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과 때 아닌 이집트의 종교개혁
도입
이집트를 탈출하여, 지루하고 고달픈 40년간의 광야 생활을 거친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제 요단강을 건너(기원전 1405년경) 가나안 동편 첫 성 견고한 난공불락의 요새 여리고를 함락시킨다(수 6장). 하나님의 강하신 능력을 힘입어 여호수아의 지도하에 가나안 도시들을 하나씩 정복해가는 동안 가나안의 왕들은 그 기세에 압도되었을 것이다. 당시 가나안 땅 대부분 도시 국가들은 이집트의 지배 아래 있었기에 이스라엘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가나안 왕들이 이같은 급박한 현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간절한 편지를 대국 이집트에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의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읽어볼 수 있는 수백여 개의 점토 편지들이 1887년 나일강 중류 아마르나에서 비료로 쓰기 위해 폐허에서 질산칼륨을 캐던 한 시골 여인에 의해 발견되었다. 겁에 질린 왕들이 종주국 이집트에 다급한 원조를 요청하는 점토 편지들 속에 히브리인들에게 위협받고 있는 가나안 왕들의 절박한 요청이 담겨 있다. 예루살렘왕 압두헤바, 게셀왕 밀킬루, 구브라왕 리브아디 등은 안절부절 간청한다. 그들이 ”하비루인“이라고 부르는 히브리인 즉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땅을 약탈하고 있으니 시급히 군대를 보내달라는 요청이었다.
전개
1. 이스라엘 백성들을 저지해 달라는 이집트 왕에게 보내는 가나안 왕들의 이같은 절박한 원조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경에는 가나안 땅을 정복해가는 이스라엘 백성을 방해하는 이집트의 어떤 공격도, 개입도 찾아볼 수 없다. 도대체 당시 이집트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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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시리아의 튜닙왕이 이집트 왕에게 보낸 한 점토판 편지에는 ”우리는 ... 이집트 땅의 왕께 20년 간이나 사람을 보냈습니다만 주께서는 한 말씀도 우리에게 답하지 않으셨다“고 푸념하고 있다. 그러면 도대체 이 당시 이집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이스라엘이 한참 가나안 정복을 하고 있는 동안에 이집트에서는 장자의 죽음으로 왕이 된 투트모세 4세와 그의 뒤를 이은 아멘호텝 3세 그리고 그의 아들 아멘호텝 4세가 정치와 군사에 신경을 쓰지 않고, 때아닌 종교 개혁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럴만한 이유는 역시 성경에서 그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출애급 당시 2,200개의 신들을 섬겼던 이집트인들이 히브리인들의 하나님이 내리신 10 재앙으로 큰 타격을 입은 후 유일신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에 압도되어 그들이 섬겨왔던 다양한 신들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왕은 자신의 이름 ”아몬신이 만족스럽다“라는 아멘호텝을 버리고, ”아톤신에게 은총을 입은 자“란 뜻을 가진 새 이름 아케나톤으로 바꾸었다. 이뿐 아니라, 옛 종교가 뿌리내렸던 수도 테베를 버리고 점토판이 발굴된 아마르나에 새 터를 잡는다. 그리고 신전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원반 하나만 표시해 놓고 자신은 아톤신 숭배에만 전념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저지해 달라는 가나안 왕들의 간절한 원조 요청에 응할 수 없었던 것으로 고고학자들은 추정한다.
2. 이 가나안왕들의 절박함이 담긴 점토 편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정만 돌보았던 아멘호텝 4세의 치적은 어떠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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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호텝 4세는 아버지 선왕(先王)보다 더 정치, 군사에 관심이 없었다. 오직 종교 개혁과 가정을 돌보는 일에만 전념했던 왕이었다. 특별히 2,200개나 되는 다신(多神)을 버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유일신(아톤)만을 섬기도록 개혁을 일으켰던 이유는, 야훼 하나님이 내리신 10 재앙을 통해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던 이집트가 참패를 당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애급 사람들이 종살이를 시켰던 노예 민족 히브리인들의 하나님의 위엄에 짓눌린 왕은 자신의 이름을 개명하고, 수도를 옮기고 종교 개혁에 몰두하게 된다. 그리고 고금의 절세 미인으로 소문난 왕후 네퍼티티와 여섯 딸에 둘러싸여 바깥에서는 무슨 소동이 벌어지든 아랑곳 하지 않고 가정만 돌보다가 죽게 된다. 이후 왕위를 이어받은 그의 사위 투탄카몬은 장인 아멘호텝 4세의 치적을 다 뒤엎고 다시 옛 다신 종교로 돌아가고 수도도 옮겨버린다. 그 덕분에 흙무더기 속에 파묻혔던 아마르나의 점토 문서들이 수십세기 후에 일어나서 성경의 진실성과 역사성을 증명하게 되었다.
생각 나누기
연약하고 보잘 것 없는 당신의 백성들을 돌보시기 위해 역사의 키를 쥐고 세상 통치자들을 움직이시는 하나님께서 이집트 왕들의 관심을 잠시 딴 데로 돌리게 하심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가나안 정복을 도우셨다. 가나안 7족속을 멸하고 광대한 땅을 유랑자들이 차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집트의 군사를 쉬게 하시고 오직 가나안 족속들과만의 전쟁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정치적인 상황들을 이스라엘이 유리하도록 만드신 하나님은 참으로 위대한 분이시다. 여호수아 23:3을 읽고,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바다속에서 유유히 그 뜻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능력의 손길을 보면서, 하늘 가나안을 향해 진군하는 우리 개인의 삶 속에도 깊이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