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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울산의 기독교계의 소식을 전하는 ‘굿뉴스 울산’을 5년 전 창간한 뒤 지금까지 편집장 업무를 감당해 오고 있다. 5년의 세월이 쌓이니 그 글의 벽돌 조각들을 모아 「신의 손」이라는 작은 집을 지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조촐한 출간기념회를 가지면서 저자가 된 기쁨도 맛볼 수 있었다. 책 발간을 앞두고 ‘이왕 신문업을 하는 김에 출판사 등록도 해서 의뢰가 들어오는 대로 책을 발행하면 어떨까?’ 하고 고심하던 끝에 등록 절차를 밟기로 했다. 중구청에 서류를 접수하고 나니 며칠 후에 발급 허가가 떨어졌고, 그 서류를 받아 쥔 즉시 동울산세무서로 찾아갔다. 세무서에서는 등록에 관한 사항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 후 발급허가증을 찾으러 갔더니 쏜살보다 더 빠르게 국민연금공단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의논한 끝에 매월 10만 원씩 국민연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출판업종의 경우 연 수입 2천만 원 이하는 면세라고 하니 연금 외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다소나마 위안이 됐다.
알다시피 방송매체의 첨단기능과 인터넷의 발 빠른 처세에 밀려 종이신문이나 책을 비롯한 출판인쇄업은 호황기를 지나버린 지가 한참 오래다. 솔직히 한 번씩 신문을 발행할 때마다 빚이라도 지지 않으면 이 일을 감당해내기가 어렵다. 마치 신의 저주를 받은 신화 속의 시지포스같이 큰 바윗덩이를 힘을 다해 산꼭대기에 밀어 올려놓으면 다음날 또 그 일을 되풀이해야만 한다. 그렇게 지난한 일이지만 힘겹게, 버겁게 감당한 일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탄생하게 되니 새삼 책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출판사를 등록한 지 불과 얼마 안 되지만 벌써 두 권의 책 발간 의뢰가 들어왔다. 신문 일을 하고 있는 줄 알고 있던 지인에게 처음으로 발행한 책을 선물했더니 마침 자기도 원고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했다. 문제는 생각날 때마다 휘갈겨 적듯 볼펜으로 기록해 놔서 정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고민도 털어놨다. 그래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원고를 잘 정리하는 것 못지않게 그것을 컴퓨터에 잘 저장해 두라”고 말이다. 말이 씨가 되어 엊그제도 급하게 불려가 컴퓨터 작업에 대한 조언을 해주어야 했다. 또 따른 책 발간 의뢰의 건은 갓 등록한 출판사가 감당하기에는 아주 벅찬, 수준 있는 분의 부탁이어서 상당한 공을 들여가며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돌이켜보니 신문 편집장의 직무를 맡으면서 힘에 겨워도 어려움을 참고 감내해 온 것 같다. 그리고 힘겨운 이 일을 감당하며 어려울 때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위로를 얻고, 탁 트인 바닷가로 드라이브를 떠나 위안을 받아오곤 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그 기사 내용들을 발췌하고 책으로 엮어 세상에 선을 보였노라 하고 자축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편집장 업무를 볼 때나 책 발간을 부탁한 저자들의 글을 가감첨삭하고 다듬을 때나, 그분들과 책의 내용을 상의할 때나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감’이다. 무엇보다 먼저, 내가 손을 본 글 내용에 내가 감동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읽혔을 때 ‘아, 그렇구나!’ 하는 동의를 넉넉히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필자가 발행한 책에는 저명인사 몇 분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담겨 있다. 한국기독교계의 산 증인인 104세 방지일 목사의 울산호계교회 집회현장 탐방, ‘백년지성’이라 할 98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교수의 강연현장 탐방, 대중가수 김종찬 목사의 신앙 간증이 깃든 고백적인 음악회, 현대사의 산 증인 김종필 전 총리의 중앙일보 ‘소이부답(笑而不答)’ 연재에 대한 소회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울산의 새로운 명소인 고래문화마을이나 울산대교 전망대처럼 울산 사람만이 적을 수 있는 글들도 적잖이 실었다. 불특정 다수 독자들의 손에 들려줘도 읽어볼만한 내용들을 골라 실으려고 공을 많이 들였다. 아울러 농아인이나 시각장애인 단체와 같은 소외된 이웃을 찾아간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들과 세상의 가교 역할을 하고자 나름대로 애를 쓰기도 했다.
박정관 굿뉴스울산 편집장, 중구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