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 전국 어디든 시장 사진이 다를 게 없어요. 상인들이 하는 말도 문장 끝만 빼고는 거의 같다니까요?”
전국순회 민생대장정에 결합하는 한 당직자의 푸념이다. 사실 그렇다. 전국순회가 한 달을 넘어서다 보니 우리가 하는 말이 크게 다르지 않고 판박이인 전국 도시들의 풍경과 겹쳐 특별한 내용이 나올 수가 없는 이유에서다.
전국순회 한 달,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인터뷰에 응한 J국장과 H실장. 휴대폰 요금인하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나가더라도 이름 이니셜 표기한 것은 당사자들의 요구 때문.
지역 사업, 중앙당 함께 고민해야
울산, 대구, 경북, 강원 등 지역 순회를 함께한 중앙당 J 모 국장은 “지역은 너무 열악한 상황이 많아 민생대장정이라도 안 했으면 할 것이 별로 없다”며 “지역이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사업거리를 중앙당이 함께 만드는 것의 중요함을 느꼈다”고 말을 꺼냈다.
J국장은 순회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로 대구시당의 담대한 스케일을 꼽았다. 대구시당은 자체 방송차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광역시도당이다. J국장은 “지역 상황이 안 좋더라도 무언가를 계속 하려고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J국장은 시민들을 만나 가장 반응이 좋은 주제로 “재래시장에서 대형마트 규제 이야기를 할 때”를 꼽았다. 덧붙여 “노인들이 많은 재래시장 등 지역에서 4대강 사업할 돈으로 틀니 건강보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할 때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고향 노인들에게도 우리 내용은 호응 있다
현재 민생대장정을 총괄하고 있는 H모 실장은 “이명박의 고향인 포항에서, 그것도 우리의 전통적 지지층이 아닌 노인층에게 4대강 사업이 얼마나 해악적인지 연설하면 박수가 나온다”며 “우리의 메시지가 얼마나 호흡가능한 내용인지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H실장의 이 발언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해 대화하다 나온 말이다. “솔직히 지금 당의 상황에서 지방선거 출마는 희생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당의 비전이 보이지 않으면 상황은 나아지기 힘들다. 막힌 곳, 안 풀리는 곳에 대해 당이 답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10월 7일, 충북 이야기
3김 시대, 3김 정당이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지역순회는 지방기자들과의 간담회로부터 시작된다. 7일 충북지역 순회 또한 충북도청 기자회견으로 시작됐다.
기자회견에서 노회찬 대표는 “경제가 변하려면 정치가 변해야 하는데, 지역거점 정당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며 “3김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3김의 정당이 여전히 낡은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며 지역거점정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11시경 청주방송 라디오 <박은선PD의 라디오 매거진> 생방송 대담에서 청주와의 인연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노회찬 대표는 청주교도소 수감 생활을 말한다. 사회자는 4대강 사업, 세종시, 신종플루 대책 등과 관련한 질문을 마치고 정책연구소 이름이 <미래상상>인 것이 매우 특이하고 신선하다며 질문했다. 노대표는 “깡통에 든 음식같이 묵혀두다 선거 때만 꺼내 쓰는 정책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는 정책을 지향한다”며 “정치가 이런 데까지 관심이 있나?는 이야기를 듣는 정책을 내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선거라서 왔나보지?"
12시 경 노회찬 대표는 충북경실련에서 상인단체 등 충북경제살리기운동 대표자들과 SSM 저지 투쟁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충북지역은 SSM문제의 백화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SSM에 대해 문제제기한 곳”이라고 밝힌 충북 참여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은 다행히 지역 공조체제가 있어서 사업 조정 신청 등 대응 중이다“고 말했다. 노회찬 대표는 “SSM문제는 입법으로만 해결이 가능하지 않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청주 육거리 시장은 노회찬 대표를 보고 상인들이 “선거라서 왔나보지?”라고 말할 정도로 선거 대마다 주요 정치인들이 들렀다 가는 곳이다. 노대표는 “저는 선거라서 온 것도 아니고 사진 찍으러 온 것도 더더욱 아니다”라며 “4대강 사업이다 부자감세다 나라 살림이 무척 어렵다든데 여러분들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왔다”고 말을 꺼냈다.
연설회는 이후 성안길 롯데시네마 앞으로 이어졌다. 젊은이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휴대폰 요금인하는 역시 반응이 뜨겁다.

충북도교육청도 역시 일제고사, 시국선언 징계 건 등으로 투쟁하는 교사들로 넘쳐났다. 이날 열린 교육주체 결의대회에서 노회찬 대표는 “시국선언이 교사의 본분을 넘어선 것이라면 유관순 열사는 학생 본분을 잊어버린 것으로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시국선언이 있다면 선언의 주체가 아니라 선언의 대상이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월 7일, 전국순회 민생대장정 한 달 째 충북 일정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9일 전북 14일 제주, 15일 경남으로 이어진다.
2009년 10월 8일
전국순회 민생대장정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