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경을 넘어 프랑스로 곁길 새기.
와인가도라고 하는 마을을 찾기로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성' 모티브가 되었다는 곳, 꼴마르
일행이 꼭 가고 싶어하는 곳.
하루 일정이 촉박할 듯하여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선다.
취리히에서 바젤까지 프랑스 기차로 환승 후 꼴마르까지
국경을 넘어야 하기에 열차 예매하는 게 제법 까다로웠다.
자칫 쉽게 생각하고 예매를 하지 못한 채 기차에 오르게 되면 벌금 폭탄이라는 참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에서 미리 예매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프랑스 기차로 갈아 타자 건장한 승무원들이 일일이 검표하러 다닌다.
프랑스에서 마주하는 역들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많이 다르다.
스위스는 청결한 반면 이곳은 지저분한 느낌이 먼저 든다.
스위스의 산악지대와 호수의 풍경이 드넓은 평야로 바뀌어 있다.
겨우 몇십 분 국경을 넘어섰을 뿐인데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스위스인들의 강인함과 지혜로움이 새삼 느껴진다.
꼴마르 역에 도착.
예전에 와봤던 곳인데 주변 풍경이 너무나 생경하다.
기억이 이렇게 완벽하게 소실되어 버릴 수가..
먼저 버스를 타고 리크위르로 향한다.
가는 길 포도밭이 아스라히 펼쳐져 있다.
황지우 시인의 전라도 땅을 바라보던 시선, 가도 가도 황톳길이 아니라
프랑스의 와인 가도는 가도 가도 포도밭이다
작은 마을 리크위르.
도착하자 마자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꼬마기차를 탔다.
오호라, 한국어 오디오도 있다.
마을을 둘러 볼 줄 알았더니 성문 밖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포도밭 탐방
그야말로 칙칙폭폭 포도밭 사잇길을 지나간다.
너른 포도밭이 보이는 곳에 멈춰 서 포토타임을 갖는다.
이미 수확을 끝낸 포도밭에는 동물들이 먹이 삼을 만큼 작은 양의 포도송이가 남아 있다.
포도 알갱이가 앙증맞다. 몇 알 따서 맛보는데 우와, 무지 달다
이래서 이 곳 와인이 유명한가 보구나
시선이 자리하는 모든 곳이 포도밭이다.
실컷 포도밭을 보고난 후 구시가를 거닌다.
넓진 않지만 메인 도로 양 옆으로 아기자기 예쁜 건물들이 즐비하고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이 제각각이다.
물건과 딱 어울리는 간판이랑 독특한 장식품들
저절로 포즈 취하며 사진을 찍게 만든다.
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을 리크위르~
꼴마르로 향한다.
시간이 많질 않다.
버스 배차 시간이 딱 맞아떨어지면 좋으련만..
이곳 저곳 공사하느라 파헤쳐져 있다.
예전에 왔을 때의 차분함과 멋스러움이 줄어 들어 아쉬움 가득이다.
또 한 번 조각배를 탄다.
고요하기 그지 없는 강어귀, 사람들을 무서워 하지 않는 청둥오리랑 물새들의 겁없는 다가 섬, 신비스런 수달과의 만남 이런 추억들이 빼곡히 남아 있다.
안타깝게도 관광객 실어 나르는데 더 촛점을 맞추었나 보다.
수달은 커녕 물새들도 별로 만날 수가 없다.
그냥 강줄기 따라 조각배타는 즐거움으로 만족하고 만다ㅜㅜ
꼴마르 시가지를 휘휘 둘러 보고 성당 앞 카페에서 차 한 잔.
작은 새들이 무리지어 하늘을 휘젓고 있다.
아뿔사, 일행의 옷자락에 새똥이 툭.
하지만 우리는 하하하하 실컷 웃는다.
늦은 시간까지 곁길 새기를 즐기는 하루였다.
첫댓글 까미노님 뒷머리 묶은 리본 모습이 참 아름다워요.
진작부터 얘기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