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나" 활동 일지
작성자 | 박건후 | 참여자 | 김정훈, 김수현, 임수빈 |
일자 | 24.04.09 | 장소 | 문화공간 디디 |
활동시간 | 14:00 - 18:00 | | |
당일은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화석발굴 세트를 준비하여 아이들과 함께 진행하였다. 단순히 발굴만 해 내면 되는 저가 키트와 발굴 이후 조립을 요하는 난이도 있는 키트 두 종류를 준비했다. 이번 활동은 대체로 남자 아이들이 선호하는 활동이었기에 여자 아이들이 참여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싶었다. 마침 태야와 유미의 불참으로 인해 이번 활동은 남자 아이들 셋과 이루어지게 되었다. 참여하지 못한 아이들은 이후 의사를 물어 활동을 제공해야겠다 생각했다.
정훈이는 매번 방문하여 선생님들이 준비한 활동을 살피고, 활동에 관심이 있던 없던 '집에 갈게요'라고 말하는 것을 컨셉으로 잡았다. 이번 활동 또한 보자마자 '집에 갈게요' 장난을 쳤지만, 속 마음은 관심이 갔던 건지 금방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작품 하나를 골라 천천히 작업을 시작했다. 매번 가장 쉬운 것을 찾던 정훈이지만 이번만큼은 크고 값나가는 상급 키트를 골라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활동을 진행하다보면 제풀에 지쳐 꼭 한 번 싫증을 내는 위기가 찾아오는데, 이번 활동은 이전 활동 대비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보장되는 단순한 방식이라 금새 자리로 돌아와 발굴을 이어나갔다. 모든 부품을 발굴한 이후 조립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끝내 조립을 다 해내지는 못했지만 모두 발굴해 낸 것에 의미를 두는 기특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까지 정훈이는 끈기와 인내심에 있어 조금 부족하지만, 완성해냈을 때의 기쁨을 다른 아이들보다 크게 느끼고, 완성해내지 못하더라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차차 성취의 재미를 느끼고 실패에 의연해지면서 좋은 방향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수현이 또한 여지껏 방문 후 볼일만 보고 돌아가던 모습과 다르게 오늘은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정훈이와 같은 상급 키트 하나를 골라 잡고 다른 말 없이 자리에 앉았다. '저 예전에 집에서 해본 적 있어요' 하며 이전 경험을 소개해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다는 메세지를 은연중 전해주었다. 이미 해 본 활동임에도 지겨워하지 않고 처음인 것 처럼 임해주는 적극적인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다. 물을 활용하면 발굴이 더욱 수월하다는 정보를 주기도 하고, 이후 물을 사용하면서도 장난과 편법을 써 빠르게 완성시키는 게 아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였다. 종종 수빈이가 제 멋대로 하려 할 때마다 중재하는 형의 면모도 자주 보여주고, 그래서 수빈이 또한 수현이에겐 상당히 조심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현이는 만드는 와중에도 틈틈이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해주었고, 만들고 난 이후에도 곧장 돌아가지 않고 오랜시간 자리를 지킨 뒤 떠났다. 수현이 또한 발굴을 완료했는데 제품의 불량인지 착오인지 조각 하나가 모자랐다. 열심히 한 것 대비 결과가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큰 불평불만 없이 활동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를 통해 좀 더 어른스러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빈이 또한 뒤늦게 참여를 하였는데, 초반부터 열정이 넘쳐 두개를 만드려는 모습을 보였다. 제작 과정에 있어 너무 앞선 의욕과 빨리 만들고 싶은 마음, 어쩌면 좀 더 유별나 보이고 싶은 마음 탓에 편법을 많이 사용하였다. 제작 방법은 개인의 선택이라 잘잘못이 없기에 자신만의 스타일로 창의성을 발휘했음 싶어 가만히 두었으며, 다른 아이들 또한 수빈이가 어떻게 만드는지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무래도 빠르게 발굴을 마치고 본 게임인 조립으로 넘어가고 싶었나보다. 결과적으로 발굴한 조각을 모두 조립해 공룡으로 완성시킨 것은 수빈이 뿐이었다. 공룡 조립은 설명서가 따로 없이 그림만 보고 유추해야해서 성인에게도 난이도가 있는 편인데, 그럼에도 수빈이는 빠른 시간 내에 정답을 찾아 작품을 완성시켰다. 기존의 룰에 답답함을 느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답을 찾는 모습, 괴짜스러움이 있지만 높은 창의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지닌 것을 보아 예술적 기질이 높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은 선미쌤의 요구에 따라 자신이 활동한 구역을 직접 청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가 의논하여 공평하게 청소 영역과 시간을 나누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