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장담할 건 못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올 겨울에 감기 몸살 한 번도 안한 몸이라고 자랑쳤는데 완전 꼴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살아 볼거라고 꼬질꼬질한 얼굴로 청구약국 가서 몸살감기약을 지어 먹었다.
근육통이라서 그런지 여러가지 용도로 쓰이는 항아리 뚜껑 그릇을 들어 올리지도 못하겠다.
손도 다리도 후들거려 머리까지 어지럽다.
두번 째 근무지였던 두룡초에서 만난 선배선생님 네 분께 점심을 해드리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약을 먹고서라도 낫긴 나야야 했다.
죽림초는 2월 1일 개학이라서 아직 퇴직을 안 한 박보경선생님도 오셨다.
우리 모두의 교직 황금기였던 두룡초 근무시절,
그 옛날로 돌아가 이야기 하느라 아픈 것도 잠시 잊었다.
선배선생님들께 식사 전에 빼떼기 죽을 먼저 드렸다.
사각 흑요접시 위에 냅킨을 깔고 그 위에 두껑 달린 도자기 그릇에 담아 내었다.
그릇이 너무 예뻐 그릇까지 와작와작 씹어 먹고싶다고 하신다.
물메기국을 어떻게 끓였기에 이렇게 시원하고 맛있냐고 물으시기에 나만의 비법을 알려 드렸다.
제일 큰 언니선생님께서 내 흉내를 내신다.
30대도 되기 전의 나는 말할 때도 입을 오무려뜨리며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했다는데 나는 기억이 없다.
오미자차를 마시며 돌아가신 김유선선생님을 추억했다.
다들 그리움에 목이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