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라마누잔의 1729라는 숫자에 대한 얘기인데, 1729라는 숫자가 라마누잔의 눈에 들어올 수 있었던 수학적인 배경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먼저 하디의 회고다.
그(라마누잔)가 아파서 Putney(런던의 남서부 지구)에 있을 때 찾아갔던 일을 기억한다. 나는 번호판이 1729인 택시를 탔는데 이 숫자가 무지하게 평범한 숫자[dull one]이라는 걸 깨닫고는, 이것이 불길한 징조가 아니길 바랬다. “아니야” 라고 그가 대답하면서 “매우 흥미로운 숫자이지. 그것은 두 개의 세제곱수로 나타내는 방법이 두 가지인 최소의 자연수이거든.”이라고 말했다. (추유호’s encyclopedia에서 1729의 성질)

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화를 보면, 라마누잔이 굉장히 변태같았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물론 라마누잔은 변태가 맞다. 그러나 최소한 1729라는 숫자에만 집중한다면, 1729는 라마누잔의 시야에 매우 잘 들어왔던 수였을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나는 오히려 하디가 그것을 그리 쉽게 놓친 것이 이상하다. 물론 라마누잔은 변태이기 때문에, 이미 훨씬 전에 아무런 수학적 컨텍스트없이 이러한 것을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점도 미리 밝혀둔다.
라마누잔은 modular equation과 분할수(partition number)에 대한 연구에서 많은 성과를 낸바가 있다.
아래 정의된 함수의 계수로 등장하는 라마누잔의 타우를 보자.
=\sum_{n\geq 1}\tau(n)q^n=q\prod_{n\geq 1}(1-q^n)^{24})
숫자 24가 등장한다. 이 함수는 modular form of weight 12 이다. 이 식은 다음과 같은 표현을 갖는다.

12의 세 제곱인 1728이 등장했다. 여기서
와
는 Eisenstein series라 불리는 함수들이다.
그러면 유명한 j-invariant 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쓸 수 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라마누잔이 매우 잘 알고 있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라마누잔이 분할수에 대하여 이룬 발견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quiv 0 \pmod 5)
\equiv 0 \pmod 7)
\equiv 0 \pmod {11})
5,7,11이라는 숫자는 각각 1을 더하면, 6,8,12가 되어, 24의 약수가 된다.
그리고 여기서 5k+4, 7k+5, 11k+6도 아무렇게나 나오는 것이 아니라,



를 만족시킨다.
하디와 라마누잔의 partition number에 대한 근사식
 \sim \frac {\exp \left( \pi \sqrt {2n/3}\right) } {4n\sqrt{3}} \mbox { as } n\rightarrow \infty)
을 업그레이드시킨 Rademacher의 공식을 보면,
=\frac{1}{\pi \sqrt{2}} \sum_{k=1}^\infty A_k(n)\;<br />\sqrt{k} \; \frac{d}{dn}<br />\left( \frac {\sinh \left( \frac{\pi}{k}<br />\sqrt{\frac{2}{3}\left(n-\frac{1}{24}\right)}\right) }<br />{\sqrt{n-\frac{1}{24}}}\right)<br />)
라 하여 24가 살며시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태의 근원은, 분할수의 생성함수
x^n = \prod_{k=1}^\infty \left(\frac {1}{1-x^k} \right))
를 다음과 같이 생긴 Dedekind eta
 = q^{1/24} \prod_{n=1}^{\infty} (1-q^{n})=e^{\pi i\tau/12}\prod_{n=1}^\infty \left(1-e^{2\pi in\tau}\right))
를 통해 공략하는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라마누잔의 수학은 12와 24가 난무하는 세계인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1729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을 개연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라마누잔같은 변태가 이것을 놓치는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닌가?
Michio Kaku의 책 Hyperspace의 The mystery of Modular functions 섹션도 좀 오바+구라가 있긴 하지만 다음과 같은 언급을 하고 있다.
“Srinivasa Ramanujan was the strangest man in all of mathematics, probably in the entire history of science. He has been compared to a bursting supernova, illuminating the darkest, most profound corners of mathematics, before being tragically struck down by tuberculosis at the age of 33, like Riemann before him. Working in total isolation from the main currents of his field, he was able to rederive 100 years’ worth of Western mathematics on his own. The tragedy of his life is that much of his work was wasted rediscovering known mathematics. Scattered throughout the obscure equations in his notebooks are these modular functions, which are among the strangest ever found…
“In the work of Ramanujan, the number 24 appears repeatedly. This is an example of what mathematicians call magic numbers, which continually appear where we least expect them, for reasons that no one understands. Miraculously, Ramanujan’s function also appears in string theory… In string theory, each of the 24 modes in the Ramanujan function corresponds to a physical vibration of the string…
“When the Ramanujan function is generalized, the number 24 is replaced by the number 8. Thus, the critical number for the superstring is 8 + 2, or 10. This is the origin of the tenth dimension. The string vibrates in ten dimensions because it requires these generalized Ramanujan functions in order to remain self - consistent. In other words, physicists have not the slightest understanding of why ten and 26 dimensions are singled out as the dimension of the string. ”
“It’s as though there is some kind of deep numerology being manifested in these functions that no one understands…”
“In the final analysis, the origin of the ten - dimensional theory is as mysterious as Ramanujan himself. When asked by audiences why nature might exist in ten dimensions, physicists are forced to answer, “We don’t know.”"
(왜 물리학자들이 우주가 10차원이라고 하는지에 짤막하게 적어놓은 Why 10 dimensions 이라는 글도 한번 읽고, 이해가는 사람은 설명좀…)
아무튼 결론은 라마누잔 만세! 그리고 1729에 대해서는 라마누잔이 가진 감각은 상당히 예민했을 것이라는 점을 나는 말하고 싶었다.
Posted in: 고등수학, 수학 August 9, 2008 at 11:21 am
지난 4월 16일에 쓴 ‘매관매직과 비례대표제‘ 의 후속편이다. 지난번에는 친박연대 양정례 덕분에 글이 나왔다면, 이번에는 대통령 부인의 사촌 ‘김옥희’ 씨 덕분이다.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다시 분출될 그날까지, 우리들 정치개혁세력은 묵묵히 이 시대를 관찰하고 기록하며 때를 기다린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신청자는 597명이었다. 이 중 22명만 당선됐다. 나머지 547명은 아예 후보 명단(50명)에 오르지도 못했다. 547명 중 한 명이 김종원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다. 그는 공천을 기대하며,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에게 30억여원이란 거액의 돈을 건넸다.
다른 공천 신청자들은 어떤 일을 겪었을까. 낙천자들에게 물었다.
반응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었다. 그나마 당 사정에 밝은 사람들은 “비례대표로 공천신청은 했지만 이미 당선권 후보의 윤곽이 잡힌 상태였다”고 전했다. 당료 출신의 A씨는 “이미 순위가 정해져 있었다. 막판 한두 명 정도만 바뀌었던 것으로 안다”며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주도하고 청와대의 의향이 중시됐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중 누가 돈이 절실할 사람이 있느냐”며 “정치브로커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말이 먹혀들 상황이 아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10년 가까이 당과 가깝게 지냈던 전문직 출신 인사 B씨는 “내 분야의 신청자도 필요하다고 해 공천 신청을 했다. 안 될 걸 알아서 상견례에도 안 갔다”고 말했다.
“돈 요구를 받았다”는 낙천자도 있다. 공천 관련 ‘고급 정보’에 접근하기 여의치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전문직 출신 C씨의 당시 경험담이다.
“ 세 명이 만나자고 하더라. 뜨내기는 아니었다. 친이 실세와 가까운 인사가 찾아와 ‘남들은 30억원인데 20억원만 달라’고 하더라. ‘해당 분야에서 알아주는 사람이고 대통령 내외와도 잘 아니 20억원으로 해보겠다’고 하더라. 선거 막판엔 친박 인사가 오더니 ‘15억원을 달라’고 했다.”
그는 결국 또 다른 실세 의원에게 상의했고, “절대 주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하지만 “내 분야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된 사람은 거액의 돈을 건넸다는 소문이 있다”는 말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돈 공천은 말이 안 된다. 한나라당에서 돈 공천이 사라진 지 1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외곽의 브로커까지 없어졌다곤 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옥희씨 사건이 그런 경우란 것이다. 당 관계자는 “지역구 공천 잡음이 컸던 상황이어서 비례대표 공천을 잘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
(한나라 비례대표 낙천자가 전한 당시 상황)
“한나라당에서 돈 공천은 사라졌고, 다만 외곽의 브로커까지 없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줘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주자.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한나라당이 과연 모든 책임을 ‘생활고에 찌든 70대 노인‘ 공천 브로커에게 돌리고 도마뱀 꼬리자르듯이 도망갈 수 있는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후진적인 밀실공천 (사실상은 지도부의 사천) 정당문화와 유권자에게는 그저 정당지지말고는 인물에 대한 선호도를 표현할 수 없는 현행 비례대표제도의 결합에서 온다. 비리를 부르는 ‘브로커’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호들갑 떨일도 아니고 이것이 한국정치의 수준이고 실력인 것이다.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있는데, 이런 수준에 대고 정책이 어쩌고 저쩌고 뭔 말을 할 수 있겠냐고.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나는 정당개혁과 선거제도개혁을 너무도 간절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 언급된 친박연대의 생쇼부터 시작해서 한국정치는 이제 거의 차떼기 시절 수준으로 돌아간 것 같다. 이러한 참담한 현실을 앞에 두고, 우리들의 실패한 지난 세월 정치개혁운동을 생각하면 너무나 우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매달 2000원 당비를 내고, 여러 민주주의 이론서를 구해 읽으며 열린우리당에 뛰어들었던 그 노력의 결실이라니… 그래도 하나 위안이 되는 것은, 그 정치개혁운동 덕분에 ‘이명박을 대선자금에서 자유로운 대통령’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것은 참으로 위대한 업적이 아닙니까? (뭐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기에는…)
선거제도개혁에 관해서 조금 언급하자면, 지역주의 정당들의 특정 지역 독식을 깨기 위해서는 현재의 소선거구제도는 여러 가지 장점 (가장 큰 것은 물론 화끈하게 정권을 교체하는 맛!) 에도 불구하고 손을 대야할 필요가 있다. 그 대안으로 비례대표 의석수의 증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생겨나는 문제는 비례대표제와 대통령제와의 불안정한 결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논리적으로는 내각제+비례대표제가 깔끔하다. 그러나 이 길로 가려면, 지금까지 한국 정치가 축적한 경험적 자산을 상당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하여, 고민에 고민을 하면서도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빛나는 설계도 한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유권자의 선택권은 최대로 하고, 정당지도자의 선택권은 최소로 한다’는 말은 민주적인 선거제도 디자인의 원칙으로 삼을만한 것이다.
현행 제도에 대한 포괄적인 선거제도 개혁이 어렵다고 해도, 미세조정의 의미로 개방형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는 고려해볼만한 것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딴나라 일당 치하에서는 이것도 그저 동굴속의 독백이겠지만)지금과 같은 폐쇄형 비례명부에 비해, 개방형이라는 것은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전국구를 상대로 해서 이렇게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반영할 수 있는 개방형 비례명부 작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50명 중에 누가 좋고 나쁜지를 어떻게 알고 할거냐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전국구가 아닌 권역별로 비례명부를 작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먼저 유권자가 정당명부중 하나를 선택해 정당에 기표를 할 수도 있지만 원한다면 특정후보를 선택해 그 후보의 당선순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각 정당에 투표한 표와 소속정당에 따른 후보자 득표수를 합산해 정당별 의석 수를 정한다. 당선순위를 결정하는데 있어 정당의 표는 명부 1번 후보의 표로 간주하고 이 후보가 당선쿼타에 이르면 잔여 정당 표는 다음 순위의 후보에게 이양이 된다.(비례대표제의 유형과 장 · 단점)
이렇게 쓰고 나니, 이것도 참 사치스런, 쓰잘데기 하나없는 동굴 속의 독백같다.
Posted in: 정치, 정치발전 August 7, 2008 at 10:44 pm
코딩이론 책에 손을 대다가 말려서 이틀째 정보이론을 공부하고 있다. 빨리 손을 털고 나오고 싶은데, 섀넌의 정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계속 시간을 보내고 있다. ㅠ.ㅠ
그나저나 보고있는 책의 문제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는데, 이거 답이 뭥미? 아시는분 설명좀…
The genetic code for the DNA of the bacterium Micrococcus Lysodeiktus has source probababilities
P(C)=P(G)=0.355, P(A)=P(T)=0.145
while for E. Coli
P(A)=P(G)=P(C)=P(T)=0.25
Which organism would you expect to manifest greater complexity?
Posted in: 수학 August 7, 2008 at 5:02 pm
E8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진지한 이야기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했다. 문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려면, 이제 어느 정도의 수학적 배경 지식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선형대수와 군론에 익숙하다면 좋을 것 같은데, 어찌 해결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을 해보고 있다.
아무튼 오늘은 번외편으로, 8차원에 존재하고 있는 E8이 그저 단지 재미로만 하는 상상속의 얘기가 아니라 현실에도 중요한 응용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지나가려 한다.
Conway와 Slaone의 Sphere Packings, Lattices and Groups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 practical signalling systems (notably the recently developed Trellis Coded Modulation schemes) have been designed using properties of sphere packings in low dimensions, and certain modems now on the market use codes consisting of points taken from the E8 lattice!
…실용 시그널링 시스템은 저차원 공쌓기의 성질을 사용하여 디자인 되어 왔으며, 시중에 나와 있는 어떤 모뎀은 E8격자에서 취한 점들로 구성된 코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E8 모뎀이라는 이야기인데, 이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24차원에서 맹활약하는 Leech격자 버전의Leech lattice modem 이라는 것도 있다)
한편, 컴퓨터의 메모리라던가, CD나 DVD와 같은 디지털 저장매체, 우주선과 지구사이의 이미지 전송 등에는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는 상태에서도 정보를 올바르게 주고받기 위한 것으로 오류정정부호(Error-correcting code)라는 것이 활용된다. 차후에 설명하게될 격자 혹은 이차형식 이론은, 이와 같은 것들을 다루는 코딩이론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모뎀이나, 메모리, CD,DVD 등등의 원리에 대해서는 공돌이 블로거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다만, 내가 언급하고 지나가는 것은 E8격자는 (7,4,3) 또는 (8,4,4) 해밍코드(Hamming Code)라는 녀석과 아주 가까운 친척이라는 점이다.
Posted in: 고등수학, 수학 August 5, 2008 at 11:05 pm
지난 글 ‘E8이란 무엇인가 (2) : 8차원에서 내려온 그림자‘에서는 polytope로서의 E8에 대해 얘기했다. (polytope에 대해서는, H. S. M. Coxeter의 Regular Polytopes 라는 책이 경전과 같은 반열에 올라있다. 하지만 내용이 어려운 것은 아니나, 읽기가 그렇게 수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녀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어느 점이 특별한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polytope의 점들의 8차원에서의 배열이 왜 특별한지에 대해서 얘기하려 한다.
예전에도 이미 짤막하게 Kissing Number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약간 중복되는 것이 있지만, 그냥 반복한다. 2차원 평면 상에서, 하나의 동전을 가운데 두고, 그 동전 주변에 최대로 붙일 수 있는 동전의 개수는 6개가 된다.

그리고 3차원 공간에서, 하나의 구를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최대로 붙일 수 있는 구의 개수는 12개이다.

2차원의 동전, 3차원의 구에 해당하는 도형은 물론 고차원에도 존재한다. 다음과 같은 부등식을 만족시키는 점들은 n차원에서, 중심이 원점에 있는 반지름이 1인 n차원 구가 된다.

그리하여 Kissing number 문제는 n차원에서, 하나의 n차원 구를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최대로 붙일 수 있는 n차원 구의 개수는 몇개인가를 묻는 문제이다.
2차원에서는 6, 3차원에서는 12. 그렇다면 4차원에서의 답은 얼마일까? 무척 쉬워보이는 문제지만, 놀랍게도 24가 답이라는 증명은 2003년에야 얻어졌다 !! (The kissing number in four dimensions, Oleg R. Musin)
보기보다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5차원부터는 완전히 열려있는 세계. 답을 구하면 당신은 유명해 질 수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미 답이 알려져 있는 고차원이 두 개 있다. 8차원과 24차원이 바로 그것이다. 8차원과 24차원이 수학적으로 매우 풍요로운 차원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블로그 주인장은 수학에서 숫자 24의 마법같은 등장에 매료되어 있는 사람이다) Kissing number 문제의 24차원에서의 답은 196560, 8차원에서의 답은 240이다.
240!!
8차원에 존재하고 있는 E8 polytope의 240개의 꼭지점들은 원점에서 떨어져 있는 거리가 모두 같은데, 이 길이들을 원점에서 1이 되도록 만들어 준다면, 이 점들의 위치는 바로, 8차원에서 240개의 구가 단위구에 접하는 점들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배열은 (3차원에서와는 다르게) 유일하게 존재한다!! (이 사실에 대한 증명은 Conway와 Slaone의 Sphere Packings, Lattices and Groups ,chapter 13과 14에 있음.) 8차원의 polytope가 아닌, 이 꼭지점들의 배치 역시 E8이라 부른다.
kissing number 문제의 해답을 주는 점들의 배치가 2차원에서는 육각형 눈꽃송이를 만들어낸다면, E8은 8차원의 눈꽃송이라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데카르트의 눈 스케치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고, 가야할 길은 까마득히 멀뿐더러, 이제 그 길은 점점 더 험해지는데… 이 정도면 됐다? 아님 한번 끝까지 가보겠다?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Posted in: 고등수학, 나의 연구, 수학 August 3, 2008 at 10:05 pm
앞으로의 이야기는 익숙한 차원을 넘어서는 고차원을 다루기 때문에, 명확한 정의보다는 익숙한 상황에의 비유가 많이 사용될 것이다. 오늘은 예전에 기사가 돌 때, 함께 등장하던 다음과 같은 그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E8의 그림자
0차원 - 점, 1차원 - 선분, 2차원 - 다각형, 3차원 - 다면체, …
polytope 는 일반적인 n차원에서 0,1,2,3 차원에서 각각 점, 선분, 다각형, 다면체에 해당하는 도형을 기술하기 위한 단어이다. 2차원 polytope 는 다각형이고, 3차원 polytope는 다면체를 뜻한다. (우리말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내가 모르는 것일수도 있지만, 이것과 관련하여 보편적으로 쓰이는 번역어를 들어보지는 못한것 같다. 마음놓고 한글로 쓸 수 있는 단어가 없다는 것.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 이런것도 한국 수학의 앞에 놓인 거대한 장벽들이다. 정보의 원활한 유통을 막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수학과 관련한 담론 생산에도 지장이 많고, 수학과 관련된 출판도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면 교사, 기자, 작가, 학부모와 같은 정보의 전파자들에게 접근하기가 어려워지고, 따라서 (잠재적 수학자인) 학생들을 수학의 세계에 노출시키는데 장애를 받게 된다. 이런 마당에 애들을 데리고 영어로 수학수업을 한다고? 다 족구하라 그래!)
2차원 polytope 중에서 특별한 것들로 정다각형이 있다. 정다각형은 모두 잘 알고 있듯이 무한히 많다. 3차원 polytope 중에서 특별한 것들은 그 유명한 다섯개의 정다면체를 들 수 있다. 중학수학의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정4,6,8,12,20면체가 있다. 2차원에는 무한히 많던 것이, 3차원에는 다섯 개 밖에 없다니!
다섯개의 정다면체. 제5의 원소는?
어쨌든간에… 더 높은 차원에도 이와 같은 특별한 polytope들이 있을까? 물론 있다. 정다각형, 정다면체를 고차원으로 일반화하여, regular polytope라고 부른다.
어떤가? 이 글의 맨 처음에 있는 그림과 무언가 비슷하지 않은가? 이 그림자는 적당한 조작을 통하여 구현한 4차원의 600-cell의 그림자이다.
한편 regular polytope라는 것은 이렇게 희귀한 것이므로, 조건을 조금 느슨하게 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축구공을 보자.
축구공은 정다면체로 분류되지 않는다. 정5각형과, 정6각형 두 종류의 정다각형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점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 regular polytope는 아니지만, 그래도 풍부한 regularity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semi-regular polytope 라고 한다.
아무튼 이러한 E8이라는 semi-regular polytope가 가진 240개의 점과 그들을 서로 잇는 선분이 2차원으로 투영되어 만들어낸 그림자가, 바로 맨 위의 그림인 것이다. 그 그림을 클릭해서 크게 한 다음 점의 개수를 한번 세어보라. 분명히 240개일 것이다. 맨 위의 그림의 정체는 ‘8차원에서 내려온 그림자’였던 것이다.
그럼 어느 정도 호기심이 충족되었을 것이기에… 그래도 다음 글이 있으면 좋을것 같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았으면 좋겠는데… 이번에는 코멘트가 몇개가 되면 적당할까요???
E8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인구에 회자되게 된 계기는 아마도 2007년도에 있었던 두 개의 기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하나는 2007년 3월의 기사.
하나는 2007년 11월의 기사.
E8 이 무엇인지 과연 일반인들에게 설명이 가능한 것일까? 사실 별로 자신은 없지만 아무튼 한번 시작은 해보려한다. 미리 밝혀두건대, 두번째 기사가 말하는 ‘만물의 이론’에 대해서는 나는 무언가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으며, 다만 첫번째 기사에 실렸던 사건이 무엇을 말하는 지에 대해서는 언젠가 짧게 언급할 수도 있겠다. 우리의 목표는 더도 덜도 아니고 E8이 무엇인지 대강 아는 것이다.
많은 업적을 남긴 한 20세기 수학자의 말이다. E8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기에 앞서, 먼저 이 말에 대해 조금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예 를 들어 ‘모든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이다’와 같은 명제를 보자. ‘삼각형’이라는 것은 초중딩이 배우는 수학에서 그리고 과거의 수학에서 매우 ‘중요한 종’이다. 이 명제는 모든 삼각형들을 너무나 공평하고 평등하게 대우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이러한 공평무사한 명제에 파묻히게 되면, 종종 수학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를 놓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삼각형이라는 ‘중요한 종’에서도 특별히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하나의 개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정삼각형’ - 세 각이 모두 60인 삼각형. 무한히 다양한 삼각형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하나가 아니던가?
‘세상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해서, 우리가 세상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사랑해야 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재미가 없을 것인가? 세상을 즐겁게 살고 싶다면 사람들은 특별한 것 - 그것이 사람이건, 사물이건, 무엇인건 간에 - 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특별한 하나도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는데, 다른 무엇을 알 수 있을 것이며, 무엇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뭔가 말이 되는듯 안되는듯 하지만 어쨌든) E8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가 있다. 수학의 우주에는 E8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수학적 개체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 것이 어떤 ‘종’에 속해 있건 간에, E8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 개체는 흥미로운 녀석들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정말로 특별하고 흥미로운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 녀석이 속해 있는 종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사실 1번과 2번은 그리 크게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사실 3번과 4번이고, 이것이 핵심이 되어야 하며, 난관도 여기에 숨어있다. 5번은 약간 벗어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렇게 하면 E8의 흥미로운 스토리를 플라톤로부터 구성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플라톤의 구라에 대하여‘ 그리고 그 후속편 ‘케플러와 정다면체‘ 시리즈가 진행되다 한동안 멈춰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