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증(證)을 논(論)하다
황달(黃疸) 일증(一證)은 고인(古人)들이 대부분 습열(濕熱)이라 말하였고 오달(五疸)로 구분(分)하였으나 모두 족히 다하지는 못하였다.
황달(黃)의 대요(大要)는 네 가지가 있으니 곧 양황(陽黃), 음황(陰黃), 표사(表邪)의 발황(發黃), 담황(膽黃)임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 네 가지를 알면 황달(黃疸)의 증(證)에서 나머지 정의(義)는 없다.
단계(丹溪)는 이르기를 '황달(疸)을 다섯 가지 종류(種)로 구분(分)할 필요가 없다. 모두 같은 습열(濕熱)이니, 마치 누룩(:麯)을 덮는(:盦) 것과 비슷하다.' 하였다.
어찌 모두 누룩(:麯)을 덮는(:盦) 것과 같으며 모두 습열(濕熱)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족히 믿을 바가 아니니, 내가 아래와 같이 열거(列)하였다.
一. 양황(陽黃)의 증(證)
습(濕)이 많으므로 인하여 열(熱)이 되고 열(熱)하면 황달(黃)이 생기니라. 이것은 소위 습열(濕熱)의 증(證)이다.
따라서 그 증(證)은 반드시 신열(身熱)이 있고 번갈(煩渴)이 있으며 혹 조요(躁擾)하여 불녕(不寧)하거나 소곡(消穀) 선기(善飢)하거나 소수(小水)가 열통(熱痛) 적삽(赤澁)하거나 대변(大便)이 비결(秘結)하고 그 맥(脈)은 반드시 홍활(洪滑) 유력(有力)한다.
이 증(證)은 표리(表裏)를 불구하니, 풍습(風濕)의 외감(外感)이거나 주식(酒食)의 내상(內傷)에 의해 모두 이를 수 있다.
단지 살펴서 그 원기(元氣)가 여전히 강(强)하고 비위(脾胃)가 손(損)이 없으면서 습열(濕熱)이 성(盛)하면 마땅히 직접 화사(火邪)를 청(淸)하고 소변(小便)을 이(利)하여야 하니, 습열(濕熱)이 거(去)하면 황달(黃)은 저절로 퇴(退)한다.
이를 치료(治)하는 것은 본래 어렵지 않다.
一. 음황(陰黃)의 증(證)
전적(:全)으로 습열(濕熱)이 아니니, 모두 혈기(血氣)의 패(敗)로 말미암느니라. 기(氣)가 혈(血)을 생(生)하지 못하므로 혈(血)이 패(敗)하고 혈(血)이 색(色)을 화(華)하지 못하므로 색(色)이 패(敗)한다. 병(病)으로 황달(黃疸)하면서 전혀 양증(陽證) 양맥(陽脈)이 없으면 곧 음황(陰黃)이다.
음황(陰黃)의 병(病)은 어떻게 이르는 것인가?
반드시 칠정(七情)으로 장(臟)이 상(傷)하거나 노권(勞倦)으로 형(形)이 상(傷)하므로 인하여 중기(中氣)가 크게 상(傷)하니 비(脾)가 혈(血)을 화(化)하지 못하므로 비토(脾土)의 색(色)이 저절로 밖(:外)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이 병(病)이 되면 반드시 정(靜)한 것을 좋아하고 동(動)하는 것을 싫어하며 암(暗)한 것을 좋아하고 명(明)한 것을 두려워하며(:畏) 신사(神思)가 곤권(困倦)하고 언어(言語)가 경미(輕微)하며 혹 정충(怔忡) 현훈(眩暈)하고 외한(畏寒) 소식(少食)하며 사지(四肢)가 무력(無力)하고 혹 대변(大便)이 부실(不實)하고 소수(小水)가 고(膏)와 같으며 맥식(脈息)이 무력(無力)하는 등의 증(證)이 되니, 전부 양허(陽虛)한 증후(候)이다.
이것과 습열(濕熱)의 발황(發黃)은 마치 얼음과 숯불(:氷炭)과 같이 서로 반대(反)가 되니, 속히 원기(元氣)를 구(救)하고 비신(脾腎)을 대보(大補)하지 않으면 결코 복원(復元: 원래대로 회복되다)될 리(理)가 없다.
또한 이 증(證)이 가장 많다.
만약 색(色)이 황(黃)한 것만 보고 맥증(脈證)을 살피지 않으면서 결국 '황달(黃疸)은 모두 습열(濕熱)이다.'고 하면서, 그 치료(治)를 인진(茵蔯) 치자(梔子)의 사화(瀉火) 이수(利水)하는 방제(劑)로 하게 되면 약(藥)을 쓰는 대로 폐(斃)하지 않는 수 없다.
一. 표사(表邪)의 발황(發黃)
즉 상한(傷寒)의 증(證)이다.
상한(傷寒)으로 한(汗)이 투(透)하지 못하면서 풍습(風濕)이 표(表)에 있으면 황증(黃證)이 있게 된다. 혹은 표사(表邪)가 풀리지 않고 표(表)에서 리(裏)로 전(傳)하여 습열(濕熱)이 양명(陽明)에 울(鬱)하여도 황증(黃證)이 있게 된다.
표사(表邪)가 풀리지 않으면 반드시 발열(發熱) 신통(身痛) 맥부(脈浮) 소한(少汗)하니, 마땅히 발한(汗)으로 산(散)하여야 한다.
습열(濕熱)이 내울(內鬱)하면 반드시 번열(煩熱)하고 맥(脈)이 완활(緩滑)하며 다한(多汗)하니 마땅히 청리(淸利)하여 분소(分消)하여야 한다.
만약 양명(陽明)이 실(實)하고 사기(邪)가 내울(內鬱)하여 비결(痞結) 창만(脹滿)하면 마땅히 먼저 하(下)하여야 하고, 그 연후에 나머지 열(熱)을 청(淸)하여주면 저절로 낫지 않음이 없다.
一. 담황(膽黃)의 증(證)
대경(大驚)하거나 대공(大恐)하거나 투구(鬪毆: 싸우고 때리다)에 상(傷)한 경우에 모두 있다.
일찍이 호랑(虎狼: 호랑이나 이리)에 놀라(:驚) 갑자기(:突然) 담(膽)을 상(喪)하고 병(病)으로 황달(黃)을 하는 경우를 보았으니, 이 병(病)은 빠르게(:驟) 오는 것이다.
또 혹독(:酷)한 벼슬아치(:吏)를 만나거나 화해(禍害: 재난)의 염려(:慮)로 공포(恐怖)가 그치지 않아서(:不已) 병(病)으로 황달(黃)하는 것을 보았으니, 이 병(病)은 천천히(:徐) 오는 것이다.
남북조(南北朝) 제(齊)나라 때의 영명(永明) 11년(: 494년)에 태학생(太學生)이었던 위준(魏準)이 두려움(:惶懼)로 인하여 죽었는데, 그 몸(:體)을 들어보니 모두 청(靑)하였다. 시인(時人)들이 이를 담파(膽破)라고 하였는데, 곧 이러한 종류(類)이다.
또 일찍이 육박전(:鬪毆)을 한 후에 날마다 점차 병(病)으로 황달(黃)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담(膽)을 상(傷)하므로 인하여 그렇게 된 것이었니라. 그 증(證)은 화(火)도 없고 습(濕)도 없으면서 그 사람이 혼침(昏沈) 곤권(困倦)하고 그 색(色)이 마치 염색(:染)한 듯 정황(正黃)하였다.
이러한 여러 증(證)들은 모두 담(膽)이 상(傷)하므로 인한 것이니, 담(膽)이 상(傷)하면 담기(膽氣)가 패(敗)하여 담액(膽液)이 설(泄)하므로 이 증(證)이 된다.
경(經)에 이르기를 '담액(膽液)이 설(泄)하면 구고(口苦)하고 위기(胃氣)가 역(逆)하면 구고(嘔苦)한다. 따라서 이를 구담(嘔膽)이라 한다.' 하였으니, 그 의미(:義)가 이와 같으니라.
또 담(膽)은 간(肝)에 부착(附)되어 소양(少陽)의 춘생지기(春生之氣)를 주(主)하니 이에 생(生)이 있으면 생(生)하고 생(生)이 없으면 사(死)한다. 따라서 경(經)에 이르기를 '십일장(十一藏)은 모두 담(膽)에서 결단(決)을 취한다.' 하였으니, 정히 담(膽) 중의 생기(生氣)가 만화(萬化)의 원(元)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제증(諸證)은 모두 담(膽)이 상(傷)한 것이니, 담(膽)이 상(傷)하면 생기(生氣)가 패(敗)하고, 생기(生氣)가 패(敗)하면 생(生)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이를 앓는 자는 대부분 불구(不救)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당연히 그 상(傷)의 미심(微甚)을 살펴서 속히 그 근본(本)을 구(救)하면 만회(挽回)할 수도 있다. 연석보천(鍊石補天: 돌을 다듬어 하늘을 보수하다)하는 권세(權)은 곧 조(操)하는 의사(醫)의 명철(明)함에 달렸느니라.
一. 황달(黃疸)의 대법(大法)에서 고(古)에 오달(五疸)의 변(辨)이 있었으니, 곧 황한(黃汗) 황달(黃疸) 곡달(穀疸) 주달(酒疸) 여로달(女勞疸)이었다.
이를 총괄(:總)하자면 한(汗)이 출(出)하여 옷을 염(染)하고 그 색(色)이 마치 황백(黃栢)의 즙(汁)과 같으면 황한(黃汗)이라 하였고, 신면(身面) 안목(眼目)이 마치 금색(金色)과 같이 황(黃)하고 소변(小便)도 황(黃)하면서 무한(無汗)하면 황달(黃疸)이라 하였으며, 음식(飮食)으로 인하여 비(脾)를 상(傷)하여 얻으면 곡달(穀疸)이라 하였고, 음주(飮酒) 후에 습(濕)에 상(傷)하여 얻으면 주달(酒疸)이라 하였으며, 색욕(色慾)으로 인하여 음(陰)을 상(傷)하여 얻으면 여로달(女勞疸)이라 하였다.
비록 그 명목(名目)은 이와 같지만 결국 음양(陰陽)의 두 증(證)에서 벗어나지 않다. 크게 보면 양증(陽證)은 대부분 실(實)하고, 음증(陰證)은 대부분 허(虛)한다. 이러한 허실(虛實)을 잃지(:失) 않으면 그 요점(要)을 얻은 것이다.
一. 황달(黃疸)에서 치료(治)하기 어려운 증(證)
촌구(寸口)가 무맥(無脈)하거나, 비(鼻)에 냉한(冷汗)이 나오거나, 복(腹)이 팽(膨)하거나, 형(形)이 연기(煙)로 훈제(薰)한 것 같거나, 요두(搖頭) 직시(直視)하거나, 환구(環口)가 여흑(黎黑)하거나, 유한(油汗)에 발황(發黃)하거나, 오래되어 흑(黑)으로 변(變)한 경우는 모두 난치(難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