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순간, 예수님 마음
인간이 느끼는 스트레스에서 가장 강한 것은 무엇일까 요? 학생들에게는 시험이나 리포트, 일을 하는 분에게는 업무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주부님들에게는 자녀들을 잘 길러야 한다는 것이, 늘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강도의 스트레스는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고 합 니다. 아쉽고 그리운 감정, 보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들이닥친 이별은 언제나 우리 마음을 아프고 힘들게 합 니다.
오늘 복음 역시 예수님께서 십자가 수난을 앞두고 마 지막 순간이 임박한 때, 사도들과 이별 인사를 나누실 때의 이야기입니다. 사도들은 예수님께 참으로 특별했던 사람들 이었습니다. 예수님께 양성 받는 제자들이면서, 한편으로 는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하느님 말씀을 함께 전했던 전도 여행의 동반자였습니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예수님 곁에 머물렀고 함께 고생하고 기뻐했습니다.
사실, 이런 제자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 예수님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인간적인 아쉬움 말고도 ‘과연 이 제자들이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까?’하며 불안하고 걱정도 되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제자들의 마음은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그들은 아직 십자가를 알지 못하고 있기에, 헤어질 것을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홀로 이별 을 준비하는 예수님 마음은 더욱 쓸쓸했을 듯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중요한 순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속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하늘나라에 대해 더욱 자세히 가르쳐 주십니다. 바로 성부·성자·성령이신 하느님의 모습을 알려주시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야기합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겠지만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게 된다면,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사랑하시고 이제 제자들의 마음에는 성부 하느님과 성자 예수님께서 머무신다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이후에는 이들을 도와줄 보호자도 보내주신다고 약속하 십니다. “나는 너희와 함께 있는 동안에 이것들을 이야기 하였다. 보호자,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부활 제6주일 수난 전에 남기신 예수님 말씀을 다시 묵상하니, 이별 이후를 위해 마련해두신 주님 마음이 더 깊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성자의 가르침을 지킬 수 있도록, 그래서 성부께서 내 마음에 머무시도록, 이제 성령께서는 우리를 가르치시고 용기를 주십니다.
다가오는 한주, 성부·성자·성령의 하느님께서 고단한 내 삶에 희망을 비춰주시고 평화가 되어주시길 바라며 사도들을 향했던 주님의 마음을 되새겨봅니다
-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 / 가톨릭평화방송 · 평화신문 보도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