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格調있는 꾸중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의 '범고래 훈련법'을 보면 칭찬은 참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자연히 칭찬과 반대되는 꾸중의 효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칭찬이 어려울까? 꾸중이 어려울까? 결론은 칭찬도 어렵고 꾸중도 어렵다. 둘다 어려운 이유는 꾸중으로 가치가 있으려면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대해야 하고, 칭찬으로서 가치가 있으려면 그 좋다는 칭찬을 남발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다 야수하루는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꾸중은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하였다. 어찌되었든 “꾸중을 꾸중답게, 칭찬을 칭찬답게”하는 것은 참 어렵다. 일반적으로 칭찬과 꾸중을 할 때 공통으로 적용되는 좋은 방법은 두 가지 모두 즉시 칭찬하거나 꾸중하여야 하고, 일관되게 하여야 하고,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구체적으로 칭찬하거나 지적하라는 것이다. 어린 자녀나 학생들을 꾸중할 때도 거의 같은 꾸중의 기술이 필요하다.
오늘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어떠한 꾸중이 효과적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혼내다’의 혼은 한자로 ‘魂’이다. 혼은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상대방의 혼이 들어오게 할 수도, 나가게 할 수도 있다. 정말 좋은 야단은 혼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야단이야말로 최고의 설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야단이 설득으로 작용하려면 부하가 그 타당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야단은 부하도 성장시키고, 오히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상사와 구성원간의 유대를 강화시키며 조직에 생산적인 긴장감을 준다. 일반적으로 상사들은 잘못한 것은 귀신같이 잡아내지만 잘한 것을 인정하는 데는 매우 인색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생산성 높은 야단을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소통전문가 김성회는 잘 꾸중하기 위해서는 첫째, 야단 마일리지를 쌓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지적할 사항이 생기면 즉각 해야지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지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하였다. 야단의 묘미는 신선한 생선회를 먹는 것과 같아서 실수를 하였을 때 그 자리에서 즉시 지적하고 야단을 치는 것이다. 나중에 모아서 한꺼번에 지적하면 상사를 옹졸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더 이상 따르지 않는다. 반면에 상사가 제때 지적을 하지 않고 그냥 좋은 게 좋다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면 조직의 분위기는 느슨해지고 위계가 서지 않는다.
둘째, 사람이 아니라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인신공격과 비교 질책은 핵심을 놓친다. 상사가 자기를 모욕한다고 생각하면, 방어심리에 빠져들어 일을 더 안하게 된다. 상대방을 고장 난 가전제품처럼 고쳐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비판을 할 때는 상대방의 성품이나 인격, 태도를 지적하기보다 문제가 된 행동 그 자체를 지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야단은 ‘무엇을’ 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 세련된 야단을 치기 위해서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에 의거, 한번 언급하고 지나간 일은 다시 거론하지 않도록 한다. 야단은 ‘경소단박’輕小短薄 화법으로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말하여야 한다. 불필요한 장광설, 원론적 이야기, 푸념 등을 늘어놓는 것은 금물이다.
넷째, 직접 만나서 정확하게 꾸중하여야 한다. 간접적인 야단은 금물이다. 마음이 약한 상사들이 범하는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는 간접 야단이다. 정면 돌파가 불편해서 메모로 전달하거나 다른 사람을 통해 말이 들어가게 하면 당사자는 감정만 더 상하게 된다.
다섯째, 상대방의 심성과 성향, 그리고 상황에 맞게 야단의 강도를 조절하는 ‘눈높이 야단’을 쳐야 한다. 소 잡는 칼을 닭 잡는데 쓰고 있지는 않은가 살펴야 한다. 야단에도 강도가 있다. 바로 격노>질책>책망>꾸중>주의의 순이다. 격노激怒는 감정적으로 화를 내어 대상에 대한 증오를 보이는 최고 강도의 야단이다. 질책叱責은 꾸짖어 책망責望한다는 뜻으로 잘못에 대해 나무라는 것이다. 질책은 부하 직원의 잘못이나 비행을 지적하여 그 원인과 책임을 추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꾸짖는 행위이다. 최근의 현대 리더십에서는 질책을 구성원의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접근법으로 보고 질책이라는 표현 대신 '교정矯正적 피드백'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책망責望은 상대방의 과실이나 잘못을 꾸짖으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이다. 꾸중은 목소리를 높여 잘못을 나무라는 행위이고, 주의注意는 마음에 새겨 조심하도록 일깨워주는 것이다. 주의는 특별히 야단치지 않고 경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인정되는 꾸중법이다.
이외에도 잘 꾸중하기 위해서는 현재 행동에만 초점을 두고 꾸중할 것, 같은 행동엔 같은 꾸중을 할 것, 한번 꾸중에 칭찬은 7번할 것(1대 7법칙)같은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화려한 소통전략과 대화기법이 동원되어도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은 경우를 보게 된다. 그 이유는 칭찬과 꾸중이라는 과정이 있기 이전에 상대방이 이미 인간적으로 “너는 무슨 말을 해도 무조건 싫어” 라는 마음을 갖고 있을 때이다. 정말 백약이 무효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여야 하나? 쉬우나 어려운 평범한 해결책이 있다. “평소에 잘해야 한다.”(2024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