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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roadZone Road Impression - 2003 YAMAHA YZF-R6 - 2004/01/16
- 글/사진/편집 - 파워라이더(powerrider@onroadzone.com)
스트레이트를 빠른 속도로 달리다 코너를 앞두고 점점 감속을 시작한다. 브레이크 레버를 움켜쥐자 바이크는 앞으로 가라 앉으며 점점 속도를 줄여가고, 원하는 지점에서 브레이크를 해제하며 단숨에 뱅킹을 시작한다... 매우 가벼운 감각으로 뱅크한 바이크는 빠르게 선회하며 클리핑 포인트 지점을 지나서고... 과감하게 쓰로틀을 열어 통쾌하게 가속하며 탈출해나간다... '쒜엑-' 하는 병렬 4기통 고회전형 엔진 특유의 배기음을 내며 타코미터의 바늘은 정신없이 뛰쳐오르고 있고... 이내 눈앞에서 밝은 파란빛의 불빛이 깜빡거리고 있다... 다른 생각을 할 틈은 단 1초도 존재치 않는다... 존재하는 것이라곤 내가 달려나아가야 할 길... 그리고 미친듯이 울부짖는 R6... 그리고 중력과 가속력 관성력에 농락당하면서 쾌감을 느끼고 있는 나자신만 존재할뿐... 다른 무엇도 존재 하지 않는다...
이길을 수백번 달리고 또 달렸다. 처음 달린것이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출근시간이 되면 직장으로 출근하고 퇴근시간이 되면 집으로 귀가하듯... 특별한 이유 없이 늘 그 곳을 찾게되고 또 이 길을 달려왔다. 또한 이 길을 수십종의 바이크를 타고 달려보았다... 하지만 이 길을 이토록 진땀을 흘리며 달려본 것이 무척이나 오랫만인 것 같다...
R 이란 글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R 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이며 목표하는 것은 무엇일까? R6 를 쳐다보고 있자면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YAMAHA 식의 답이 하나씩 떠 오른다. 2003년 풀 모델체인지된 R6 는 겉 모습에서부터 녀석이 심상치 않는 놈이란 것을 느낄 수 있다. 4연장 헤드라이트와 그 사이에 있는 램에어 도입구는 어떠한 바이크와도 닮지 않은 R6 만의 독특한 마스크임에 틀림 없다. 검은색으로 도색된 프레임은 그 용점부위의 품질감등이 매우 뛰어나며, 또한 스윙암과 프런트 포크의 아웃튜브까지 검은색으로 도장되어 있어서 블랙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매서운 헤드라이트로부터 시작해서 날카로운 디자인으로 치켜 올라가는 리어카울까지... 군살없이 너무나도 잘 빠진 날렵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 820mm 라는 클래스 보통수준의 시트고를 가진 시트에 가볍게 올라앉아보면 이 순간부터 YAMAHA 가 추구하는 R 의 컨셉을 느낄 수 있다. 슈퍼스포츠 바이크란것을 감안하자면 의외로 서스펜션이 매우 소프트 한 것 이다. 사실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2003년식 R6 가 아니더라도, YAMAHA 는 R1 부터 시작한 R 시리즈는 모두 서스펜션이 경쟁모델보다 매우 소프트한 편 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슈퍼스포츠 계열 바이크들은 하드한 서스펜션을 주로 사용하는데, YAMAHA 가 다소 소프트한 서스펜션을 사용한다는것... 그것은 바로 YAMAHA 는 스트리트에서 최강의 머쉰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는 것 이다.사실 시판바이크들이 달릴 곳은 와인딩이다... 서킷이 아니란 말이다... 물론 일부는 레이스용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유료 서킷에 들어가서 개인이 서킷을 주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주 목적은 바로 공도... 그중에서도 와인딩 인 것 이다. 늘쌍 깨끗한 노면상태를 보장하는 서킷과는 달리 와인딩에서는 노면 상황을 예측 할 수 없다. 코너링중에 요철을 만나게 된다면? 너무 하드한 서스펜션이라면 그 충격을 제대로 흡수치 못하고 차체와 라이더에게 그대로 전달하게 되고... 이는 결코 유쾌하지 못할 것 이며..것은 컨트롤 불가로 이어질 수 있다. YAMAHA 는 무턱대고 하드한 서스펜션이 아니라 적절히 소프트한 서스펜션을 채택하여 이 녀석들의 주 무대인 공도주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 이다... 물론 R6 에 채택된 서스펜션은 전후 모두 풀 어드저스터블 가능한 타입이기 때문에 서킷주행등을 위해 하드한 서스펜션을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하드하게 바꿀 수 있다. 말이 길어졌다... 어쨋든 시트에 올라타면서 부터 차별화된 사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이 녀석역시 다른 바이크와는 차별화된 다른 차원의 바이크 라는 것... 시트의 전후길이고 길어 포지션에 대한 라이더의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 또한 YAMAHA R 시리즈답다. 핸들의 위치는 낮은 편 이지만 경쟁모델들이 너무나도 과격해졌기에 이젠 더이상 '매우' 란 말을 붙일순 없다. 또 앞서 말했듯이 시트의 전후 거리가 길어 앞으로 바싹 당겨 앉는다면 결코 핸들이 멀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착석위치를 점점 뒤로 옮겨 갈수록 본격적인 자세가 나온다. 스텝에 발을 얹어보면 스텝의 위치가 역시나 공격적인 다소 윗쪽으로 그리고 후방으로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착석위치가 전후로 이동할 수 있는 여유가 많기에 뒤로 당겨 앉는다면 그다지 후방에 위치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여기서 잠깐 스텝에 대해 집고 넘어가자면, 지금까지 내가 봐온 어떠한 대량생산품 바이크보다도 스텝 둘레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 인데, 공장에서 인쇄물 출판되듯이 찍혀 나오는 대량생산품에서 이 정도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울 다름이다. 검은색 차체사이에서 빛나는 은빛의 스텝은 모두 금속제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힐가드 또한 단순히 가져다 붙여놓은 느낌의 기존 대량생산품 바이크드르이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좌측 스텝둘레를 보면 더 놀라운 것을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쉬프트체인지패달과 실제 미션(기어박스)는 중간에 1~2차례 정도 링크되어서 꺾이게 되는데, 이 경우 조작감이 직접적이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허나 이녀석은 미션과 쉬프트체인지패달을 다른 링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연결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 메인프레임에 쉬프트로드가 지나갈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있다는 점... 정말 사소한 것 하나에까지 신경을 써 제작한 YAMAHA 의 섬세함에 놀라울 다름이다.
키를 메인 키 박스에 꼽아보면, 탑브릿지의 중앙부에 위치하지 않고 좌측으로 비슴듬히 위치한 키박스가 그간 많은 R1, R6 를 타보아서 일까? 이젠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2003년 모델에도 이 전통(?) 은 계속된다. 탑브릿지의 우측부에 새겨진 YAMAHA 의 로고는 허전한 부분을 매우 깔끔하게 채워주고 있다는 점 역시 여전하다. 계기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매우 스포티하면서도 심플한 계끼반에서 야마하 디자이너의 센스가 돋보인다. 흰색바탕의 대형 타코미터를 중심으로 우측에는 각종 인디게이터를, 좌측에는 대형액정디스플레이를 장비하고 있다. 대형 액정디스플레이와 수온표시용 소형액정디스플레이, 그리고 쉬프트타이밍램프(쉬프트업 인디게이터)를 장비하고 있다. 대형액정디스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속도를 표시해주며, 그 하단에 적산거리계, 2개의 구간거리 표시, 시계표시가 가능하며 별도의 비상연료코크 장치가 없는 녀석을 위해 연료가 부족해지면 F-TRIP 으로 자동으로 변경되며 연료가 부족한 순간부터 주행한거리를 표시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타코미터 내에는 멋진 글씨체의 R6 라는 글자가 오너의 자부심을 높여주고 있으며, 흰 바탕에 간결한 체의 검은색 표시는 매우 심플하며 스포티해보인다. 타코미터 하단으로는 열쇄표시와 함께 LED 가 깜빡인다. 이 LED 는 HONDA 의 차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 인데, 혼다사의 HISS 와 같은 방식의 도난 방지장치이다. 경보기능등이 있는 것은 아니라 키내에 칩이 내장되어 있어서 차체의 그것과 칩이 맞지 않으면 점화가 되지 않도록 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키를 OFF 시키면 계속 이 LED 가 깜빡거리는데 LED 자체는 아무런 기능이 없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도난 방지장치가 작동중이란 것을 경각시켜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키를 돌려 이그니션-온을 하면 계기반의 타코미터 바늘이 표시한계치 끝까지 한바탕 훑고 내려오며, 쉬프트타이밍 램프에서 엷은 파란색의 불빛이 점멸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처음에 R6 가 출시되었을때 600cc 급에 장착된 18,000rpm 을 넘어가는 타코미터를 보고 경악을 금치못했던 적이 있지만, 이젠 경쟁모델들도 모두 비슷한 수준의 계끼반을 장착하고 있어 18 x 1000r/min 이란 글자가 더이상 그 자체로써 새로움을 주진 못한다. 하지만 기통당 150cc... 국내에서 도로에서 가장 흔히볼 수 있는 바이크들의 배기량과 같은 피스톤 4개가 1분에 18,000번을 움직이는 것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 한 것은 필자만은 아닐 것 이다.
엔진 킬 스위치의 위치가 ON 인 것을 확인하고 스타트 버튼을 눌려 시동을 걸어본다. 이 녀석은 전자식연료분사시스템 (Electric Fuel Injection) 을 채용하고 있어 별도의 초크밸브 개폐를 위한 레버(스위치) 가 존재하지 않는다. ECU 가 각 센서를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통해 자연스럽게 혼합기의 비율을 조정해주기 떄문에 자동으로 초크밸브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 이다. 그래서일까? 초기시동성은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좋은 편 이며, 초기 시동시에도 별도로 스내칭을 오래 해주거나 쓰로틀그립을 조금 비틀어 rpm 을 확보하며 예열을 해야하는 불편함이 없이 모든것이 그저 자동으로 다 조절된다. 엔진 예열이 된 것을 수온계를 통해 확인한후 가볍게 스내칭을 해본다. '쉬잉~' 하는 순정머플러의 배기음은 매우 가볍다. 시승차량은 시승기간중 머플러가 순정에서 K-Factory 사의 볼트온 머플러로 교체되었다. 머플러 교체후에 박력있는 배기음을 선사했지만 개인적으론 순정머플러를 선호하는지라 순정머플러의 소리가 더 기억에 남는다.
몇차례 가볍게 스내칭을 해보면 저 rpm 에서의 바늘상승이 그다지 빠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는 별다른 배기디바이스를 채용하지 않는 특성상 저속에서의 토크가 옅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것이기도 하며, 타코미터의 표시범위를 생각한다면.. 바늘이 움직이는 거리가 타 바이크에 비해 작기에 바늘의 상승이 더욱더 늦게 느껴지는 이유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R1 의 경우 타코미터의 표시한계치가 13,000rpm 이다. (98/99는 14,000rpm) 즉 같은 원 안에서 13,000 과 18,000을 표시하는 것을 생각해보라... 당연히 각 숫자간의 거리는 18,000쪽의 간격이 훨씬 좁다는 것 이다. 즉 r6 의 10,000RPM 이 있는 부분에 R1 의 경우 8,000RPM 정도의 부근인 것 이다. 다시 얘기하자면 0 에서 부터 같은 rpm 까지 바늘이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R1 쪽이 훨씬 길고 R6 가 짧다는 것. 그렇기에 같은 rpm 까지 바늘이 올라가는 시간이 같을 경우 그 거리가 더 긴 R1 쪽의 바늘이 더 빠르게 움직인 다는 것 이다. 말이 길어졌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서 스내칭을 해보면 바늘의 상승이 더 느리게 보일 수 있다는 것 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 저속토크의 부족등의 이유로 실제 저속에서의 바늘 상승이 빠른 편 또한 아니다. 조금 더 쓰로틀을 열어 고회전까지 스내칭을 해보면 4~5,000rpm 을 부근으로 바늘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클러치를 잡고 쉬프트체인지패달을 밟아 기어를 1단에 넣고 서서히 클러치를 놓으며 출발해본다. 600이라는 적지 않은 배기량임에도 불구하고 초고회전엔진에 저속토크 보강을 위한 별도의 배기디바이스가 없기에 저속토크가 희박하다. 이 때문에 출발시에는 RPM 을 어느정도 높여줘야 부드럽게 출발 가능했다. 2,000rpm 만 되어도 쉽게 굴러가지만 그래도 부드럽고 깔끔하게 출발하려면 3,000rpm 은 되어야 한다. 저속에서의 토크가 희박하지만 인젝션을 채용해서 일까? 구형모델에 비해서 토크의 안정감은 매우 좋다. 2,000rpm 에서도 저단기어라면 툴툴거리지 않고 부드럽게 굴러가는 것 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굴러가는 수준... 쓰로틀을 서서히 오픈하면서 가속해보면 5,000rpm 근처까지는 별다른 토크감이 없이 rpm 만 상승하는 느낌이다. 이는 앞서 스내칭을 해보았을때 바늘이 조금 더 힘차게 솟아오르는 그 부근과 일맥상통하는 부분... 5,000rpm 정도를 부근으로 2차곡선적으로 상승하는 파워는 6~7,000rpm 을 넘어서면서부터 세차게 가속하기 시작한다. 저속에서 희박하던 토크와 2차곡선적인 출력상승으로 인해 실제 가속성능을 떠나서 몸으로 느끼게 되는 가속감은 이 부근에서부터도 꽤나 기분 좋은 수준이다. 타코미터의 바늘은 마치 계기반이 고장이라도 나기 시작한듯 미친듯이 치솟기 시작한다. 이대로 파워의 상승은 계속 되다가 12,000rpm 정도를 기준으로 다시 한번 파워가 치솟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후 눈 앞에서 엷은 파란불빛이 반짝거린다. 쉬프트 타이밍 램프가 점등된것... R6 의 최고출력이 발생되는 지점인 13,000rpm 을 기준으로 이 램프는 점등된다. 이 점등되는 램프를 무시하고 더 가속하면 15,500rpm 에서 점화가 차단되며 rpm 이 더이상 상승하지 않는다. 이때 계기반으로 확인 가능한 속도는 110km/h 정도. 600이라는 배기량으로 이미 1단에서 100km/h 를 가볍게 넘겨버리는 것 이다. 양 헤드라이트사이의 램에어 도입구는 정신없이 주행풍을 들여마시고 있고 인젝터는 미친듯이 혼합기를 내뿜고 있다. 그리고 내 머리는 내 몸에 정신없이 아드레날린을 내뿜고 있고 난 쾌감에 젖는다. 실제 가속성능도 실로 대단하지만, 가속감은 그 이상이다. 기통당 150cc 의 피스톤 4개가 분당 10,000rpm 이상을 미친듯이 상하운동을 하며 울부짖는 배기음과 진동... 13,000rpm 을 넘어서면서부터 점등되는 쉬프트타이밍램프는 나에게 긴장감을 더해준다... 이때부터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게 된다. 고 회전에서 4-2-1 머플러가 뿜어내는 '쒜엑-' 하는 배기음은 내 고막을 요동치며 울리고 있다. 난 샌드백이 되어 사방에서 불어오는 주행풍에 정신없이 펀치를 맞고 있다. 정신을 가다듬고 2단으로 쉬프트업 해본다. 타코미터의 바늘과 함께 액정디스플레이의 숫자는 정신없이 변화한다. 2단에서 160km/h 를 넘어서는 속도를 확인하고 3단으로 이내 쉬프트업을 하고.... 정신없이 치솟는 바늘을 처다보며 정신없이 내 상체를 두들겨 패는 주행풍을 피하기 위해 스크린안에 상체를 가볍게 숙여 몸을 피해본다. 필요최소한의 크기로 제작된 어퍼카울과 스크린의 방풍성능은 그리 좋지 않에 몸을 바싹 숙여도 헬멧윗쪽으로 세차게 흘러가는 주행풍을 느끼게 된다. 녀석은 이렇게 웅크리고 있는 나를 무시한채 3단에서 이미 200km/h 를 마크한다. 시승중 내어본 최고속도는 계기반상으로 270km/h 정도.. 250km/h 까지는 거침없이 상승하지만 이 속도를 넘어서면서 부터는 액정디스플레이의 숫자가 바뀌는 것을 눈으로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250... 254.... 257.... 이렇게 천천히 액정디스플레이의 숫자는 변해간다. 고속에서의 직진주행안정성이나 방풍성능은 그리 좋지 못한 편. 가벼운 차체와 짧은 휠베이스 그리고 코너링을 위해 필요최소한의 면적만을 확보하고 있는 어퍼카울과 스크린... 어차피 녀석은 와인딩로드를 활기차게 주행하기 위한 바이크일뿐... 직선에서 고속주행을 위해 제작된 차량이 아니기에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다.
녀석의 진면모는 와인딩에서 들어난다. 코너진입전 지긋이 브레이크 레버를 움켜쥐면 SUMITOMO 제의 4포트 캘리퍼는 강력한 제동력과 함께 녀석의 속도를 줄여준다. 그리고 뱅킹하려고 생각했던 지점을 기준으로 레버를 놓음과 동시에 가볍가 바이크를 눕혀본다. 아무런 저항감없이 가볍게 누워버리는 녀석에 나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상당히 짧은 선회라인때문에 저속에선 너무 안족으로 돌아가려해서 오히려 겁이 날 정도이다. 어느정도 속도를 내어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타기 어렵다고 해야할까? 클리핑포인트 지점을 지나면서 쓰로틀을 열어 리어타이어에 트랙션을 걸어 코너탈출가속을 시작한다. 생각보다 가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간 대형바이크에 길들여진 나의 게이름때문이였다. 녀석은 600cc 라는 배기량에 초고회전에서 출력을 짜내는 바이크이며, 저속토크 보강을 위한 배기밸브따위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저속에서는 충분한 가속이 이루어지지 않는것이 당연한것... 머리는 이미 이것을 알고 있었지만 기어단수에 상관없이 언제나 파워풀하게 가속하는 대배기량 바이크의 친절함에 익숙해지는 몸이 문제였다. 다음코너에서 다시 브레이킹을 시도한다. 기어를 내리며 엔진브레이크를 함께 걸며 감속한다. 그리고 다시 코너탈출가속을 시작하면 비로서 제대로 가속해 나가기 시작한다. 시야에 보이는것은 내가 무섭도록 노려보고 있는 코너탈출구와 가끔 아래로 시선을 돌렸을때 내 망막에 비치는 미친듯이 뛰쳐오르는 타코미터의 바늘... 그리고 잠시후 내 망막앞에 하늘빛의 엷은 불빛이 깜빡거린다... 직선에서도 소름이 끼칠정도로 자극적이였던 초고회전 회전에서의 짜릿함을 코너탈출에서 즐긴다... 그 짜릿함은 직선에서보다 몇배나 즐겁고 짜릿하다. 온 몸은 아드레날린의 분비에 정신없이 쾌락에 젖어 점점 쓰로틀을 열어간다. 어차피 바이크는 취미도구이다. 라이딩을 즐기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대배기량 바이크들이 기어단수와 관계 없이 언제나 파워풀하게 가속하는 즐거움이 있다면, R6 는 활기차게 쉬프트 체인지를 하면서 고회전을 쥐어짜는 재미가 있다. 라이더가 개입해야하는 컨트롤 요소가 많은쪽이 더 즐겁다는 것은 누가 뭐래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 이다. 허나 리터급 혹은 오버리터급 바이크로 일반적인 와인딩로드에서 코너탈출시 레드존까지 가속한다는 것은 왠만한 깡과 실력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짓... 또한 그 실력과 깡도 도로의 여건에 따라서나 가능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녀석은 600cc 라는 배기량을 가지고 있기에 리터급바이크나 오버리터급바이크에 비해서 풀쓰로틀할 기회가 더욱 더 많고, 레드존근처까지 가속하며 코너를 탈출할 기회가 더 많은 것 이다. 내가 실제 달리고 있던 속도가 어떠하든, 더 활기차고 즐겁게 달리는 쪽은 R6 인 것 이다. 그리고 녀석 실제로도 꽤나 빠르다. 서킷에서 쟁쟁한 레이서들이 R1 과 R6 를 놓고 서로 맞짱을 뜬다면 모르겠지만, 우리같은 일반 라이더들이 일반 와인딩로드에서 달린다면 그 만족감을 떠나서도 실제 빠르기에서도 R6 가 더 빠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이다. 녀석은 400급 바이크보다도 더 가볍게 뱅크한다. 그리고 훨씬 더 빠르게 가속하며 나아간다. 다소 소프트한 서스펜션은 노면 상황이 언제나 깨끗하지만은 못한 와인딩로드에서 갑자기 만나게 되는 요철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역시 스트리트용 머쉰다운 설정에 감탄사를 토해낸다. 또한 이 서스펜션은 언제나 라이더로 하여금 노면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발끝 손끝 그리고 엉덩이로 느끼는 노면의 상황은 내가 달려야할 속도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연속코너에서 연속방향전환따위는 너무나도 가벼운 코너링 특성덕택에 아무런 부담 없이 해치운다. 더 두려운것은 이런 가벼운 코너링덕택에 상상외로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순간 이다. 짧은 휠베이스와 가벼운 무게덕택에 뱅킹각이 깊지 않아도 생각외로 빠르게 돌아나가고 있는 것 이다. 뱅킹각을 조금씩 더 깊게해서 돌아보면 녀석의 한계점이 생각이상으로 상당히 높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실 시승중 녀석의 뱅킹한계점까지 뱅킹해본 적은 없다. 허접한 필자의 실력에 문제도 있겠지만 녀석의 한계점이 높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녀석으로 한계점까지 몰아붙일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상당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해도 좋다. 이렇게 한계점이 높기에 사나이의 그런 본성... 정복하고 싶은 본성을 자극 한다. 그렇다.. 도전하고 싶다. 녀석은 그런 나의 본능을 자극시켰다. 그리고 몇번이고 다시 코너에 뛰어들어보았지만 결과는 나의 참패... 녀석을 정복하기 위해선 생각보다 꽤나 높은 지점의 실력을 필요로 했던 것 이다. 이런 정복하고 싶은 욕구는 녀석을 타고 와인딩을 돌아나갈때마다 알수 없는 쾌감과 욕구를 나에게 선사해주었다.
'이왕이면 큰 것' 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실 600cc 급 바이크는 어중간한 배기량의 바이크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도로상황이나 유가를 고려할 경우 가장 적합한 바이크가 바로 600cc 급 바이크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200km/h 는 우습게 넘어가는 동력성능이라든지 우리나라 사람의 체형에 맞는 적절한 크기, 그리고 적절한 연비등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혹자는 100마력 내외의 출력이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가장 즐거운 출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기에 유럽에서는 600급 바이크의 인기가 가장 높으며, 유럽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버리터급 네이키드 바이크들의 출력 또한 100마력 내외라는 것 이 바로 이 증거이다. 사실 이런 구차한 이유야 어떻든 지금 내가 느낀 녀석에 대한 감정과는 무관하다. 굳이 이런 구차한 이유를 달지 않더라도 그저 타면 알 수 없는 매력의 바이크... 하지만 구형 R6 에 비해서 외형적인 변화말곤 시승중 크게 변화를 느끼진 못했다. 경쟁사의 모델이 2003년 들어 엄청난 변화를 거쳐서 발매된데 비한다면 R6 의 변화는 몸으로 느끼기 힘들다는 것 이다. 그렇다고 해서 2003년식 R6 가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구형 R6 가 그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으며, 600급 슈퍼스포츠의 경쟁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3년식 R6 는 구형의 뛰어난 완성도를 더욱 더 다듬어 놓았다는 생각이 나의 결론이다. 그렇다... 그 매력에는 변화가 없으며 구형 R6 의 단점등을 더욱 더 보강하고 다듬어서 최강의 와인딩웨폰으로 탄생한 것 이다. 이제 2004년... R6 는 2년마다 변화를 거듭해왔다... 과연 2005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앞에 나타날까? 그리고 그것이 벌써 기대 되는것은 아마도 지금의 뛰어난 R6 가 존재하기 때문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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