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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호·대구지방변호사회 홍보이사/변호사
KBS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의 인기가 대단하다. 특히 맏아들 진풍(손현주 분)이가 수진(박선영 분)이에게 장가가던 날, 시청률은 대박이었다고 한다.
순박한 얼굴, 수수한 옷차림, 때론 너무 진실돼서 재미없어 뵈는 노총각 진풍이가, 처음으로 어머니 옥희(윤미라 분)의 반대를 무릅쓰고 종손, 맏아들이 아닌, 한 남자로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 결혼에 성공하는 장면에서, 많은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더구나 똑똑하고, 예쁘고, 잘나가는, 한참 연하의 수진이를 짝으로 맞았으니, 상당수 남성들은 누구처럼 내심 진풍이를 부러워했을 법도 하다.
근데 필자는 드라마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극의 전개보다는 오히려 '솔약국집 맏며느리' 수진이의 직업 묘사 쪽으로 관심이 옮아갔다.
극중에서 수진이가 서류가방을 들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비슷한 건물을 배경으로 법률용어를 구사하기도 하고, 신혼여행지에서는 '5년 만에 처음 보는 바다'라면서 '변호사 자격 따느라 옆도 돌아보지 않고 불철주야 공부만 했다'는 식으로 흘리는 한편, 옥희의 '들국화 회' 친구들은 아예 "국제변호사를 며느리로 맞았으니, 한턱 단단히 내야 한다"는 식으로 대사를 받아치면서, 수진을 소위 '국제변호사'라고 시청자들에게 소개한다.
한데 믿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국제변호사'란 자격은 없다. 국가별로, 미국 같은 연방국가에서는 주별로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기 때문에, 한국변호사, 뉴욕주변호사, LA주변호사 등은 있어도 '국제변호사'는 없다는 것이다. 마치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변호사 노릇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특히 국제연합(UN)으로부터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라고 착각할 수 있을 만큼, 아주 그럴싸한 작명이지만, 엄밀히 말해 그런 용어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변호사의 자격 부여는 그 나라의 주권행사 측면이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 해서 미국변호사는 자격을 취득한 당해 주에서만, 한국변호사는 대한민국에서만, 원칙적으로 변호사 활동을 각자 할 수 있다. 결국 미국변호사는 그 자격만으로는 대한민국 법정에 설 수 없다는 말이다.
다만, 최근 FTA 타결로 2009년 9월26일부터 외국법자문사법(법률 제9524호)이 시행됨으로써, 외국변호사가 우리나라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자격승인을 받고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을 하게 되면, 예외적으로 일정한 범위에서 '외국법자문사'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법률시장이 개방된 정도이다.
어쩌면 수진이는 생각보다 훨씬 똑똑해서, 5년 만에 한국변호사에다 미국 어느 주 변호사 자격까지 땄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따로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거나 대한변협에 등록할 필요 없이, 한국변호사로서 당연히 대한민국 법정 안팎을 누벼도 무방했을 것이다.
허나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당장 법무부를 찾아가 자격승인을 받고 변협에 등록해 일정한 회비를 내라"고 수진이에게 법적 조언을 하고 싶다. 물론 이번에 한해서 자문료는 받지 않을 생각이다. 왜냐면, 왕시청자의 남편으로서, 그럴 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