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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듣고, 의논한다. 모으고, 팔고, 나눈다. 분쟁이 끊이지 않고, 갈등은 전쟁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사는 현실과 다를 바 없다. 온라인게임 말이다. 분쟁이 ‘공성전’으로 나타난다는 점, 갈등이 칼과 방패를 들고 싸우는 형태로 일어난다는 점만 다르다. 온라인게임은 현실의 축소판이라는 얘기는 이제 너무 흔한 얘기 아닌가.
오는 12월17일 다음게임의 ‘검은사막’이 공개 시범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개발에 쏟은 세월만 해도 4년이 넘었다. 첫 번째 비공개 시범서비스 이후 공개 서비스까지 걸린 기간도 얼추 1년이 지났다. 펄어비스의 첫 작품이자, 다음게임이 서비스하는 첫 번째 온라인 MMORPG이기도 하다. 최근 게임 시장의 무게추도 모바일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다음게임이 ‘검은사막’에 가진 긴장감이 남다를 수밖에.
“게임은 현실의 은유”…현실감이 ‘검은사막’의 특징
“옛 미니홈피는 다이어리를 메타포로 현실 세계를 옮겨 놓은 것이잖아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게임이 추구하는 사실성을 ‘검은사막’ 속에 그대로 구현하고자 했어요.”
게임의 공성전은 현실의 갈등을 은유한다. 칼과 방패는 분쟁의 메타포요, 게임 속 명성은 사회의 연장선이다. 게이머가 게임 속 캐릭터에 투영하는 욕망과 현실의 욕구를 쉽게 구분할 수 있을까. 형태만 다를 뿐, 목표는 한 길이다. 허진영 다음게임 본부장이 온라인게임 시장의 축소를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게임은 온라인의 특성 중 관심분야 쪽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스포츠 온라인게임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게이머가 모인 곳이고, MMORPG는 판타지 세상에서 ‘람보’가 되고픈 이들이 모인 곳이니까요. 그 문화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관심기반 온라인 콘텐츠이기 때문이죠.”
허진영 본부장은 온라인게임을 관심기반 온라인 서비스라고 정의했다. 온라인 콘텐츠는 지인기반과 관심기반이 있는데, 미니홈피나 페이스북 등 지인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 서비스와 달리 온라인게임에는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몰입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는 설명이다. 따지고 보면, 현실을 반영하는 온라인게임의 특성은 SNS와도 비슷하잖은가. ‘길드’와 같은 커뮤니티가 꾸려지고(길드), 적절한 보상이 따라오며, 결국 서비스를 완성하는 것은 게이머 자신이니 말이다.
‘검은사막’ 속에서 1시간은 현실의 10분이다. 다른 게이머가 낚시를 많이 한 곳에서는 더이상 쉽게 물고기를 낚을 수 없도록 했고, 멀리 보이는 산까지 뛰어가면, 산 위를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득하게 먼 산까지 뛰어갈 생각은 하지 말 것. 시간이 지나고 밤이 되면, 마을에서 게이머를 도와주는 NPC들도 퇴근하고 없을 테니. ‘검은사막’이 추구하는 현실감각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커뮤니티 관련 책 중에 마치 교과서처럼 된 책이 있는데, ‘성공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구축 전략’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 안에 등장하는 모든 얘시가 바로 게임이거든요. 예를 들어 ‘울티마 온라인’ 말이죠. ‘성장’과 ‘이벤트’, ‘동기부여’ ,’보상’ 등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는 게임과 다를 바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성공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구축 전략’을 쓴 에미 조 킴이 게임 속 요소에서 커뮤니티 성공의 묘안을 찾았다면, 반대로 다음게임은 커뮤니티에 온라인게임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믿고 있다. 모바일게임 범람의 시대하지만, 아직 온라인게임만이 줄 수 있는 현실의 은유를 ‘검은사막’에 담은 까닭이다.
‘하드코어’한 재미, ‘검은사막’에
‘검은사막’의 백미는 전투다. ‘검은사막’에는 논타게팅 방식의 전투 시스템이 적용됐다. 적을 마우스로 ‘찍어’ 공격하도록 하는 ‘핵앤슬래시’와 비교해 자유롭게 전투를 펼칠 수 있다. 게이머의 선택이 아니라 칼을 어떻게 휘두르는가에 따라 전투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다. 대신, 논타게팅 방식의 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조금 어렵게 느낄수도. 이른바 ‘하드코어’한 게이머가 즐기기 좋은 게임이다.
허진영 본부장은 “분명 ‘하드코어’ 게이머를 위한 게임 시장 자체는 몸집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다른 플랫폼에서 다른 형태의 게임이 발전해도 지금과 같은 MMORPG의 방식의 게임은 PC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은사막’의 논타게팅 액션은 다른 플랫폼은 따라할 수 없는 키보드와 마우스로 즐길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뜻이다.
하드코어하게 온라인게임 즐기는 이들의 구미에 맞게, 게임을 즐기는 방법도 하나가 아니다. 전투광이 되거나 무역왕이 되거나, 사냥이나 채집으로도 얼마든지 ‘검은사막’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게임이 정답을 찾아주지 않는다. 목표를 정하고, 해답을 내는 것이 모두 게이머의 몫이다.
“게임 속에서 게이머가 따라야 하는 대략적인 동선을 만들기는 했지만, ‘검은사막’은 기본적으로는 열린 공간입니다.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요. 전투만 반복하지 않아도 되고, 낚시만 해도 되고요.”
다음게임과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속에 설계한 임무(퀘스트)만 해도 1만2천여개다. 게이머가 모든 임무를 끝마칠 수 있을까. 취향따라 기분따라 내키는 것만 하라는 배려다. 많은 선택지 중 어떤 길을 고를지는 게이머의 선택에 달렸다.
“‘검은사막’은 일단 게이머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짧은 호흡으로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게임이 아니라 라이프사이클을 길게 유지할 수 있는 게임이 되도록 준비 중입니다.”
다음게임은 오는 12월4일 ‘검은사막’의 공개 시범서비스 홈페이지를 열 계획이다. 사전 캐릭터 생성 서비스는 12부터 15일까지고, 공개 시범서비스는 17일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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