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글쎄 꿈에 말이여. 옥황상제님이 천도 복숭아를!
같은 동리에 김가 박가 놈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냈다. 하루는 이른 아침에 김가 놈이 박가 놈을 찾아왔더니 박가는 아직도 잠에 빠져 일어나지 않았다.
김가는 주먹을 들어 놈의 엉덩이를 힘껏 후려치며 나무랐다.
[이 얼빠진 놈아!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느냐?]
박가는 놀라 깨어나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이상한 일일세!]
김가 : [뭐가 이상하단 말이냐?]
박가 : [조금 전에 꿈을 꾸었지. 꿈속에 날개 짓을 하며 신선이 되어 하늘나라에 올라 가보니 궁궐이 깊숙하고 관원들이 나열해 있었어. 막 잔치를 베푸는데 잔칫상 위에 차려진 여러 가지 맛난 음식은 인간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지.
어, 그런데 한 사람이 흰 복숭아를 가리키며 이는 만년 복숭아로 먹으면 백발은 검어지고 빠졌던 이도 다시 돋아나며, 잡다한 병도 침범하지 않고 해마다 더욱 강건해 진다고 하질 않겠어?
그래서 내 마음 속에 갑자기 자네 부모님께서 연로하여 병을 자주 앓으시는 게 생각이 나서 갖다 드리려고 몰래 두 개를 훔쳤지 뭐냐.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잽싸게 도망쳐 와서 막 드리려는 참에 네 놈이 엉덩이를 치는 바람에 깜짝 놀라 깨어나고 말았어.]
김가 놈이 다 듣고는 손바닥을 치며 아깝다고 탄식하는 것이었다.
[에구, 애석해라! 내 경솔한 탓에 바치지 못했구나!]
그런데 박가 놈이 이 말을 받아 능청을 떠는 것이다.
[후회하지 말게나. 내가 깨어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직도 두 손에 음낭을 꼭 쥐고 있다네. 이게 아마 그 복숭아 같으니 지금 갖다 드려도 늦지 않을 것 같네.]
同里有金朴二姓者 相友謔 一日早朝 金訪朴而來 時朴尙睡不起 金一拳猛打外臀曰 以何窮狀 尙爾臥寢耶 朴驚覺而起 拭目而笑曰 異哉 金曰 有何樣異事耶 朴曰 俄者 方得一夢 夢中羽化登仙 入于玉京 則殿宇深邃仙官羅列 方張設宴 而滿盤珍羞 盡是人間所不見物也 適有一傍人 指示碧桃曰 此所謂萬年桃也 食此則白髮還黑落齒復生 百病不侵 延年益奇云 故吾心中 忽思汝之父母 年老多病 意欲獻之 竊得二箇 兩手 皆握一箇 紛紛逃來 將獻之際 汝忽來打臀 故驚而覺之也 金聽罷 拊掌嘆曰 惜哉 以吾之輕率 使未及獻之也 朴笑曰 勿愼悔也 吾覺而思之 則尙以兩手 各緊握兩浮卵 惟此浮卵 疑是碧桃也 今獻之何晩也. [破睡椎](70話 : 萬年桃). [栖碧外史海外蒐逸本](卷26).
김가 놈과 박가 놈은 아주 친한 친구 사이다. 서로 허물이 없이 지내는 터에 김이 박을 찾아갔으나, 박은 아직 자고 있어서 발로 엉덩이를 차서 깨운다.
박은 녀석에게 괘씸한 생각이 들어 꾀를 낸다. 친구와 부친을 욕 먹이는 농학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는 조금 전의 꿈에 하늘에서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사는 만년 복숭아를 받아 김의 부친에게 막 올리려는 순간, 김이 잠을 깨워 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친구를 속인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가 양손에 아직도 음낭을 움켜쥐고 있는데, 못 바친 만년 복숭아 대신 이것을 바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한다.
박의 만년 복숭아 이야기도 터무니없는 것이지만 대신 자기 음낭을 바치겠다는 이야기 역시 무례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어불성설의 해학은 염치나 체면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러한 어불성설 논리의 해학은 현대 코미디의 적용 측면에서도 유효하다고 본다.
이로써 작품을 대하는 독자를 긴장시켜 파행적 해학을 생산했다.
평범한 사건의 전개만으로는 수준 높은 해학을 창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어 긴박한 상황 전개에서 빚어지는 해학을 살펴보기로 한다.
출처 : 이원걸. [조선 후기 야담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