事件파일
搜査/南大門 警察署 刑事 5班 (전 순철, 정 주순, 이 현성 형사)
목돈마련 幻想에 찾은 祖國서
殺人强盜犯이 된 어느 人生
不法滯留者로 2여 년간 떠돌던 僑胞 2세. 돈은 벌긴 커녕 용돈조차 궁하게 되자 암달러상의 女人을 奇襲殺害하고 5천 만원 빼앗아
母國 生活 2년만에 强盜殺人犯으로 둔갑한 20세 中國僑胞 2세
부모님의 조국에 와서 인생의 전격적 발전의 계기로 삼아 청운의 꿈을 펼치려 했던 중국교포 2세가 2년 이상을 불법 체류자로 떠돌며 실의와 냉대 그리고 편견에 못이기는 생활을 하다가 강도살인범이라는 극단적 파탄을 저지르고 만 사건이 발생, 일부 중국교포들의 한국에 대한 무모한 환상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이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은 바로 지난 3월 4일 오후 2시쯤. 언제부턴가 불법 체류 중국교포들의 주 활동무대이자 인력시장, 그리고 숙소로 이용되는 서울역 인근에서였다.
남대문 시장 부근의 P여관 종업원 E모(57)씨는 3층 옥상에서 빨래를 널고 있다가 이상한 외침이 들리는 것에 수상히 여겨 급히 계단을 내려 와 두리번거리며 복도를 지나는데 20대 청년 하나가 가방으로 보이는 것을 가슴에 감추고 급히 내려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에 E여인은 그 남자에게「어디서 이상한 고함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못 들었느냐」고 급히 묻자 청년은 고개도 제대로 돌리지 않은 수상한 몸짓으로「12호! 12호!」외치면서 재빨리 달아났다.
여자의 자지러지는 비명소리에 이어 사내가 뛰쳐나가는 것으로 보아 순간적인 판단으로도 달아나는 청년이 강도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E여인은 곧바로 달아나는 청년의 등을 향해 내달리며「강도야! 저 놈 잡아라!」하고 외치기에 이르렀다.
때마침 유흥업소 지도단속 차에 근처를 지나던 남대문서 방범과 방범계 소속 임 종술, 이 찬복 경장은 이 같은 상황을 멀리서 포착하고 달아나는 수상한 청년을 추적했고 전대․손가방 등을 갖고 사력을 다해 달아나는 청년을 1백 미터쯤 추적해 체포하기에 이른 것.
곧바로 이들은 범인을 대동한 채 처음「강도야! 저 놈 잡아라!」고 초로의 여인이 외쳤던 여관으로 가 보니 거기엔 참혹한 살인의 만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재빨리 소리를 쳐서 강도살인범을 잡게 끔 시민의 도리를 다 한 E씨가 이끄는 대로 3층 3X8호실에 들어가 보니 50대 여인이 칼에 찔려 온 몸을 피로 흥건히 적신 채 죽어 있었다.
이 사건은 즉시 본서에 보고가 됐고 당직 중이던 남대문서 형사과 형사 5반 수사진이 즉각 현장에 출동, 붙잡힌 청년을 연행하는 등 동시에 현장감식에 들어갔다.
2년여의 잘 못된 生活 끝에 목돈은커녕 용돈조차 없는 身世가 되자 多級한 마음에 犯行
피해자는 바로 E여인(55세․서울 양천구 신정 1동)으로 E여인은 남대문 일대에서 암달러상을 해 오던 중년 여인이었다.
곧 피의자의 신원을 파악한 결과 범인은 김 차근(20세․중국 흑룡강성 할빈시 남강구)로 지난 91년 8월 국내 친인척의 초청을 빙자, 소위 목돈을 벌려 국내에 들어 온 중국교포 2세였다.
중국교포가 어쩌다가 강도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비교적 자본주의 사회의 뒷 그늘을 폭넓게 이해하지 못한 김은 집에서 농사일을 거들다가 교포들의 국내 진출이 러시를 이루던 지난 91년 여름 카페리호를 타고 인천항에 도착했다.
친인척 초청이라는 것은 사실 어떻게 하든 한국에 오기 위한 구실에 불과한 만큼 곧바로 음식점 종업원으로 취직을 했고 서비스업에 서툴고 수입 또한 맞지가 않아 이후 건축 공사장을 전전하는 것으로 벌이의 방법을 바꿨다.
한데 얼마동안 이런 생활을 하다가 6개월의 체류기간을 넘기고 말아 이제는 불법 체류자라는 다급한 처지가 된 그는 한국에 오기만 하면 큰돈을 번다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뼈저리게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엔 착실히 돈을 벌어보려 노력을 하였지만 숙박비에, 멋모르고 친구들과 분위기에 빠져 유흥가를 어줍지 않게 드나들기도 하면서 국내 체류 2년이 가까워진 시점에 모아 둔 목돈은커녕 생활하기조차 어려운 처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지난겨울 내내 공사 잡부일 마저 별로 없었기에 사정은 더욱 그러했다. 결국 쫓기는 심정이 된 김은 은밀히 강도를 꿈꾸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
대상은 숙소로 이용하는 무허가 하숙집 부근에서 귀국하는 중국교포들이나 외국인이 아니면 달러나 엔화 등 외화를 원하는 국내인들에게 환전을 원하는 암달러상으로 정했다.
칼을 휘두르고 그 돈을 빼앗기만 하면 자신의 지금 상황을 만회할 뿐 아니라 평생을 최고의 부유층으로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악마의 유혹에 빠져버린 것.
드디어 부모의 조국에 와서 유독 자본주의 사회의 부작용에만 금새 오염된 까닭에 철저히 병들어버린 김은 시장에서 칼을 구입하고 007가방에 신문지와 옷을 집어넣어 돈 가방으로 위장을 해서 암달러상들이 애용하는 여관촌의 주위를 배회했다.
그렇게 얼마 동안 감시를 하고 있자 마침내 피해자가 제 발로 나타나 주었다. 귀향하려는 중국교포임을 알고「달러 바꿀 일이 있느냐?」고 E여인이 넌지시 말을 건넸던 것. 이에「그렇다」고 음흉하게 대답한 김은 피해자 E여인을 따라 근처의 여관으로 들어갔고 거래를 시작하기에 앞서 좀 더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의도에서 E여인은「군대는 갔다 왔느냐」「한국에서 얼마를 벌어 가면 중국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느냐」고 넌지시 말을 건넸다.
방안에 있는 TV에선 영화가 한참 방영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상대가「얼마를 갖고 있으니 바꿔달라」는 당연히 건네 올 말을 기다리며 무심코 화면을 보는 사이 흉악한 강도범으로 몸과 마음이 병들어버린 김은 이때를 이용, 품에 넣고 있던 칼을 빼내 순식간에 E여인의 뒷덜미를 찔렀다.
E여인이 앉을 때 보여진 허리 아래의 불룩한 전대를 보는 순간 머리가 돌아버린 것이었다.
엉겁결에 뒷덜미를 찔린 E 여인은 암달러상을 해 오면서 체득하게 된 여러 가지 위험상황을 대비했던 본능으로 강도범 김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며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김은 자신의 어머니뻘쯤 되는 E여인을 마구 찔러댔다.
E여인의 전대에는 한화 3백 2십만 원. 엔화 6백 5십만엔 등을 포함 5천여 만원이 들어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소견을 볼 때 목 15㎝, 좌측 유방 25㎝, 옆구리 4.5㎝, 좌측 어깨 3㎝, 등허리1.5㎝, 우측 손바닥 10㎝의 칼자국이 난 것으로 보아 김은 빼앗기지 않으려 반항하는 E여인을 무차별로 가격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부모의 발전된 조국에 와서 목돈을 마련하겠다는 청운의 꿈을 꾼 김은 유독 자본주의 사회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에 치우치다 돈을 뺏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 같은 여인을 무참히 살해한 죄로 적어도 자신이 살아 온 세월만큼은 차디찬 감방생활로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모순과 후유증을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기사 끝.
1993년 5월 호 月刊 野史와 事件 2페이지 프리랜서 朴勝基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