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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호수공원 | 단원미술관(홈피) | 안산갈대습지공원 |
1) 마귀할멈
옛날 이 고장에는 마귀할멈이 살았다. 마귀할멈은 나쁜 사람을 골탕 먹이기 위해 뒤웅박에 구멍을 뚫고 깍두기를 가득 담아 어깨에 메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청태산 골짜기를 지나던 중 뒤가 하도 급해 그곳에서 뒤를 보았다. 그리하여 그 할멈의 똥이 현재 청태산에 있는 넓은 바위가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송산면 웅도 근처에 있는 큰 바위 또한 할멈의 똥이라고 한다. 그리고 광덕산 싸리순이 한쪽으로 휘어져 있는데 그 할멈이 싸리순으로 밑을 닦아서 그렇게 된 것이고 한다.
아무튼 할멈은 이곳저곳에 뒤를 보고 다녔는데, 어쩌다 뒤를 보고 일어서다가 그만 뒤웅박을 놓쳐 버렸다. 그래서 그 뒤웅박 속에 있던 깍두기가 이 고장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깍두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현재 한양대 본관 자리에 있었던 계단식 논에 매어 놓은 소가 이 깍두기에 눌려 죽은 적도 있다고 전한다.
=> 전국 도처에 있는 거인 여신 이야기의 하나이다.
2) 잿머리 성황당
성곡동 잿머리[城頭] 뒷산에 서낭당이 있어 잿머리성황제를 거행한다. 이 성황제는 오랜 유래가 있다. 고려 때 서희(徐熙)가 송나라에 사신으로 갈 때 잿머리 해안에서 배를 타게 되었다. 별안간 폭풍우가 몰아쳐 일행은 바다가 잔잔해지기를 기원하는 제를 지내고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서희가 잠시 잠이 들었을 때, 꿈에 소복한 여인 둘이 나타나, 억울하게 죽은 신라 경순왕(敬順王)의 비 홍씨와 홍씨의 어머니 안씨의 혼령이라고 했다. 거처할 곳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놀라서 잠이 깬 서희는 그 곳에 아담한 당(堂)을 짓고 꿈에 본 모습대로 영정을 모시게 한 다음 위령제를 지냈는데 이것이 잿머리성황제의 유래이다.
매년 음력 10월 초순에 거행되었는데 제물로는 떡 한 시루, 돼지머리, 북어 3마리, 약주 3잔, 정화수 한 양푼을 진설한다. 이 성황제에는 마을주민은 물론 인근 마을 주민들까지 참여해 큰 행사가 되었다.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1986년 안산시의 시 승격을 축하하기 위해 ‘안산성황제’로 재현되었다.
=> 신라, 고려 이래의 오랜 전승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청고, 水畔閑日(수반한일) : 갈대습지공원 | 동구릉(이용수) : 현덕왕후가 안장되어 있다. | 안산 중앙도서관 주변 |
3) 현덕왕후의 분노
현덕왕후(顯德王后)는 조선왕조 제5대 문종의 왕후이자 단종의 어머니이다. 단종을 낳자마자 죽어 안산 목내동에 묻혔다. 능 이름은 소릉(昭陵)이다. 세조가 단종을 없애자 꿈속에 현덕왕후가 나타나 세조를 꾸짖으며 “나도 너의 자식을 살려두지 않겠다”고 했다. 그날 밤 세조는 동궁을 잃었는데 나이 겨우 20세였다. 다음 세자인 예종 또한 즉위 1년 만에 죽었다. 세조는 소릉을 파헤치라고 사람을 보냈는데, 능에서 여인의 곡성이 울려 가까이 가지 못했다. 세조가 개의치 말고 관을 꺼내라고 엄명을 내려 마지못해 봉분을 파헤치고 관을 들어 올리려 했다. 고약한 냄새가 풍겨 나오고 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끼로 관을 쪼개려 하자 관이 벌떡 일어서서 나왔다.
세조가 관을 불살라 버리라고 하니 별안간 소나기가 퍼부어 관을 바닷물에 집어던지고 말았다. 관이 소릉 옆 바닷가에 닿았으며, 그 자리에 우물이 생겨 ‘관우물’이라 불리게 되었다. 관은 다시 물에 밀려 며칠을 표류하다가 양화나루에 닿았고, 어느 농부가 발견해 밤중에 몰래 건져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 그날 밤 농부의 꿈에 현덕왕후가 나타나 앞일을 일러주어 농부는 가세가 점점 번창하게 되었다.
그 뒤 50년이 지나 조광조(趙光祖)의 상소로 능을 복구하게 되어 관의 행방을 찾았으나 농부는 겁을 집어먹고 계속 숨겼다. 그러자 다시 농부의 꿈에 현덕왕후가 나타나 걱정 말고 관가에 알리라고 했다. 농부가 이튿날 관가에 신고했더니 많은 상금을 내렸다. 그리하여 관은 마침내 동구릉의 문종릉 동편에 모셔지게 되었다. 원래 문종릉과 현덕왕후릉 사이에는 우거진 소나무가 있었는데 저절로 말라 버려 서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 역사의 이면을 캐는 야담형 이야기이다. 사건 전개에 꿈이 긴요한 구실을 하지만, 사실에서 멀어지지는 않는다.
4) 목 없는 장군의 묘
병자호란 때의 이야기이다. 지금 사리 역 뒤에 절충장군묘(折衝將軍墓)라고 하는 무덤이 있다. 싸움터에서 목을 잃어 목 없는 장군의 무덤이다.
그 분이 출전하면서 부인의 속적삼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부인이 “그건 무얼 하시려우?” 하니까, 그 분이 “만약에 내가 전사하면 무얼 보고 찾느냐?”고 했다. 전사를 한 사람들 옷을 벗겨보니 여자 속적삼을 입은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어서, 그 분 시신을 모셔다가 지금 산소에 묻었다고 한다.
그 산소 밑에 한 20여 호가 살고 있고, 산에 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 왜냐하면 그 산은 아무도 못 건드리기 때문이다. 교인들도 많고 뭐 별사람 다 있지만, 그 산의 흙 한 덩어리만 떠도 그 집이 발칵 뒤집혀진다.
남의 말 우습게 생각하는 어떤 사람이 “요즘 세상에 그런 게 다 뭐야” 하면서, 한 30평쯤 땅을 개간해 양계장을 지어 닭을 넣었는데 이게 무슨 변고인가? 닭을 넣으면 죽고 넣으면 죽고, 그래서 결국은 손을 들고 말았다고 한다. 그 산이 잘 보존되고 있다. 괭이 자국 하나 없이 지금도 잘 보존되고 있다. 그 산에 가서 나뭇가지 하나만 꺾어도 화를 입는다고 두려워해 그 산이 잘 보존되고 있다.
=> 역사의 이면을 더 캐 들어가면 사실을 떠난다. 자기 죽음을 예견한 장군이 목이 없는 시신으로 돌아왔어도 자기 무덤을 지키는 신이로운 능력을 갖춘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5) 선부리
먼 옛날 안산시 선부동[船弗] 마을 어귀까지 바닷물이 넘실거려 배들이 왕래했다고 하는 시절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별안간 하늘이 캄캄해지면서 안산시 선부동 뒤 골짜기에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솟아올랐다. 다시 하늘이 밝아지면서 무지개가 서려 있던 그 자리에 옥수같이 맑은 물이 솟아올라 장관을 이루었다. 그 뒤로 며칠에 한 번씩 무지개가 서곤 했는데, 그때마다 뒷산 뒤골짜기 산 어귀에서 신기하게 은은한 풍악소리가 들리고 또한 향기가 퍼져 나와 온 마을을 휩싸 안았다.
하루는 그 마을에 사는 총각이 나무를 하러 뒷산에 올라 부지런히 나뭇단을 쌓고 있었다. 그 날도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골짜기에서 풍악소리가 들려왔다. 총각은 호기심이 생겨 풍악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옷을 입은 선녀들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골짜기 우물물에서 목욕을 하면서 놀고 있었다.
총각이 너무 놀라 넋을 잃고 멍청이 쳐다보고만 있는데 한 선녀가 총각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당신은 누구세요? 어째서 이곳에 와 있어요?”
“소생은 산 아래 마을에 사는 어부인데, 나무를 하러 산에 올랐다가 풍악소리에 끌려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하도 놀라운 광경에 발이 떨어지지 않아 바라보고만 있는 것입니다.”
선녀는 한동안 총각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당신이 어부라고 하니 우리들을 위해 뱃사공이 되어주지 않겠어요?”
총각은 너무 기뻐 쾌히 승낙했다. 총각의 승낙을 받고 나자 선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앞바다로 나가 보세요.”
선녀는 이 말만 남기고 곧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총각은 선녀의 말대로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앞바다로 나가 보았다. 전에 보지 못하던 화려하게 장식한 배 한 척이 물에 떠 있었다. 총각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흥분된 마음으로 배에 올랐다. 배 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향기만 가득하였다. 잠시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어리둥절해 있는데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배에 오르기 시작했다. 어제 만났던 선녀가 배에 오르자 총각은 반가운 마음에 그 선녀 앞으로 다가가 큰절을 하면서 공손히 물었다.
“낭자는 어디서 온 누구신지요?”
“저는 하늘나라 사람으로 잠시 이곳에 내려와 머물게 되었는데, 마침 당신이 나타나 도움을 받게 된 거예요.”
총각은 기쁜 마음으로 다시 물었다.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배를 저어 북쪽으로 가면 큰 꽃이 피어 있는 우물이 있는데, 그 우물물을 이 통에 담아다 주면 되는 거예요.”
총각은 즉시 배를 저어 북쪽으로 갔다. 과연 전에 없던 큰 우물이 있었고 그 우물 가운데 이름 모를 큰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총각은 선녀가 말한 대로 배에 싣고 온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나서 다시 배를 저어 선녀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선녀들은 이 물을 음료수로 사용했다.
총각은 몇 날 며칠 동안 선녀들의 일을 열심히 도와주었다. 그러나 한 번도 선녀들을 농락하거나 나쁜 마음을 품지 않았다. 총각은 아주 착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선녀들이 자취를 감추었을 때 이 총각도 마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총각도 선녀들과 함께 하늘나라로 올라갔다고 한다.
선녀들이 음료수로 사용했다는 우물은 선부동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 화정리(花井里), 현재의 화정동에 꽃우물 마을에 있다. 그 꽃 이름은 자세히 전해 오는 것이 없으나 일설에 의하면 선화(仙花)라고 한다. 선부동은 본디 속지명으로 달미(達美)라고도 불려 왔다. 그것은 선녀들이 목욕한 석수골 우물물에 이곳 사람들이 목욕을 하면 미인이 된다고 하였으므로 동네 속지명을 그렇게 부른 것이다.
선부동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 옛날 선녀가 하강한 마을이라 해서 선녀 마을이라고 불려 오다가 근래에 이르러 선부리라고 하고, 시로 승격되면서 선부동으로 바뀌었다.
=> 특정 장소와 최소한의 연결만 가지고, 아무런 갈등도 없이 일상생활의 영역을 벗어나서 아름답기만 한 상상의 세계로 나아간다. 선녀들과 함께 배를 타고 멀리 가다가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경이에 동참하게 한다. 이런 이야기는 전설인가, 민담인가, 신화인가? 이 셋 가운데 어느 하나가 아닌 이야기가 있다니 놀랍다.
*젊은이들 가득한 안산 밤거리
한국, 신명나라
韓國, 別有天地
Korea, Wonder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