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 수영장에서
김성문
캐나다는 레크리에이션 센터에 대부분 수영장이 있다. 1996년 한여름, 푸르디푸른 큰 나무들이 많은 캐나다‘해밀턴’에서 생활했다. 체육시설을 갖춘 레크리에이션 센터 수영장에서 여러 가지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었다.
해밀턴 근교는 조용하고 깨끗하며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다. 고층 건물은 거의 없고 반지하와 지상 2층 가옥들이다. 집 앞에는 잔디가 잘 가꾸어져 있고 텃밭에는 토마토, 오이, 고추 농사도 짓는다. 가옥 구조는 우리나라와 약간 다르나 텃밭의 환경은 비슷하다. 다운타운에는 가게, 사람, 자동차, 고층 건물 등 생동감이 있어 보인다.
레크리에이션 센터는 주차장이 넓고, 무료라서 마음껏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수영장은 1달러 정도의 입장료를 낸다. 수영장 내에는 귀중품을 맡길 수 있는 코인 라커룸이 있어 안전하게 휴대품을 보관할 수 있다. 탈의실에는 잠금장치가 없는 사각형의 깨끗한 물품함에 겉옷을 챙겨 두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간다. 물품함에 잠금장치가 있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다.
물이 맑고 깨끗하며 비치볼과 수영 보조기구 등을 비치해 두어서 재미있게 수영할 수 있는 곳이다. 깊이는 입구에서 안쪽으로 갈수록 깊어진다. 물속에서는 각자가 적당한 깊이에서 남녀노소 불문으로 즐겁게 수영하고 있다.
한 아이가 피부색이 달라서인지,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하니
“야구선수 박찬호의 나라.”
엄지척으로 손을 들어주는 금발의 반 곱슬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아이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와! 캐나다의 어린 아이들까지 박찬호를 알고 있을 정도이니 유명한 모양이다. 한양대 재학 중 LA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였다. 한국을 빛낸 대한의 건아이다.
수영을 즐기는 어른들의 표정이 한없이 밝다. 해수욕장처럼 비키니 차림도 있고, 긴 반바지 차림도 있다. 우리나라나 캐나다나 아이들의 노는 모습은 거의 같다.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아이들이 제각각 묘기를 부리며 뛰어내리는 모습이 신이 난듯하다. 비치볼로 던지기 놀이를 하는가 하면 물장구로 물싸움도 한다.
나는 수영을 조금은 하는 편이라서 가슴 이상 되는 깊이에서 이리저리 오가며 여러 가지 수영 유형을 시험해 보았다. 같이 간 친구가 옆에 오더니,
“여기는 안전요원이 있어서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가면 경고 받는다.”
얼른 가슴높이 정도의 구역으로 나와 즐겼다.
수영장에는 깊은 곳과 얕은 곳을 구분하기 위한 경계선이 설치되어 있다. 깊은 곳에서 수영하고 있으니 안전요원이 조금 비켜 달라고 한다. 아마도 아마추어들이 수영경기를 할 모양이다. 안전요원에 의해 레인이 정리되더니 4사람이 한 조가 되어 수영경기를 한다. 돌고래처럼 자유형으로 신나게 헤엄쳐 나간다. 1위 한 사람이 두 손을 번쩍 들어 좋아한다. 경기의 승자가 맛보는 쾌락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같은 감정인 듯하다.
다음은 아이들의 차례이다. 4명씩 2조가 된다.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1조가 출발하는데 제법 수영 선수처럼 헤엄쳐 나간다. 어릴 때부터 동네 수영장에서 마음껏 즐긴다. 간이 경기도 하는 것을 볼 때, 별도로 특기생으로 지정하여 수영 선수 지도가 필요 없을 것 같다. 동네 수영에서 기능이 우수한 자를 뽑아 선수로 출전시키면 참 편리하겠다.
캐나다에서는 아이가 수영장에 올 때 부모가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잘 보호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고 한다. 12세 이하의 아이를 차에 두고 잠시 자리를 비우는 행위라든지 아이만 두고 외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수영장에서 아이의 몸에 멍 자국이 발견되면 아동학대에 의한 것이 아닌지 신고되어 부모가 조사를 받는다는 것이다.
아이의 보호는 부모가 책임을 지는 환경은 우리와 같다. 우리나라도‘아동보호법’에 18세 미만은 아동으로 간주하여 보호자가 감독, 보호하게 되어 있어 부모의 책임이 막중하다.
나를 뒤따라 탈의실에 온 동네 아이 3명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킥킥거린다. 자기들과 피부색과 머리털 색깔이 달라서인지 아이들 눈빛이 호기심을 가지고 보는 듯하다. 나도 동네 사람들의 피부색과 머리털 색깔을 보지 않으려고 해도 자연히 눈의 초점 속으로 들어온다. 아이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중요한 부분을 가리면서 옷을 갈아입는다. 이것 역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는 비슷하다.
지구상의 인종 구분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든 조물주의 능력이 대단하다. 온몸을 까맣게 만든 인종, 희게 만든 인종, 누렇게 만든 인종 등으로 동족 간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바로는 피부의 색깔이 검을수록 말소리와 제스처가 큰 느낌을 받았다.
한 번은 해밀턴의 큰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데 피부색이 검은 사람들은 마구 큰 소리로 떠들면서 식사한다.
“죄송합니다만 좀 조용히 해 주실 수 있겠어요?”하니,
힐긋 보더니 당신들은 알아서 하라는 듯이 계속해서 박장대소하면서 떠들어 댄다.‘빈 수레가 요란하다.’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그들은 정말 빈 수레인가? 아마도 그들의 생활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백인들은 연인끼리 속삭이듯 이야기를 나눈다. 생활 풍속이 달라서인지 미국이나 캐나다는 2층 버스가 있다. 2층 식당일 경우에 1층에는 백인이, 2층에는 흑인이 식사하도록 장소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수영장 바로 옆에 덱(deck)이 넓게 설치되어 있는 곳이 있다. 타월을 깔아놓고 누워 쉬는 동네 사람이 한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타월을 돗자리 대용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참 합리적이고 편리하게 생활하고 있다. 나무 그늘이 시원한 레크리에이션 센터 수영장을 빠져나오면서 우리나라도 시립 또는 구립 문화센터의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