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만으로 만들어 잿물을 입히지 않고 구운 그릇이 질그릇이고, 잿물을 입혀 구운 질그릇이 오지그릇인데,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합쳐 부르는 말이 옹기(甕器)이다. 도기(陶器)는 오지그릇만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기(沙器)는 백토를 구워 만든 그릇으로 자기(磁器)라고도 한다. 도자기(陶瓷器)는 질그릇, 오지그릇, 사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영어로 차이나(CHINA)는 도자기, 재팬(JAPAN)은 칠기(漆器) 검은 잿물을 입힌 도자기를 뜻한다. 이웃 나라들의 이름이 도자기 세계에서 한자리씩 하고 있을 때 도자기라면 또한 도자기 하는 코리아(KOREA)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도자기를 왜 차이나라고 불러야 하는지, 이것도 약소국의 슬픔이라고 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로 생각이 난다.
질그릇을 만드는 흙을 질 또는 질흙이라고 하는데, 그릇을 만들기 위해 질흙을 잘 반죽해 떼어 놓은 덩어리를 꼬박이라고 한다. 꼬박을 올려놓고 돌리며 그릇의 모양을 만드는 기구를 물레라고 하는데,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의 선율이 깔리는 가운데 패트릭 스웨이지가 데미 무어의 뒤로 다가가서 포옹하는 그 장면에서 데미 무어가 돌리고 있었던 것이 바로 물레다. 꼬박을 물레 위에 올려놓고 돌리며 손이나 연장으로 흙을 뽑아 올려 그릇의 벽을 만들거나 꾸미는 일은 써질이라고 한다. 써질과 비슷한 일로 타렴질이 있는데, 타렴질은 물레를 돌리며 흙가래나 흙테로 그릇의 벽을 만들어 붙이는 일이다. 흙가래는 길쭉한 가래떡처럼 만든 것이고, 흙테는 피자처럼 넓적하고 길게 만든 것인데, 흙가래와 흙테를 합쳐 타렴이라고 하는 것이다.
도자기를 만들 때 그릇의 몸을 굳어 모양을 내는 데 쓰는 고무래진 쇠는 가래쇠, 질그릇의 모양을 만드는 데 쓰는 나무쪽은 굿대라고 한다. 예써는 그릇 모양을 만든 다음 굽을 깎을 때 쓰는 연장이다. 지짐박, 도개 같은 것들은 그릇의 속을 다듬는 연장이고, 수레는 용기를 만들 때 바깥쪽을 두드려 다듬는 연장이다. 수레로 겉을 다듬을 때 그릇의 안쪽에 맞대는 연장은 조막이라 한다. 알록이는 도자기에 빗살무늬를 넣을 때 쓰인다.
그릇이 다 만들어지면 가마에 넣고 굽는데, 처음에 애벌로 슬쩍 구워 굳히는 일을 애벌굽기나 설구이라고 한다. 애벌구이한 것을 잿물을 발라 아주 구워 내는 일은 마침굽기나 잿물굽이라고 한다. 잿물은 도자기의 표면에 광택이 나고 기체나 액체가 스며들지 않도록 덧씌우는 약으로 유약(釉藥)으로 불리는 것이다. 그릇을 굽기 위해 가마 속에 쟁이는 일을 재임이라고 하는데, 애벌구이 때는 그냥 포개어 재임을 하지만 마침굽기 때는 그릇이 서로 붙지 않도록 굽 밑에 작은 진흙덩이를 붙여 재임을 하는데 그것을 증이라 한다. 눈박이는 증을 붙였던 자국이나 그 흔적이 있는 그릇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마에는 대포가마와 봉우리 가마가 있는데, 대포가마는 속이 나뉘지 않고 통으로 되어 있는 재래식 가마이고, 봉우리 가마나 너구리가마는 칸을 나눈 신식 가마를 말한다. 봉우리 가마는 비탈에 계단식으로 만든 가마인데, 봉우리 가마의 굴뚝은 맨 위에 있다. 아래에는 봉통, 첫째 칸은 노루칸, 마지막 칸은 헛칸이라고 한다. 헛칸이라고 하는 것은 그릇을 굽는 데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가마의 열이 굴뚝 방향으로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하려고 만들어 놓은 칸이기 때문이다. 가마의 옆으로 난 불을 때는 구멍은 도두리구멍이라고 한다.
기억해 둘 만한 도자기들
가래새 도자기를 만들 때 그릇의 몸을 긁어 모양을 내는 데 쓰는 꼬부라진 쇠.
괴낭 그릇을 만들기 위해 질흙을 잘 반죽해 떼어 놓은 덩어리.
태질 물레를 돌리며 흙가락이나 흙테로 그릇의 벽을 만들어 붙이는 일.
흙치 절구의 모양을 만드는 데 쓰는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