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늪 윗 하천에서 금개구리를 우연히 본 이후 본격적으로 금개구리를 찾아 나섰다.
해외여행 내내 머리속엔 금개구리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여독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찾아 나섰지만 만나지 못했다.
이웃 주민에게 물어 봤지만 생업에 급급한 나머지 개구리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단다.
옛날 못자리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던 그 소리가 그립다고 한다.
비를 좋아 하는 개구리, 어제 거센 봄비 맞으며 찾았지만 허탕이었다.
오늘도 정양늪을 찾았다.
비가 온 후 적당한 습도에 맑은 날, 봄 나들이 하기 좋은 날씨다.
워낙 깔끔 떠는 동물이다.
10시 쯤 찾은 정양늪은 온통 흙탕물이다.
비가 와서도 그렇지만, 팔뚝만한 잉어들이 헤집고 다녀 맑아질 여유가 없다.
철새 떠난 텅빈 늪에 왜가리만 외롭다.
벌써 연들의 살벌한 투쟁이 엿보인다.
살금살금 걷는 미세한 진동에도 고기들은 내빼느라 흙탕물을 일으킨다.
정말 대단한 감각이다.
일본 금어호의 고기 처럼 황금빛을 띄는 것도 보인다.
작년에 출몰했던 그 자리에 들어서니 무언가 눈에 확 들어온다.
큰고랭이 마른 줄기 위, 너무나 잘 보이는 자리에 금개구리가 일광욕을 하고 있다.
잉어들의 근접이 어려운 곳이라 물도 맑다.
와, 너무 반가웠다. 역시 뜻이 있는 곳엔 길이 있는 법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행운도 돌아 다녀야 보이는 법, 열심히 설치고 다니니 좋은 결과가 오나 보다.
친구들도 왔겠지 하고 위, 아래를 다 추어도 더는 없다.
산책로를 걷는 아가씨들에게 "정양늪에서 제일 소중한 동물이 뭔지 아세요"라고 물으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생태학습관에서 봤겠지만 금개구리입니다"라고 해도, 눈여겨 보지 않아 모르겠다고 한다.
"오늘 참 운이 좋습니다. 정말 귀한분을 소개해 드릴께요. 저기 금개구리가 있습니다. 보이세요?"
한 참 손가락이 가르치는 곳을 보더니 깜짝 놀란다.
하루 내내 일하면서도 저녁에 또 만날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렜다.
바쁘게 마무리 하고 오후 4시 쯤 정양늪을 찾았다.
소리나지 않게 잰걸음으로 다가가니 아니나 다를까, 아직도 그자리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다.
한번 외출하면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는다.
그래서 표적이 되고, 많이 잡혀 개채수가 급감한다.
해가 뜨는 동쪽을 바라보다가, 방향만 바꾼 그자리에 있다.
정말 답답하다. 미련한 것인지 둔한 것인지 답답해 미치겠다.
사냥이라도 잘 해야 되는데 민첩성도 없어 배부르게 먹지도 못한다.
역시 산책하는 분에게 금개구리에 대해 아는냐고 여쭈니 모른다고 한다.
그러면 이곳엔 어떻게 오게되었느냐고 물으니 운동하러 왔다고 한다.
무엇이 정답일까?
정양늪이 운동하는 곳으로 유명해야 할까?
정양늪이 생태보존지역으로 유명해야 할까?
둘 다 맞은 수도 있다.
삶이 중요하면 운동할 수 있는 좋은 곳이요, 자연을 생각한다면 동식물이 살기 좋은 곳이다.
오전 10시 부터 오후 4시 까지, 6시간을 엉덩이만 돌리면서 무엇을 했을까?
내일 오면 있을까, 없을까.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잠이 오지 않을 듯하다.
금개구리 올챙이를 보고 싶었는데, 올챙이 시절부터 크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는데,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만고의 진지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