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반경(지은이: 장대익 과학/ 진화 학자)
이 책의 지은이는 ‘인간 본성과 기술의 진화를 탐구해온 과학 철학자이자 진화 학자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강 능력이 진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으며, 다른 종과의 공감 능력의 차이는 무엇인지, 기술 발전과정에서 공감하는 인간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많은 실험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각자도생이 전면화되는 사회에서 호모사피엔스뿐만 아니라 다른 종 또한 기계(AI)와도 공감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미래세대의 공감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공감이란 대체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조금 과장하면 연구자의 수만큼 다양하다고 한다.
그중에 하나는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다른 사람의 시각을 이해하며 그렇게 이해한 내용을 행동지침으로 삼는 기술이라고 한다.
동양의 정서에 맞게 사자성어를 표현하면 ‘역자 사지’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 정리한 내용을 보면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으로 구분한다.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관점(입장, 생각)을 이해하는 능력, 정서적 공감은 쉽게 말해 감정이입이라 한다.
감정의 전염으로 인한 정서적 공감은 집단생활을 하는 포유류의 공통된 속성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작은 규모의 내집단에서 작동하는 제한된 감정이다.
이런 성향은 ‘부족 본능’이라 부르고 있다.
부족 본능은 안쪽으로 향하는 공감 구심력의 핵심이다.
혈연, 학연, 지연은 정서적 공감의 반경을 결정하는 강력한 네트웍크다.
윤리학자 대니엘 켈리는 ‘부족 본능’ 개념을 통해 역겨움의 사회적 기능을 도덕적 역겨움과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다. 다시 규범 심리학은 상호규범에 순응하고자 하는 동기와 규범을 어기는 자를 처벌하고자 하는 동기로 이루어진다.
이 두가지(순응과 처벌)에는 역겨움을 포함한 많은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문제는 인류가 소규모의 집단생활 단계로 접어 들어가면서 역겨운 본능은 독성 및 기생충 회피하는 생리적 영역을 넘어 도덕적 영역으로까지 확대 진화되었다.
이 부족 본능이 글로벌 시대에도 존재하는 것이 문제 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과 만났을 때 타인이 나에게 어떤 의도를 가지는지, 그 의도를 실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민감해한다.
타인의 의도에 대한 평가는 ‘따뜻함’에 그 의도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평가는 ‘유능함’에 대응한다.
그리고 도덕 판단에서 감정과 이성이 함께 작용하기는 하지만 감정적 판단이 먼저이고 이성적 판단은 그러한 감정적 판단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수렵 채집기에 적응된 우리의 감정은 변화된 환경에 한참 뒤처져 있다.
바로 이런 시간 지연 때문에 우리의 감정적 반응을 사회의 윤리적 규범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
타인의 마음 읽기라는 적응 문제는 혹독한 자연환경이 우리 조상들에게 부과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동종의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부과했던 사회적 문제로서 600만 년 전 인류의 첫 조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집단을 형성하며 살아온 인류를 끊임없이 곤욕스럽게 만들었던 난제였다.
따라서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인류에게 매우 절실한 생존 무기였을 것이다.
결국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마음 상태를 잘 이해하고 그/ 그녀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갖는 능력이다.
따라서 인지적 공감은 정서적 공감만 있는 때와는 달리 장기적으로 우리 행동을 바꾸는 변화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정서적 공감은 따뜻한 ‘감정의 힘’이고 인지적 공감은 ‘사고의 힘’이다.
의식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인지적 공감은 활성화하려면 인간 본성과 사회적 맥락에 대한 주의 깊은 통찰과 이에 대한 처방전이 필요하다.
인간의 도덕 본능에는 공감의 반경을 축소하려는 구심력과 넓히려는 원심력이 모두 작용한다.
특히 감정이 촉발하는 도덕적 직관은 부족 본능의 발현으로 공감의 강력한 구심력이다.
모든 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도덕의 토대는 다섯 가지 기준 즉 도덕적 기반은 피해(harm), 공정성(fairness), 내집단(ingroup), 권위(authority), 순수성(parity)이라 한다.
도덕 기반 이론에 따르면 이런 기반들이 흔들릴 때 우리의 도덕적 직관은 작동한다.
가령 집단내부에 불평등 상황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진보와 보수 진영 사이에 반응 차이가 발생한다.
진보 진영은 내집단과 권위기반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자신의 속한 체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불평등 상황을 타개하려 하겠지만 보수 진영은 진단 내 불평등을 체제 전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감수할 수 있는 요소로 판단한다.
이런 맥락에서 불평등에 대한 정치 갈등은 도덕 직관이 차이 즉 도덕 기반의 가중치 적용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같은 사안을 두고 보수/ 진보 진영이 매일 으르렁대는 것도 보편적 가치에 대한 합리적 불일치보다는 도덕적 직관의 가중치 차이일 가능성이 크다 주장한다.
그리고 다정함은 인간이 영장류로 진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영장류 학자 ‘보라이언 헤어’의 주장을 빌어 재강조하고 있다.
그는 ‘자기 가축화(self domestication)라는 과정을 통해 이 다정함이 진화했다고 주장하는데
자기 가축화란?
집단 내부의 개체에 대해 덜 공격적을 진화하는 과정을 뜻하는데 인간의 경우에도 대략 8만 년 전쯤부터 집단 내 구성원에 대한 공격성이 줄어들면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일종의 사회화 과정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정함은 우리 식구 챙기기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감의 깊이보다 반경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외집단 사람들과의 접촉과 교류가 해법이라고 하는데 무작정 접촉한다고 해서 외집단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거나 다정함이 샘솟는 것은 아니다.
공감의 반경을 넓히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1) 두 집단의 동등한 지위를 가져야 하고,
2) 서로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친밀하고 다양한 접촉이 있어야 하며,
3) 상위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집단 간 협업이 유발되는 접촉 그리고
4) 관습/ 규제/ 법이 허용한 접촉이어야 한다.
집단적 성취의 지속적 확산과 축척을 문명이라고 한다면 문명은 일정 정도 이상의 공감의 반경을 가진 종만이 이룩할 수 있는 체계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동등한 지위에서 더 자주 만나 친밀함을 쌓으면 공감과 다정함의 반경은 자연스럽게 커질 수박에 없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역지사지이고, 부족 본능을 이기는 힘이라는 것이다.
이제 깊은 공감에서 넓은 공감으로 달려나가자고 호소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