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구 도심을 확 바꾼다고 해서 공사가 한창이다.
어제부터 동성로로는 노선 버스와 택시(일부 제한)만이 출입하도록 바꿔서 보행자의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해 시민편의를 도모한다는 취지이다.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퇴근후에 집사람과 막내아들(고3)을 데리고 바람도 쐴겸 나갔다.
반월당역에서 지하철을 내려 동아쇼핑을 거쳐 염매시장-> 대구백화점-> 교동시장 -> 귀가
지하철 반월당 역에서 조금 헤멘 후 동아쇼핑에 들러 이것 저것 구경을 했는데, 조금 지나니까 체력이 떨어져 간다.
아무래도 백화점이나 마트같은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는 남자들의 정기를 빨아먹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는것 같다.(우리 아들 얘기임)
동아쇼핑을 나와서 옛날에 막걸리와 파전의 추억에 서린 염매시장을 기웃거렸다.
입학 새내기 시절에 75학번 김말선 선배에게 막걸리와 지짐을 얻어먹은 곳이 이 근처인데...? 하고 찾아보려 해도 어딘지 좀처럼 짐작이 가지 않는다,
도심개발의 논리에 밀린 탓이리라.
예전의 허름하던 가게들은 자취는 남았는데 상당수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허전한 가슴을 안고 대구백화점으로 향했다.
대백앞은 웬지 옛날보다 훨씬 더 넓어진 느낌...
리어카 행상들과 전봇대들을 모두 정리한 덕분이리라.
아들에게 여기가 예전에 주로 '만남의 장소'로 애용되던 곳이라고 얘기해 주니 무척 신기해 하는 눈치이다.
아마 요즘 애들은 핸드폰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 한 자리에(그것도 유명한 곳에) 머물러서 기다릴 필요가 별로 없는듯 하다.
30여년 세월차이의 자식과 세대차이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웬지 모를 동류의식도 느껴진다.
대구백화점에 들어가 보니 예전보다는 많이 비좁은 느낌이다. 대략 의류와 신발밖에 없는것 같다. 백화점의 탁한 공기가 싫어서 서둘러 나왔다.
대백을 나와 예전에 막걸리 시키면 생고구마를 안주로 주던 공주식당이 궁금해 그 식당자리가 어디쯤일까? 주변을 둘러 찾아봐도 이곳도 어디가 어디인지?...감감하다.
허긴...세월이 얼마인데...
대백에서 대구역 방향으로 계속 내려가니 '동아백화점'이 있다.
아직도 그대로 동아백화점이다.
백화점 왼쪽 골목으로 대구역 방향으로 더 내려가니 이른바 교동시장이다.
74 종호형님께서 종종 말씀하시는 '교동시장 가죽잠바 가게'(고 68이상우 선배님의)의 그 교동시장이다.
옛날에 생필품이 부족할 때는 교동시장에는 정말 신기한 것들이 많았었다.
특히 미제물건들이 많았었는데, 이런 웬지 모를 매력들이 1980년대를 넘어가면서 국제화, 세계화, 무역개방등의 여파로 점점 신비감을 잃은듯하다.
교동시장 끝 즈음에는 먹자골목이 있다.
여기도 역시 군만두, 지짐, 순대, 떡볶이 등의 서민음식(?)을 파는 곳인데 집사람과 결혼전 데이트 할 적에 간혹 들르던 곳이다.
이 골목에 들어서면 아주 심한(?)호객행위에 맞닥뜨리게 된다.
간혹 한번씩 갈 때 마다 느끼는 일인데, 여기서 장사하는 분들은 정말 눈치가 빠른것 같다.
그냥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인지, 아니면 무엇을 먹으러 온 사람인지, 금방 알아버리는 것 같다.
할머니 두분이 장사하는 가게에 들어가(감주를 공짜로 준다는 말에 그만...^^)막걸리 두병, 오징어파전, 얇은 군만두, 그리고 오뎅을 먹었다. 합계 \10,500원, 싸다...
막걸리 두병은 모두 여섯잔이 되는데 나와 아내, 그리고 아들이 공평하게 두잔씩 나눠 마셨는데...
서로 조금도 양보를 안하려고 한다. 괜히 술을 가르쳐 가지고 내가 좀 손해보는 느낌이다.^^*
대구역에서 전철을 타고 반월당에서 갈아타고 집으로 오니 밤 아홉시가 좀 넘었다.
세시간 남짓의 나들이....잠시라도 옛날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나들이였다.
12월 1일부터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동성로에는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거기에 들어서면 옛날의 냄새가 남아있다.
아니, 그 냄새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간혹 나가본다.
언제 한번 대백앞에서 날잡아서 한번 만납시다.!!!
첫댓글 벌써 옛날을 회상하다니 넘 심하십니다.
아직은 청춘
난도 막걸리 묵고싶다. 언제나 먹을수 있을찌?
ㅎㅎㅎ...성님은 벌써 보통사람 100년 무글꺼 다 잡쉈잖습니까? ㅋㅋㅋ...건강하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