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챙기지 않고
ㅡ주천대에서
양 주한
술을 챙기지 않고
주천대에 가는 것은
아무래도 심심한 일일 것이다
무욕의 가을 냇물을
한 사내의 맑은 얼굴이 바라보고 있다
지난 계절엔
물비린내에 피냄새가 배어 있었다
한밤중에는 바람에 쓸리는 댓잎 소리가
누군가의 끌려가는 신음 소리로 들릴 때도 있었다
달 아래 모래밭을 배회하는 일이 잦았다
맞은 편 석벽에다
난 왜 단단하지 못한 결심만을 할까
하소연을 던지면
더 외로워져라
더 외로워져라
그 사내의 알 듯 말 듯한 답변이
벽을 뚫고 나와
내 무른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술을 챙기지 않고
주천대를 찾는 것은
아무래도 심심한 일
이 가을의 빛만으로는 취할 수 없는 일
첫댓글 음악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