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은 유혹이다. 일상에 눌려 깃을 접은 역마살을 일어나라, 일어나라, 깨운다. 순백의 눈 세상에서 추억 속으로 떠나고 곤한 삶의 그늘을 씻을 수 있다면, 어딘들 눈덮인 풍경이 아름답지 않을까만.
초겨울 눈의 풍경이 각별한 7곳을 선택했다. 신문과 잡지, 방송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는 한국여행작가협회 소속 회원인 정보상·유연태·이혜숙·홍순율·송일봉·양영훈·허시명씨 등 7명이 답사 경험을 토대로 엄선했다. 흔히 눈 하면 떠오르는 익히 알려진 장소 보다는 발품을 팔아 직접 답사해 발굴한,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 중심을 뒀다. 첫눈이 내린 초겨울 풍광이 아름다운 곳 7선을 우리나라 대표 여행작가들의 추선 사유와 함께 소개한다.
▲영남 알프스(정보상)
눈내린 초겨울 산사를 오르는 오솔길에서 일상의 때를 씻자. 영남알프스는 경상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에 걸쳐있는, 가지산을 중심으로 높은 봉우리들이 에운 곳을 일컫는다. 영남알프스 안에 정감 넘치는 산사가 모여 있어 산사 순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청도 운문사에 들른 다음 가지산 자락을 돌아 석남사를 찾아보고 마지막에 억새밭으로 유명한 사자평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표충사에 들르는 일정을 권한다. 가는 길에 길가에서 파는 얼음골 산사과를 맛보는 것도 상큼한 즐거움이다.
▲만대포구 가는 길(유연태)
초겨울의 차분함을 느낄 수 있는 자동차 여행 코스다. 태안반도 북쪽 끝자락에 있는 만대포구 가는 길가의 꾸지나무 가로수 길을 달리는 드라이브는 저물어가는 한 해를 뒤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가로수 길의 풍취는 눈이 내리고 나면 더욱 빛난다. 돌아오는 길에 이원면 관리에서 학암포로 가는 방조제 길을 달리는 것도 일상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준다.
▲호미곶 일출과 해안일주도로 드라이브(이혜숙)
동해의 거친 파도가 길 위로 올라올 것 같은 해안도로를 따라 호미곶으로 가는 길에는 별스런 즐거움이 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창을 활짝 열고 달려보는 것도 좋겠다. 만약 새벽에 그곳에 간다면 호미곶의 ‘상생의 손’ 사이로 떠오르는 동해 일출의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시린 초겨울 바닷바람에 얼어붙는 몸을 대보항의 해수사우나에서 풀어보자. 가까운 구룡포 항에서는 명물 과메기를 맛볼 수 있다.
▲계방산 트래킹(홍순율)
가장 깨끗한 계방산의 모습은 역시 겨울에 빛을 발한다. 겨울이 빨리오는 계방산은 겨울 내내 머리에 눈을 이고 산다. 지금도 여느 곳에서 접하기 힘든, 설경을 감상하는 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 차로 운두령 정상(해발 1,089m)까지 가서 능선을 타고 오르는 3.5㎞의 트래킹 코스를 걷다보면 끝간데 없이 물결치는 백두대간의 위용에 절로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장곡사(송일봉)
우리나라에 대웅전이 두 개 있는 유일한 사찰로도 유명한 장곡사에 가면 낙엽이 모두 져버린 메마른 감나무에 조롱조롱 달린 언감을 볼 수 있다. 언감 위에 쌓인 눈은 칠갑산 속에 폭 잠긴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를 한껏 고조시킨다. 장곡사 가는 길에 스님에게 언감 대신 구기자차 한 잔 대접받을 수 있다면 아마도 가장 따뜻한 선물을 받았다 하겠다.
▲해남 고천암호(양영훈)
영화 ‘살인의 추억’을 찍은 곳으로도 유명한 고천암호는 겨울에 가창오리떼가 가장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 영화 ‘서편제’와 ‘청풍명월’도 여기에서 찍었다. 순천만 갈대밭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갈대밭으로 소문난 고천암호에서 초설을 보는 감동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해남읍에 가면 전국에서 가장 푸짐한 용궁해물탕(061-536-2680)을 즐길 수 있다.
▲서천 신성리 갈대밭(허시명)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의 하나로 꼽히는 신성리 갈대밭은 갈대의 바다다. 첫눈 오는 날, 갈대밭을 거닐 때 바람이 불면 더욱 아늑하고 호젓한 느낌이 든다. 강둑을 오가며 겨울 철새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배경이기도 하다. 또 인근에 한산 세모시의 역사를 볼 수 있는 한산모시관과 한산의 전통명주로 인정받는 한산 소곡주 제조장도 있어 그곳에 가면 한번 맛볼 일이다.
▲여행길잡이
▶영남알프스
운문사는 경부고속도로 건천IC나 경산IC로 들어가는 게 빠르다. 건천IC로 갈 경우 20번 국도를 따라 운문호·운문댐을 지나 좌회전, 69번 지방도를 타면 운문사에 닿는다. 운문사~석남사(울산 울주)는 다시 69번 지방도를 타고 가지산도립공원을 향해 가다 24번 국도로 바꿔 밀양쪽으로 가면 금방 나온다. 석남사에서는 24번 국도로 금곡까지 34㎞간 뒤 좌회전, 1044번 지방도로 옮기면 표충사 입구까지 간다.
▶만대포구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를 나와 32번 국도를 이용, 서산을 지나 태안읍까지 간다.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원반도가 나오는데 최북단이 서해안 ‘땅끝마을’ 만대포구다. 태안읍에서 거리는 30㎞. 만대포구는 굴의 명산지. 11~2월은 생굴을 먹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밀국낙지탕도 명물이다.
▶호미곶
경부고속도로 영천IC를 빠져나와 안강(28번 국도)~포항(7번 국도)~구룡포(31번 국도)를 지나 912번 지방도를 타고 호미곶으로 간다. 호미곶 안내사이트(sunrise.ipohang.org)를 이용하면 날짜별 해돋이 시간과 볼거리, 먹거리, 숙박시설, 교통정보 등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계방산
트래킹의 출발지점인 운두령은 강원도 평창과 홍천의 경계. 영동고속도로 속사IC로 빠져나온 뒤 31번 국도(홍천 내면 방향)를 따라 이승복반공기념관, 노동리를 지나 운두령으로 간다. 운두령길에 횟집과 분위기있는 카페가 많다. 멀지 않은 곳에 용평리조트·휘닉스파크·현대성우리조트 등 스키장이 있다.
▶장곡사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를 나온 뒤 36번 국도(공주 방면)를 따라 홍성 거쳐 청양으로 간다. 대치터널 가기 전에 645번 지방도로 우회전해 ‘장곡사’ 이정표를 따라 간다. 청양에서 승용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대천이나 무창포 바닷가에서 겨울바다 정취를 즐길 수 있다.
▶고천암호
호남고속도로 광산IC로 빠져 13번 국도를 타고 나주, 영암을 거쳐 해남까지 간다. 해남읍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진도방면으로 20분쯤 달리면 황산면. 여기서 77번 도로로 좌회전해 5분쯤 가면 된다. 황산면 우항리의 공룡발자국 화석지도 둘러볼 만하다. 숙식은 해남읍으로 가야 편리하다.
▶서천 갈대밭
서해안고속도로 서천IC에서 나와 4번 국도를 타고 서천읍, 한산모시관을 지나 유사사거리로 간다.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웅포대교 방향으로 613번 지방도를 따라 5㎞쯤 달리면 신성리 갈대밭이다. 마량리 마량포구 오른쪽에 있는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서해안 일몰이 일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