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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이 없어서 나라가 무너질 일은 없을 것”
지난 6월 16일, 김여정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팩트다. 6월 초부터 대북전단규탄대회 같은 관제 데모와 막말 담화가 이어진 뒤 벌어진 일이다. 6월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양시의 당과 행정기관 간부들에게 3개월째 식량 배급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6월 30일, 《조선일보》에는 김정은의 ‘와병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소문”이라는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의 발언이 실렸다. 7월 3일에는 김정은이 석 달 만에 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지시했다는 기사가 《로동신문》에 나왔다.
대남도발, 식량난, 전염병 등 북한 내부의 최근 상황은 어떨까? 평양에 거주하는 여러 인사와 통화한 이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종합한다. 본인들의 요청에 의해 어떤 이들이 어디서 북한 내의 누구와 통화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다만, 북한 내에도 북한 상황을 국제적인 시각에서 객관적이며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인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말씀드릴 수 있다.
▲ 북한 《로동신문》은 지난 7월 3일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해, 코로나19 방역 강화조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 지난 3월부터 평양시에 배급이 끊겼는가.
“끊긴 구역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구역도 있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새로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 ‘새로운 상황이 아니’라니?
“외국 기준이나 관점으로 문제를 보면 진실이 안 보인다. 평양의 경우 1980년대 후반, 그러니까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이후부터 배급 방식이 바뀌었다. 지금은 보통강구역, 동대원구역, 대동강구역 등 구역별로 알아서 배급을 준다. 힘이 있는 구역은 계속 배급을 주고 그렇지 못한 구역은 못 준다. 3월 이전에 배급이 끊어진 구역이 있다는 뜻이다. 배급이 끊어진 구역은 각자가 알아서 먹고살았다. 물론 넉넉하게는 못 산다.”
― 정말 괜찮은가? RFA는 평양 소식통의 말을 인용, “평양 시당과 시정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식량 공급이 3개월 전부터 끊겨 간부 가족들이 생활고를 호소한다”며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식량 공급 중단 사태는 지난 6월 7일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7기 13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경제난을 알게 된 평양시 간부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평양이라고 핵심 간부만 사는 것이 아니다. 간부들도 직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간부 아닌 사람들도 많다. 방금 말한 것처럼 같은 평양이라고 다 같은 평양이 아니지. 평양 시민 중에도 노동자가 있고, 남쪽 식으로 말하면 하층민도 있다. 물론 평양 사람들이라면 아무래도 지방 사람들보다는 사는 형편이 더 낫겠지만. 정말 어려워도 배급이 절대로 끊기지 않는 구역이 있다. 핵심 간부들이 사는 중구역이다. 중구역에 배급이 끊어진다면 그건 정말 심각한 일이겠지. 우리가 망한다면 모를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중구역 배급이라 해도, 배급량을 압쌀이 아니라 감자나 옥수수로 준다거나, 술·기름 등 공급량이 줄어들어 자식·손주들한테 들려 보낼 물품이 없다거나 하는 건 있다.
간부들이 동요한다는 건 경제제재 때문이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으니 미래가 불안한 것이다. 하지만 아예 잘 살기를 포기하고, ‘고난의 행군’이 또 왔다 생각하고 버티기로 마음먹으면 그럭저럭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식량이 없어서 나라가 무너질 일은 없을 것”
―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는 북한에 100만~150만톤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본다.
“그것도 외국 기준이다. 북한 사람들은 기대수준이 높지 않다. 적게 먹고도 버틸 수 있다. ‘고난의 행군’ 때는 밥이 아니라 죽만 먹어도 감지덕지였다. 밥이 아니라 죽을 먹는다 생각하면 식량은 그렇게 부족하지 않다. 통계도 그렇다. 외부 식량 원조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농지도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곳만 보여주고, 인구도 실제보다 좀 불려서 보고하고…. 유엔이든, 민간이든, 국제기구 사람들이 오면 간부들이 그렇게 사업한다는 걸 우리는 다 안다. 100만톤 이상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그보다 적게 받아도 견딜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이제부터는 감자도 나오고, 금년 농사도 흉작은 아니고…. 배불리 먹지야 못하겠지만, 식량이 없어서 나라가 무너질 일은 없을 것이다. 단, 모든 지역으로 분배가 제대로 되어야 한다.”
― 절량(絶糧) 가족, 아사자(餓死者)가 나온다는 보도도 있다. 사실인가?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면 이미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뜻 아닌가.
“맞다. 나온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것처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그것이 ‘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혁명의 길’에서 아사(餓死), 동사(凍死), 타사(打死)는 피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죽는 것(타사)’이 ‘사고로 죽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아사자가 나온다는 건 가슴 아프지. 하지만 그것이 인민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남쪽에서도 1960년대까지는 절량 농가도 나오고 식량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나? 그래도 나라가 무너진 것은 아니잖나. 아, ‘고난의 행군’ 때처럼 아사자가 대량으로, 도농(都農)에서 다 나온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인민들도 똑똑해져서 어떻게든 자기 살길은 알아서 다 마련할 거다.”
―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떤가. 《로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이 7월 2일 조선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섣부른 방역조치의 완화는 상상할 수도, 만회할 수도 없는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고 거듭 경고했다” “전염병 유입 위험성이 완전히 소실될 때까지 비상방역 사업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는데…. 김정은은 지난 4월 11일 정치국 회의 때도 코로나19 대응을 지시한 적이 있지 않은가.
首領경제, 軍需경제, 內閣경제
“비루스뿐 아니고, 여기서는 매년 장티푸스며 파라티푸스 같은 전염병이 돈다.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비루스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북한은 남쪽 기준으로 보자면 위생상태가 엉망이다. 상수도·하수도부터가 형편없는 수준이니 마시는 물, 씻는 물이 다 문제겠지. 그래서 여기서는 전염병이 연례행사다. 막으려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우리끼리 장티푸스나 파라티푸스는 걸릴 사람은 다 걸렸고 죽을 사람은 다 죽었을 것이라고 농반진반으로 이야기하는 이유다. 나만 해도 장티푸스, 파라티푸스가 모르는 사이에 걸렸다 다 나았다. 검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 항체(抗體)가 생겼을 것이다. 비루스야 신종 전염병이라니 유행이 되면 좀 문제가 커지겠지. 방역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에는 다른 의미도 있다. 인민들이 고생하는 건 김정은 책임이 아니라는 뜻이다.”
― 무슨 뜻인가.
“북한 경제는 수령(首領)경제, 군수(軍需)경제, 내각(內閣)경제가 다 따로 돌아간다. 인민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내각경제인데, 이를 수령경제와 군수경제가 뜯어먹고 사는 구조다. 수령경제와 군수경제는 돈을 쓰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인민들 노동력을 착취해서 수령경제, 군수경제 종사자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북한 경제는 자본주의와 운영원리가 다르지만 그런 면에서 다른 공산국가의 경제구조와도 다르다.
김정은이 요즘 내각경제 이야기를 안 하는 건 문제가 생겼을 때 빠져나갈 길을 만드는 것이다. 책임질 일을 안 했으니 잘못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대로 요즘 경제 사정이 좋지 않구나, 국제적으로 어디서 도움받기도 쉽지 않은가 보다, 그러니 잘 살 수 있다는 기대는 당분간 할 수 없겠구나, 라고 짐작한다. 이것이 남쪽에서 말하는 ‘평양시 간부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말이라면 그건 맞다.”
― 방역은 잘 하고 있는가.
“여기서는 방역이고 뭐이고 일단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막는다. 중국과의 국경도 차단했다. 균을 옮기지 말라는 거지. 약도 없고 약 사올 돈도 없으니 그것 말고 달리 방법이 있겠나. 그런데 위에서 하는 지시가 100% 먹히지 않는다. 먹고살아야 하니, 장사하는 사람들이 뇌물을 주고 어떻게든 단속망을 뚫고 돌아다니는 거다. 병에 걸려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데 막을 재간이 어디 있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연히 고이는 돈만 올랐다는 말이 돈다. 더 고위급을 더 비싼 값에 매수해야 하니까.”
― 확진자나 사망자는 얼마나 되는가.
“알려주지 않으니 모른다. 우리끼리는 사망자가 적어도 수백 명은 되지 않겠나 짐작한다. 그런데 비루스가 아니더라도 여기서는 병에 걸리면 온전히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으니까 면역력이 떨어지고, 합병증(合倂症)이 많이 온다. 지병 있는 사람이 전염병에 걸리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비루스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안해하는 사람 거의 없다”
―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가.
“TV에서 폭파 장면을 자세하게 보여줬다. 우리끼리는 ‘남쪽에서 단단히 약속한 것이 있는데, 그것을 안 줘서 본때를 보인 것’이라고 한다. ‘오죽 약속을 안 지켰으면 우리가 이랬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 ‘식량 사정이 어려워지면 그래도 도와줄 데라고는 남쪽밖에 없는데, 이젠 남쪽 비위를 긁어놓았으니 도움받기는 다 틀렸다’며 불안해하는 사람은 없는가.
“거의 없다. 나는 걱정이 된다. 한국에서 쌀이며 비료며 장기간 동안 상당한 지원을 해줬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일반 주민은 다르다. 남쪽이 잘산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우리에게 쌀과 비료를 보내줬다는 건 아는 사람이 없다. 일반인에게 차례진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모르는데 불안해하고 말고가 어디 있나. 혹시 한국에서 국제제재를 뚫고 쌀을 보낸다 해도, 나 같은 사람조차 기대가 크지 않다. ‘그저 비상용 쌀이 들어왔으니 군량미나 비축미가 풀리겠구나, 그렇다면 쌀값이 한꺼번에 오르는 일은 없겠구나’ 생각하는 정도다.”
― 여기서는 대북전단규탄대회 뉴스가 크게 나왔다. 이후에 달라진 상황이 있는가.
“있다. 탈북민을 인간쓰레기라고 욕하며 대대적으로 닦아 세웠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지 않나. 탈북민에 대한 일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현재 탈북민들이 북에 남은 가족들에게 보내는 돈을 집중 단속 중이다. 탈북한 사람이 누군가, 돈은 언제부터 얼마나 누구를 통해 받았나, 어디에 썼나, 전화 통화한 사실은 없나를 일일이 조사한다. 사실상 돈 보내는 길이 막혔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특히 국경 연선에서는 돈 쓰는 사람이 확 줄었다.”
문제는 시기와 질투
위 상황에 대해 탈북민들은 다음과 같은 해석을 덧붙인다. 최근 몇 년간은 중국을 통한 대북 민간 송금을 묵인하는 분위기였다. 송금받는 집을 보호해주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는 간부들도 많았다. 그런데 북한 당국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는 ‘시기와 질투’라는 것이 탈북민들의 설명이다. 탈북한 가족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상대적으로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을 곱게 보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돈을 받은 집에서는 전기도 창문을 가리고 몰래 쓰고, 음식 냄새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한다고 한다. 그래도 누가 갑자기 잘살게 되었는지는 동네 사람들이 다 아니, 당국에서 탈북민들을 대대적으로 규탄한 김에 그 가족들을 밀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이야기다. 최고위층에서 탈북민들을 격렬하게 비난했으니, 탈북민 가족에게서 뇌물을 받아먹던 간부들이 봐주거나 늦춰주기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돈을 받던 사람들이다. 간접적으로 ‘자본주의’의 맛을 본 사람들이기에 송금이 끊어지면 더 이상 북에서는 살 수 없을 것이다, 결국은 그들 가운데 대다수가 탈북을 실행할 것이다 라는 것이 상당수 탈북민들의 공통적인 예측이었다.
김정은의 신상과 관련, 주목할 만한 발언도 있었다. 6월 25일 일본에 체류 중인 외신 기자들의 모임인 외국특파원협회(FCCJ) 초청 기자회견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이 김정은 건강과 관련해 “의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는 “정보 사안을 논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며 한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뉘앙스는 ‘무언가를 알고 있지만 밝힐 수 없다’는 쪽에 가까웠다. 지난 4월의 ‘사망설’ 및 국제적 오보(誤報) 확산 소동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책임 있는 인사가 작심하고 한 발언이라 심상치 않다.
최근 김정은의 동선(動線)도 국제사회의 의혹을 사고 있다. 《로동신문》·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는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5월 24일 보도) → 정치국 회의(6월 7일) → 중앙군사위 예비회의(6월 23일) → 정치국 확대회의(7월 2일) → 김일성 사망 26주 참배 행사(7월 8일) 등 김정은 관련, 최소한의 일정만을 보도했다. 일부는 관련 영상도 공개하지 않고 사진과 기사만 내보냈다. 건강이상설이 자꾸 불거지는 이유다.
“러시아에서 나오는 얘기가 다 맞았다”
― 다들 북한이 어렵다고 하는데, 주(駐)평양 러시아대사만 다른 이야기를 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대사는 지난 6월 29일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지도자(김정은)가 대중 앞에 덜 나타나고는 있지만 그는 결정을 내리고 그의 지시는 보도되고 있다”는 근거를 들며 “북한은 이전처럼 정상적인 업무 체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이 맞을 거다. 러시아대사관 위치가 중앙당 바로 옆이다. 중국대사관은 중구역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 있다. 러시아대사관에 안테나가 수없이 솟아 있으니 당 간부들의 중요 대화를 다 도청하지 않겠나. 나중에 보면, 러시아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다 맞았다. 도청을 막겠다고 그 주변을 원형으로 감싸는 고층건물을 지었는데 소용없었다. 그래서 중앙당 간부들 사이에는 ‘1급 기밀 사안은 수첩에 적어서 회의하라’는 수칙이 있다.”
말이 난 김에, 마체고라 대사의 인터뷰를 좀 더 살펴보자. 그는 김정은 건강이상설에 대해 “아무런 근거가 없는 소문”이라는 말에 덧붙여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후계자 준비를 하고 있다는 ‘김여정 후계설’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고 했다. “김여정이 정치적·대외정책 경험을 쌓으면서 높은 수준의 국가 활동가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것이 전부”라고 했다. ‘러시아 쪽 분석이 가장 믿을 수 있다’는 ‘평양 시민’의 평가를 기준으로 하자면, 북한의 현 상황은 ‘일상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해도 위기라고는 볼 수 없는’ 정도인 듯하다. 다만, 마체고라 대사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당국이 가장 아파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드러났다는 대목은 또 다른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북한이 對北전단에 격분한 이유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대사는 같은 날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부는 물론 주민들이 (탈북민 단체들이 살포한 대북 전단에) 강력한 분노를 한 것은 (대북전단이) 포토숍까지 이용한 저열한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지난 5월 31일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지도자의 부인을 향한 추잡하고 모욕적인 선전전의 성격을 띠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손덕호 기자는 이 발언을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했던 것은 전단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내 리설주를 겨냥한 외설적인 합성사진이 실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라고 분석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북한 당국은 평양 시민들에게 전단의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알려주지 않은 듯하다. 신성모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족반역자이며 인간쓰레기인 탈북자들을 찢어죽이라”는 구호, “치가 떨려 참을 수 없으며 심장의 피를 끓이고 있다”는 재중조선경제인련합회 담화문을 소개하며 ‘간접적으로 소개’했을 뿐이다. 심리전은 대한민국이 비대칭적(非對稱的)으로 우세한 분야인데, 북한을 가장 심하게 흔들 수 있는 지점이 정확하게 어디인지를 북한 스스로가 노출한 셈이다.⊙
장원재 / (사)배우고나누는무지개 고문
월간조선 2020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