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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행복지수 hygge
한현숙
덴마크 인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일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들의 삶의 원동력은 휘게 정신이다. 휘게(hygge)란 인생의 즐거움을 누릴 때 즐기는 편안하고 좋은 분위기를 말한다. 그들은 여유 있고 단순한 삶을 통해 행복을 추구한다. 혼자 주목 받으려 하지 않고 홀로 독차지 않는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휘게의 예술은 자신만의 세계를 활짝 열어서 타인을 포용하는 예술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족 간에 대화가 차츰 사라졌다. 사춘기로 접어들며 개성이 강해지다 보니 사소한 일에도 다툼이 생기기 시작했다. 엄마 말을 잘 따라주던 아이들이 엇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이들을 다그치고 윽박지르기에 바빴다. 다툼이 생길 때마다 때로는 달래고 협박성 멘트를 날리며 가족 간의 교감과 친목을 도모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당진문화재단에서 가족 오케스트라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떴다. 올 해 가족오케스트라는 당진문화재단 사업으로 진행한다. 십 개월 동안 바이올린, 첼로, 플롯, 클라리넷 네 파트로 나눠 연습을 하고 중간발표회와 최종발표회를 한다. 큰 아이는 첼로를 나는 작은 아이와 함께 바이올린 파트를 맡았다.
첫 수업이 시작됐다. 마음은 사라장인데 몸은 삭정이다. 집에서 연습을 해도 합주시간만 되면 머릿속이 까매지며 악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밀려와 포기하고 싶었다. 활을 내려놓고 다른 단원들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악기의 특성이 달라서인가. 서로 제 음을 내기에 바빴다.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연습을 하니 내게 주어진 파트를 따라갈 수 있었다. 연습을 통하여 인내하고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가족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며 아이들과의 소통이 차츰 원활해 졌다. 아이들도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악기를 연주했다. 차츰 시간이 흐르자 삐걱거리던 음색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성취감이 향상되자 우리가족의 행복지수도 차츰 높아졌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소홀할 때가 많았다. 합주를 하면서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다. 나와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가족이란 함께 무언가를 꿈꾸는 것이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 이것이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 꿈꾸는 것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이기에 그 속에서 새로운 나와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고 소통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늘도 오케스트라 연습을 마치고 남산 산책로를 따라 집으로 향한다. 남산위에 감빛 노을이 말갛게 내려앉는다. 스치는 바람결에 가을을 머금은 낙엽이 하늘거리며 발걸음을 붙잡는다. 산책로 가득 오색융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다.
유난히 잦았던 늦가을 찬비가 무지개를 품고 내렸나 보다. 남산 가득 무지갯빛 물감을 뿌려놓은 듯 오색찬란하다. 화톳불을 지핀 것처럼 붉게 타오르는 단풍나무, 고고히 푸름을 자랑하는 소나무, 진노랑 빛을 띠며 사색케 하는 은행나무, 잎을 떨구어내며 겨울을 준비하는 꽃나무들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 가족오케스트라 단원들처럼 아름답다.
사람들은 행복할 때 누구나 저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우리의 마음속엔 노래가 있기 때문이다. 가족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다루는 악기는 다르지만 서로 배려하며 완성된 하모니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합주가 될 것이다
오늘따라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만종 속 농부처럼 풍요롭다. 토요일마다 친구들과 노는 것을 포기하며 수업에 참석해준 아이들이 내 곁을 든든히 지켜주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가족오케스트라를 통해서 우리 가족 안에 시나브로 자리한 휘게 예술이 있기 때문이다.
2016. 11. 12.
첫댓글 휘게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 줘서 쉽게 이해했어요. 가족 중 단 한명도 포기하지 않고 오케스크라 발표 막바지까지 노력했다니 참말로 잘했네요. 축하할 일이네요. 팔색조의 끈기에 박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