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 무장애숲길 조성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점들]
9월 10일 은평민들레당 봉산생태조사단은 봉산 무장애숲길(4단계) 조성 현장에 생태조사를 겸해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그전에 8월 31일 기후행동은평전환연대 정책모니터링단으로 참여해 무장애숲길 조성에 있어 숲 훼손의 최소화를 위한 요구사항을 은평구청 공원녹지과에 전달했습니다. 은평구청은 공사 중에도 나무가 덜 다치도록 나무줄기를 부직포로 감싸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이번 답사는 공사 현장에서 했다는 은평구청이 밝힌 나무 보호 조치의 실효성, 무장애숲길의 구체적 통과 노선, 통과 노선 주변의 숲 생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답사였습니다.
봉산 무장애숲길(4단계)은 편백나무숲과 봉산 정상을 잇는 데크길의 일부 구간입니다. 내년 수색에서 편백나무숲을 잇는 무장애숲길을 조성하고(6단계), 내후년에 봉산 정상과 4단계 구간을 연결하는 5단계 무장애숲길이 설치되면, 봉산 전체를 연결하는 9.8km 무장애길숲길이 완성됩니다. 워낙 긴 구간이고, 큰 공사이다 보니 많은 나무들이 잘려 나가고 숲이 파헤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에 답사한 현장은 올해 초 편백나무숲을 조성하기 위해 306그루의 나무를 벌목한 곳 인근입니다. 현장에서는 편백나무숲 전망대와 이어지는 데크길을 놓기 위해 철골 구조물을 세우고 연결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1번 사진). 또, 무장애숲길이 지나갈 노선을 표시하는 노끈이 길게 이어져 숲속을 관통하고 있었습니다. 노끈은 기존 등산로와 살짝 떨어져서 등산로와 나란히 가고 있었습니다. 기존 등산로 바로 옆에 무장애숲길이 설치되는 것입니다(2번 사진).
‘이렇게 나란히 2개의 등산로가 있어야 할까?’
현장을 보고 직관적으로 떠오른 의문이었습니다. 8월 31일 구청에 전달한 요구사항에는 기존 등산로 위에 무장애숲길을 설치해 숲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봉산 둘레길은 평탄한 구간이 많아 무장애숲길을 놓기에 적합합니다. 공사도 훨씬 쉽고, 따라서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단지 공사 기간에는 등산로를 이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요. 무장애숲길이 기존 등산로를 대체하면 조성 시 벌목도 최소화하고, 모든 등산객이 데크길을 이용하게 되면서 숲 훼손도 줄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존 등산로 위에 무장애숲길을 놓으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일까요?
노끈을 따라가면 만나는 첫 번째 숲에는 높은 아까시나무 사이로 그보다 낮은 많은 팥배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3번 사진). 은평민들레당 봉산생태조사단이 특별히 관심을 두고 관찰하던 숲입니다. 그 이유는 이곳이 봉산 숲의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아까시나무가 점차 고사하면서 대신 팥배나무가 우점하는 숲, 봉산 숲의 미래 모습입니다.
이곳이 팥배나무 군락지로 변하고 있는 이유는 수령이 50년 정도 돼 보이는 커다란 팥배나무 몇 그루가 주변으로 씨앗을 퍼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팥배나무들은 봉산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쉽게 보기 힘든 거목입니다(4번 사진). 높이 솟은 팥배나무들이 만들어 내는 경관이 무척 훌륭합니다. 보전가치가 높은 숲입니다.
그런데 무장애숲길 공사를 예고하는 노끈이 이 숲을 관통하고 있었습니다. 곧 무장애숲길을 놓기 위해 많은 팥배나무를 베어낼 것입니다. 무장애숲길 노선을 바로 옆 기존 등산로로 옮기면 베지 않아도 될 나무들입니다. 이런 곳이라도 노선을 바꾸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아직 벌목하진 않았지만, 곧 벌목할 것입니다. 이번 답사에서 벌목된 나무들을 봤다면, 그 처참함에 무척 분노했을 것입니다. 아직은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곧 은평구청이 면담 때 밝힌 나무 보호 조치를 보고선 어이없음을 느낌과 동시에 화가 났습니다. 구청은 우리에게 굴착기가 오가면서 나무줄기가 다치지 않도록 부직포로 감싸는 등 최대한 신경을 쓰며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임도 변에 있는 수십 그루의 나무 중 단 16그루에만 부직포를 감쌌더군요. 그것도 특정 장소(사유지)에만 집중돼 있었습니다(5번 사진). 어떤 나무는 부직포를 감쌌는데, 바로 옆 더 큰 위험에 노출된 나무에는 하지 않았습니다. 매우 형식적으로 했다는 게 뻔히 보이는 조치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임도였습니다(6번 사진). 기존 등산로를 넓히고 평탄하게 하기 위해 땅을 파헤쳤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나무뿌리가 잘려 나갔습니다(7번 사진). 앞서 말한 팥배나무 거목들 일부도 뿌리가 잘렸습니다. 뿌리는 나무의 생명줄입니다. 줄기가 긁히거나 가지가 부러지는 것보다 나무에 훨씬 치명적입니다. 숲을 이렇게 파헤칠 수밖에 없었을까요?
은평구청의 기존 무장애숲길 조성사업은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동약자를 위한 길이라지만 정작 이동약자가 이용하기에 불편합니다. 급경사지에 설치해 너무나 넓은 숲을 파헤치고, 많은 나무를 벌목했습니다. 길이 놓이는 곳뿐만 아니라 그 주변까지 나무를 베어내서 편백 등을 심었습니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훼손했습니다. 생태적인 고려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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