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서정자 시굴조사를 벌이고 있는 작업 팀이 둘레 쌓여진 돌 주위의 흙을 파내고 있다. |
땅을 파는 굴착기가 수 년에 걸쳐 덮여 있던 칠덩쿨 등을 걷어내자 눈으로 보기에도 기름진 것으로 보이는 검은 흙이 나온다. 검은 흙을 밟을 때마다 발에 걸리거나 밟히는 것은 기와 파편들. 이 자리에 심상치 않은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는 유물들이다.
철도가 터널을 통해 밑으로 지나고 옥천-대전간을 연결하는 4호선 국도가 휘돌아 나가는 도로변에 우뚝 솟은 옥천읍 서정리 서정자터에 굴착기와 함께 시굴조사 작업을 하기 위해 모인 일꾼들이 올라섰다.
옥천읍 서정리에 있는 서정자 터를 1차로 확인하기 위한 시굴조사다.
굴착기가 조심스럽게 땅을 얇게 걷어내면 호미로 한 번씩 흙을 긁어 유물이 드러나도록 하는 방식으로 시굴조사가 시작된다.
오래지 않아 서정자 터 둘레를 빙 돌아 축성했음직한 한 계단 정도의 돌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서정자를 건축할 당시 무슨 이유에서든 돌을 일정한 배열로 쌓았던 흔적으로 보인다.
서정자 시굴조사 현장에는 이번 조사를 맡은 중원문화재연구원 연구원과 유물 작업인력, 옥천향토사연구회 안후영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시굴조사 현장을 지켜봤다.
|
 |
|
▲ 서정자 시굴조사를 벌이고 있는 작업 팀이 정자 터에서 발견된 기와 조각을 한데 모아놓고 있다. |
작업 인력들의 호미가 지나고, 기와 조각들은 벌써 수 백점으로 늘어났다.
현장에서 시굴조사를 지휘한 이규근 연구원은 "2007년 서정자와 동정자를 대상으로 한 지표조사에 이어 이번에 정자가 실제 있었는지 시굴조사를 하게 되었으며, 서정자와 동정자 터에 대한 현지조사가 완료되기까지는 대략 일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또 "시굴조사가 끝나면 시굴조사보고서를 만들고, 보고회도 가져야 하는 만큼 앞으로의 일정도 상당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날 진행된 시굴조사 결과 정자 터를 둘러싸고 외곽으로 돌을 쌓은 흔적이 발견돼 관심을 모았다.
안후영 옥천향토사연구회 회장은 "이번 시굴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굴조사도 이루어져야 하고, 그럴려면 내년 예산에 발굴조사 예산이라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지역 문화재 발굴이나 보전을 위한 예산이 많이 확보돼 우리 고장 역사의 뿌리를 찾는 일이 좀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동정자·서정자는 당시로는 관아가 있던 구읍 지역의 동쪽과 서쪽에 있다 하여 붙여진 명칭으로, 각각 옥천읍 동정리(실제 지번 상으로는 동이면 석탄리)와 서정리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전망이 탁 트여 유유자적했던 선조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다.
이 가운데 서정자는 순흥안씨 안사전 공에 의해 조선 중종 대인 1518년에, 동정자는 무송유씨 유경 공에 의해 조선 명종 대인 1550년대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