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장례식의 콘셉트는 함박웃음이어라
하이패밀리 장례식장의 메모리얼 테이블에는 고인(故人)의 손때 묻은 성경과 효자손이 한자리를 차지했으며, 손자 손녀들이 고른 할머니의 좋았던 시절의 사진과 할머니에게 쓴 편지가 함께 놓여있습니다.(2022.3)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들에게는 일명 ‘맛 기행’ 쿠폰이 제공되는데, 이 1만원 안팎의 쿠폰으로는 장례식장 인근 식당에서 곰탕, 불고기백반, 왕갈비탕 등 자신의 취향에 맞게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습니다.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가 말하는 장례식 콘셉트입니다.
“국화 대신 효자손, 우리 장례식의 콘셉트는 함박웃음이다.”
장례식장은 엄숙합니다. 영원한 이별을 고하는 사람들의 긴 침묵이 무겁게 내려 앉아 있습니다. 새 출발을 축하하는 결혼식장의 함박웃음과는 사뭇 비교됩니다. 고인 유족들의 눈물범벅과 지인들의 슬픔이 장례식장의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듭니다. 산 자는 남아야 하고, 죽은 자는 떠나야 합니다. 생사의 갈림길에 마주선 사람들이 웃음을 잃은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죽음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가슴을 치며 통곡한다손 치더라도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까지 슬퍼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함박웃음 콘셉트의 장례식입니다. 죽은 자는 남은 자들의 축복을 빌고, 산 자는 죽은 자의 명복을 비는 축제로 승화시키고자 한 것입니다.
한때 아프리카 가나의 장례 문화를 담은 유튜브 동영상이 세간의 화제를 불러 모은 적이 있습니다. 망자를 담은 관을 어깨에 짊어진 7명의 젊은이들이 흥겹게 춤을 추는 장면이었는데, 국내에서는 이를 방탄소년단(BTS)에 빗대어 ‘관짝소년단’이라고 부르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관짝소년단’이 망자를 보내는 방식은 즐거움이었습니다. 천국으로 가는 마당에 기분까지 꿀꿀할 이유가 없기에 슬픔보단 기쁨을 선택한 것입니다. 망자를 보내는 마지막 걸음이 흥겨울 수 있도록 격렬한 음색의 헤비메탈 음악을 틀고, 그에 맞춰 즐겁게 춤을 추며 망자를 떠나보내는 의식이 이색적이었습니다.
장례와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한국인 부부가 예루살렘을 여행하던 중 남편이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미망인과 장의사가 장례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이곳에서 장례를 치르면 100달러, 고국으로 운구하면 50만 달러입니다.”, “한국으로 운구해주세요”, “아니 이곳서 하면 100달러면 되는데, 굳이 왜 많은 돈을 쓰나요?”, “이곳은 예수님께서 사흘 만에 부활하신 곳이라 그런 일, 당하고 싶지 않아서요!”
함박웃음 콘셉트의 장례식 못지않게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는 묘비명도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을 유쾌하게 만듭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일어나 예의를 갖추지 못해 미안합니다”, “드디어 조지타운에서 주차 할 장소를 찾은 거 같아!”, “지랄맞네”, “웃기고 자빠졌네”, “필생즉사”, “괜히 왔다간다”, “살아서는 산소 낭비, 죽어서는 땅 낭비”, 묘비명은 죽은 자가 세상에 건네는 마지막 인사이기에 너무나 슬플 이유가 없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인사는 무엇입니까?
………………………………………!
세상을 비틀어보는 75가지 질문
Chapter 2. 흐르는 강물은 결코 썩지 않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