국제 물품에 코리아 딱지를 붙여 동남아로 아프리카로 수출한다. 밀수에도 손을 대고. 마약도 취급한다. 불법으로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한다. 유태호는 그렇게 치부하여 수백억원을 개인 재산으로 빼돌렸다.
소익희는 왕초가 되어 그 재산들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유태호가 계선에게 선물한 40억원짜리 아파트도 그 불법 재산 중 하나이다. 그걸 익희가 계선이한테 넘겨주겠는가? 하루 빨리 그녀를 함정에서 꺼내야 한다. 내 의지는 확고하다. 이 결투는 우리 회장도 모르게 나 혼자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멋있게 지은 15층 대형 건물이었다. 전승희 씨의 남편이 애지중지했던 건물로 지금은 소익희가 건물주이다. 전승희 씨는 이 근처를 지나갈 때면 남편 생각이 난다고 했다. 내가 그 복수를 해 주리라.
건물 뒤편에 수목이 울창한 정원이 있었다. 거기에선 10층에 있는 사장실 복도가 보인다. 왕초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입구엔 부하들이 지키고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나는 선글라스를 벗고 내 정체를 드러냈다.
24
“소익희! 계선이를 찾으러 왔다! 내 여자를 내놔라!”
나는 10층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부하들도 코빼기를 비치지 않는다. 며칠 전 나한테 얻어터져서 겁이 난 걸까?
“내 말이 안 들리냐? 계선이를 찾으러 왔단 말이야! 이 씨발 새끼야!”
소리쳐도 내다보는 놈이 없다. 들개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구나. 계속 악을 써서 목이 아팠다. 건물 양편에서 소익희의 부하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왔다. 나는 익희의 부하들에게 에워싸였다. 나는 한 트럭 옆에 양복을 곱게 빼입고 서 있었다. 싸울 땐 정장을 하는 게 내 취미였다. 정장 속엔 무기를 감출 수 있었다. 권총만 빼고 호신용 무기를 골고루 지참했다. 비수, 쇠사슬, 고춧가루, 쇠뭉치가 달린 가죽 혁대……
일 대 일이 아닌 수십 명의 적과 싸울 땐 그 무기를 다 동원해야 한다. 특히 고춧가루는 적들이 무더기로 덤벼들 때를 대비해서 꼭 있어야 한다. 적은 수효가 많아서 그걸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한다. 내 몸이 비호같이 빨라서 그걸 쓰면 오히려 자기편에 불리하니까. 그러나 내게는 무기가 된다. 나는 아직까지 어떤 싸움에서도 패배해 본 적이 없다. 적들도 그걸 알고 있겠지.
“너희들은 필요없다! 왕초보고 나오라고 해!”
“나 여기 있다.”
쉰 목소리와 함께 귀공자처럼 생긴 소익희가 무리들 속에서 걸어나왔다.
“네가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 난 네 여자에 욕심 없다. 계선이한테 물어 봐라. 아직 그 여자 털끝 하나 건들지 않았어.”
“웃기지 마시오! 계선이가 거짓말을 했단 말입니까? 그만큼 갖고 놀았으면 이제 싫증도 났겠지. 옛의리를 생각해서 지난 일은 묻지 않겠소. 계선이를 나한테 돌려주든지 일 대 일로 붙든지 합시다! 왕초답게 나하고 깨끗이 붙잔 말이오!”
“여긴 사람들 보는 눈이 많은 곳이야. 내 체면을 좀 생각해 주라. 네 싸움실력은 종로에서 다 알고 있다. 난 그전 왕초와 다르단 걸 알아 다오. 마음을 돌리고 우리와 함께 일할 생각 없냐? 우리와 손을 잡는다면 계선이를 보내 주마.”
“개수작 마시오! 이런 사이비 기업체, 국민들 우롱하지 말고 본 주인에게 돌려주든지, 깨끗이 폐업 신고하시오!”
“꼭 싸움을 해야 되나? 여기가 아니면 안 되나?”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당신의 가면을 벗겨 주겠소! 계선이를 안 내놓겠다면 나와 깨끗이 한판 붙읍시다!”
“할 수 없군.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부하들이 우르르 떼거지로 나에게 덤벼들었다. 나는 승용차 위로 올라가서 높은 위치에서 적들을 상대했다. 시간을 끌면 내가 불리할 것 같았다. 왕초는 팔짱을 끼고 서서 내가 부하들과 싸우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내가 뿌린 고춧가루를 마시고 여기저기서 에취! 에취! 재채기가 터졌다. 그들의 얼굴로 내 주먹이 날았다.
적들이 승용차를 에워싸고 몰려왔다. 적들과 나는 승용차 위에서 난투극을 벌였다. 줄지어 주차된 승용차들이 방패가 되어 주었다. 적이 휘두른 파이프에 승용차들의 유리창이 깨지고 차체가 찌그러졌다. 각목과 쇠파이프가 얼굴로 날아왔다. 쇠사슬로 후려치며 피했다. 휘익! 휘익! 허공으로 날아간 쇠파이프가 적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때까지 나는 지치지 않았다.
구경하고 있던 간부들이 덤벼들었다. 나는 이리저리 몸을 날리며 적의 급소를 찔렀다. 구두 끝에 뾰족한 쇠가 달려 있어서 발길질을 하면 쇳소리가 났다. 그러나 간부들의 주먹을 당할 수 없었다. 내 돌려차기가 허공으로 빗나갔다. 쇠파이프에 맞아서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나는 발을 헛딛고 승용차에서 굴러 떨어졌다.
쓰러진 내 머리 위로 몽둥이질이 쏟아졌다. 내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 비수도 소용없었다. 비수를 쓸 시간이 없었다. 쇠사슬도 무용지물. 쇠뭉치 달린 가죽 혁대는 내 허리에 그대로 감겨 있었다.
“그놈을 살려 두지 마!”
내 귀에 소익희의 쇠된 목청이 아련히 들렸다. 나는 이제 죽는구나. 계선이가 보고 싶다. 계선이가 와서 이 광경을 봐 줬으면. 네가 보는 앞에서 죽는다면 나는 여한이 없겠다. 내가 네 남자란 걸 믿어 다오. 이 세상 하나뿐인 너의 애인이었다고 기억해 다오.
개 패듯 두들겨패던 몽둥이질이 멈추고 주위가 조용해졌다. 나는 주차장 마당에 피를 흘리고 엎어져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고 해도 사지가 말을 듣지 않았다. 빨리 의사를 불러와! 여자의 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내들이 나를 일으켜서 얼굴을 쳐들고 앞을 보게 했다. 소익희의 졸개들은 모두 달아나고 소익희와 간부들이 전승희의 부하들에게 곤죽이 되도록 얻어맞고 있었다. 명령한 사람은 전승희 회장이었다.
25
나는 돌변한 광경에 어안이 벙벙했다. 시간이 꽤 흐른 것 같았다. 주차장 마당에 땅거미가 내리고 무역회사 건물에 불빛이 휘황했다. 직원들이 나와서 사장이 얻어맞는 걸 구경하고 있었다.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차가 달려오고 경찰 기동대가 싸움한 자들을 모두 연행했다. 전승희 회장과 부하들도 떳떳이 연행에 복종했다. 나는 중상자로 분류되어 구급차에 실려졌다.
내 의식은 뚜렷했다. 나는 전승회 회장 덕분에 살아 있었다. 내가 전승희 회장을 그림자처럼 보필했듯 그녀는 항상 내 생활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공존공생. 자기를 계선의 대용물이라고 비하하며 보고프면 멀리서 얼굴만 보겠다던 여인. 내가 그분의 마음을 모를 것인가?
전승희도 싸움판에선 조직폭력배의 왕초였다. 그녀는 경찰에 가서 할 말이 많았다. 동아무역회사는 제 남편 꺼예요. 유태호가 내 남편을 죽이고 헐값으로 매입했단 말예요. 천억원짜리 기업을 십억원에 가로챘으니 엄연한 사기죠. 나는 내 재산을 찾으려고 싸웠어요.
설순표는 내 심복부하입니다. 소익희가 교도소에서 출감한 계선이를 납치해서 지금까지 갖고 놀았어요. 계선이는 순표와 장래를 약속한 사이입니다. 어떤 남자가 자기 애인을 적에게 넘겨줍니까? 순표는 정정당당히 싸웠습니다. 소익희는 비겁하게 부하들을 시켜 떼거지로 공격했습니다. 순표가 죽으면 소익희가 보상해야 합니다.
소익희가 폭력과 불법으로 사이비 기업체를 운영했던 걸 모르시죠? 그 증거가 있습니다. 제가 그 증거를 폭로하겠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조폭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저도 죄값을 받고 조폭을 해체하겠습니다.
전승희 회장은 그 상황에서도 경찰에서 할 말을 수첩에 메모했다. 경찰차에 연행되면서 품위를 잃지 않고 점잔 빼며 미리 할 말을 수첩에다 적고 있었다. 준비 없이 형사의 신문을 받으면 하나라도 빠뜨릴까 봐 열심히 끄적이는 모습. 그녀는 정상적인 대기업의 회장이었다.
나는 구급차 안에서, 바로 내 옆에 있는 회장의 침착한 그 모습을 보았다. 내 눈에는 그녀의 모든 행동이 그림처럼 선명히 보였다. 경찰차가 모두 떠나고 동아무역회사 주차장엔 구급차와 회장이 탄 경찰차 한 대만 남아 있었다. 회장이 부른 의료진들이 내 응급조치를 하느라고 출발이 지연되었다. 응급조치가 끝나고 구급차의 뒷문이 닫혔다.
“순표 씨!”
여자의 목소리에 회장은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계선이 구급차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나 좀 태워 줘요! 내가 순표 씨 애인이에요!”
계선의 절규에도 아랑곳없이 구급차는 도로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회장은 차창문을 열고 계선에게 “걱정 마”라고 안심시켰다. 순표도 계선이 오는 걸 보았을 거야. 순표의 눈빛은 초롱했어. 설마 계선을 남겨 두고 죽진 않겠지. 이걸로 시련이 끝났으면 좋겠어. 내가 순표와 한 번 동침한 건 신이 봐 주실 거야. 내가 계선이의 남자를 가로채겠어? 그러면 소익희와 똑같은 인간이지.
나는 회장의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계선의 울음소리도 들었다. 우리는 헤어지는 게 아니다. 잠시 후면 우린 만날 거야. 계선이가 날 찾아오면 활짝 웃어 주지. 우리 이제 결혼하자. 그때 못한 축하 파티도 하고 밤새껏 춤을 추는 거야. 사랑의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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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사람들
설순표(29)……주인공 나, 전승희 회장의 구출로 그의 비서가 됨
홍계선(26)……순표의 애인
전승희(41)……조직폭력을 거느린 재벌 회장
소익희(33)……조직폭력배 왕초
소익희의 부하들
전승희의 부하들
의료진들
경찰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