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부모님을 모시고 왔던 산굼부리.
가을 억새를 보기 위해 다시 찾는다.
어라, 입장료가 7000원이다.
예전엔 3000원이었던 거 같은데.
언제 이리 껑충 뛰었지.
입구로 들어서자 예전과 달리 깔끔하게 잘 닦인 길이 옆으로 나있다.
좌우로는 커다란 바위 덩어리들이 도열해 있다.
모양새도 갖가지다.
불구덩이에서 태어나 온갖 바람을 맞고 수많은 세월을 견디다 풍화되어진 현무암 덩어리들.
패이고 깍이고 구멍난 모양들이 깊은 생채기 감추고 더 단단해진 채 서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당당하고 멋져 보인다.
바닥은 잘 깎인 바위와 우둘투둘 성긴 돌덩어리들이 길을 만들고 있다.
잘 닦인 곳은 휠체어도 지날 수 있게 매끄럽다.
그 길을 따라 빙돌아 전망대로 오른다.
억새들은 낮은 울타리 안으로 넓디 넓게 자리잡으며 은빛 자태를 휘날리고 있다.
억새들 뒤로는 멀리 한라산이 보이고 그 앞으로 오름들이 불쑥불쑥 튀어 올라 있다.
퍽이나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가을의 아름다움을 억새들이 전해주고 있다.
전망대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은 바람에 뒤척이며 맑은 소리로 인사한다.
돌로 지어진 지붕에는 세월의 무게에 희끗희끗 피어난 돌꽃들이 보인다.
예전부터 산굼부리를 지키고 있는 돌로 만든 사슴은 여전히 목을 쭉 빼고 산굼부리를 바라보고 있다.
자잘한 열매를 매달고 있는 구상나무를 지나 분화구로 향한다.
굼부리는 분화구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산굼부리 분화구 안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살고 있단다.
잔디밭처럼 보이는 너른 푸른 초원이 있다.
가운데 나무 몇 그루 자리하고, 바닥은 잔디가 아닌 작은 풀들이 가득 덮혀 있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억새들 물결 속에서 덩달아 억새가 된 것 마냥 살랑이며~
폭염이 심했던 탓일까.
이전에 왔을 때보다는 활짝 피어나지 못한 듯하다.
산굼부리의 가을은 더 깊어가고 있다.
첫댓글 지금 제주인가요.
제주도 출신보다 더 자주 제주를 찾는 것 같아요.
억새 배경과 참 잘 어울리는 포즈에요.
40대 후반의 생기발랄한 모델 같아요.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